성격이 팔자다
성격이 팔자다
  • 박사윤 한국교통대 한국어강사
  • 승인 2019.01.09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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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윤 한국교통대 한국어강사
박사윤 한국교통대 한국어강사

 

연초가 되면 사주팔자를 보는 사람이 많다. 일 년을 계획하고 한 해를 어떻게 살아가게 될지에 대한 궁금증일지도 모른다. 이 또한 잘 살고자 하는 의지가 강함에서 오는 건 아닐까? 잘 살고 싶고 잘해 보고 싶은 미래에 대한 희망이 있어서 일게다. 닥칠 일에 대한 두려움이란 결국 살고 싶다는 것이다.

삶이 힘들어지면 죽고 싶다는 말을 자주 하는 사람이 있다. 그건 죽고 싶은 게 아니라 그렇게 살기 싫은 거 일게다. 우리는 마음의 생각과 반대로 말하는 경우가 많다. 밉다는 말을 자주 쓰고 있다면 결국 밉지 않다는 뜻일 게다.

우리가 흔히 듣는 소리 중 하나가 “아이고, 내 팔자야.”이다. 어린 시절 어른들께 들어온 말인데 어느 순간 내가 쓰고 있지 않은가. 나도 세월에 찌든 넋두리일까? 우리는 일이 잘되지 않거나 힘들고 어려운 일이 닥치면 이런 말들을 자주 한다. 일이 잘되거나 잘 풀리면 자신이 잘한 거로 생각하지만 `안 되면 조상 탓'을 한다는 옛말도 있다. 이처럼 우리는 안 되는 일에는 팔자를 들먹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팔자는 스스로가 만들고 있는 것이다.

남에게 이용당하는 사람의 경우 오지랖이 넓다. 그냥 지나치지 않는 성격이라 어렵고 힘든 사람을 돕는 좋은 면도 있지만 남의 일에 간섭을 잘하게 되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결국 도와주고 뺨 맞는 격이 될 수도 있다.

성격이 급한 사람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부지런하다는 장점이 있어서 자신이 먼저 다 해 버린다. 그런 후 자신이 다 했다고 푸념을 하거나 생색을 내게 된다. 그리고 억울하다고 한다. 그러나 기다려주는 마음이 부족하다는 생각은 하지 못한다. 사람은 모두 같지 않다. 게으름이 아닌 행동이 느려서 그럴 수도 있다는 넓은 아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완벽한 사람은 자신과 타인을 모두 힘들게 한다. 완벽하기 위해 자신을 들볶게 된다. 또 다른 사람이 하는 일이 마음에 안 든다. 그러다 보니 타인에게 잔소리하거나 충고하려 든다. 이 또한 성격이다.

완벽한 엄마가 좋은 엄마는 아니다. 집이 잘 정리되어 있는 것보다 자유로운 분위기가 아이의 정서에 더 안정된다는 결과가 있다. 완벽한 엄마는 아이를 똑똑하게 키울 수 있지만, 정서가 풍부하거나 창의적인 아이를 기대하기란 어렵다고 한다.

나는 늘 삶이 힘들다고 느끼며 살았다. 모든 것이 내 뜻대로 안 되면 화가 나고 완벽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사소한 일에도 목숨을 걸었다. 빨래 널 때도 색깔을 맞추거나 줄을 맞춰야 직성이 풀린다. 그래서 가족이 대신해 주는 것이 마음에 안 들어서 결국 내가 다시 널고는 투덜거렸다.

이처럼 완벽한 사람의 삶이 더 고단한 것 같다. 그저 묵묵히 기다려 주거나 가만히 내버려 두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할 것 다 해놓고도 좋은 소리를 못 듣는 경우가 많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나 가는데……' 다 해 주고도 입으로 다 까먹게 된다.

그렇다, 내 성격이 내 팔자를 만들었던 것이다. 누구를 탓하랴. 성격을 바꿀 수 없다면 그것이 팔자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성격을 바꾸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팔자도 바꾸기가 어렵다. 알면서도 바꾸지 못한다면 그건 팔자 탓을 하지 말고 성격 탓을 해야 할 것이다.

이제 “아니고, 내 팔자야.”라는 말은 하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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