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이야기하다
말을 이야기하다
  • 이헌경 진천여중 사서교사
  • 승인 2019.01.07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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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말하는 행복한 책읽기
이헌경 진천여중 사서교사
이헌경 진천여중 사서교사

 

`말모이'. 일제강점기에 말과 마음을 모은 우리말 사전을 편찬하기 위해 뜨겁게 살았던 이야기가 한 편의 영화로 우리를 찾아왔다. 주시경과 그의 제자를 중심으로 민족정신을 키우고자 시작됐지만, 일제의 극심한 탄압으로 편찬되지는 못했다. 잠시 잊고 있었던 우리말의 소중함을 생각해보고 고민해볼 기회가 될 것 같다.

뉴스를 보다 보면 불편할 때가 있다. 이해를 돕기 위한 자막에서 어려운 어휘를 자주 접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사자성어를 들 수 있다. 현재 학생들에게 한문은 선택교과이다. 한자에 익숙하지 않다. 특정 분야의 전문 용어는 대체할 다른 어휘 선택의 어려움이 있으니 제외하더라도 다양한 연령층이 시청하는 뉴스라는 방송에서 길더라도 이해하기 쉬운 말로 전달해 줄 필요가 있다. 상대에게 이해되지 않는 어려운 말을 사용한다 하여 전문적으로 보이거나 권위 있어 보이는 시대가 아니다. 세종대왕이 한글을 만든 이유가 그러하듯 말과 글은 서로 소통하기 위함이다.

상상해보자. 저녁 식사 후 이제 사회 경제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청소년 자녀와 아빠, 엄마가 TV 뉴스를 보기 위해 나란히 앉았다. 하루가 끝나고 유일하게 가족이 함께하는 시간이다. 그러나 앵커의 말이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흥미가 떨어진 자녀는 “뉴스는 역시 재미없어.”라며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아빠와 엄마만 남았다. 가족이 대화할 기회가 또 한 번 사라졌다.

대중을 위한 방송이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말을 사용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뉴스를 보며 가족 구성원이 서로의 생각을 나눈다면 우리 교육의 목표인 `민주시민의 양성'을 위한 가장 자연스럽고 일상적인 활동이 될 것이다.

20년 넘도록 잡지와 단행본의 문장을 다듬어 온 김정선 교정전문가의 책(동사의 맛/유유 출판/2015년)이 그래서 더 반가웠다. 우리말 동사만 다루되 일반 독자는 재미있게 읽으면서 동사 활용법을 익힐 수 있고, 글을 쓰거나 남의 글을 다듬는 일을 하는 사람들은 글을 다루는 데 도움을 받을 만한 책을 써 달라는 출판사의 제안으로 만들어졌다. 이런 멋진 제안을 한 유유 출판사는 `쓰기의 말들(은유)'로 처음 만났다. 배우 박보검이 방송에서 읽는 모습을 보고 바로 읽었다. 글이 너무 편하고 읽기 좋았다.

`동사의 맛'도 같은 느낌이었다. 글맛을 내는 육수와 양념이라는 동사만을 읽기 좋게 정리했다. 활용에 따른 변형과 혼동해 사용하기 쉬운 동사에 대해서도 잘 정리 해두었다. 예문도 있다. 이야기도 있다. 마치 수필 형식을 가진 우리가 즐겨 사용하는 동사만을 골라낸 동사 사전 같다. 더욱이 재생지 사용으로 환경을 생각하고, 작고 가벼워서 가방에 쏙 넣어 어디든 가지고 다닐 수 있도록 했다.

학교도서실의 필수 참고도서인 사전은 디지털시대에 그 의미를 잃어가고 있다. 손쉬운 전자검색으로 뽀얀 먼지와 함께 자리만 차지하고 있다. 이제 그 자리에 말과 글에 대한 이해와 활용을 높이는 방법을 제안하고 설명하는 책을 두는 것은 어떨까.

학생들이 사용하는 어휘의 폭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학교교육현장에서 자주 느낀다. 책 좀 읽었으면 좋겠다는 교사들의 안타까움 가득한 목소리를 자주 듣는다. 국어학원이 대세라는 사교육 시장을 보더라도 학생들이 국어를 얼마나 어려워하는지 느껴진다. 광양 백운고 학생들이 만든 `급식체 사전'을 어른들이 읽었으면 좋겠다는 한 학생의 바람처럼 나 역시 학생들에게 `동사의 맛'을 권하고 싶다. 모두가 말을 어려워하지 않고 말로 오해하지 않도록 말을 제대로 알고 풍성해지도록 우리 책 읽고 대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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