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개기 알바
쪼개기 알바
  • 이재경 기자
  • 승인 2019.01.07 20: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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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국장(천안)
이재경 국장(천안)

 

대한상공회의소가 6일 2019년 1/4분기 소매 유통업 경기 전망 지수(RBSI)를 발표했다. 국내 소매 유통업체 7개 업종 1000곳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전 분기(2018년 4/4분기)보다 4포인트가 하락한 92로 나타났다. RBSI가 100 이하이면 0에 접근할수록 전 분기보다 경기가 더 나빠질 것으로 예상한 업소가 훨씬 많다는 뜻이다.

업종별 지수 하락 폭은 백화점 업계와 편의점 업계가 가장 컸다. 백화점은 전 분기 105에서 94로 11포인트, 편의점은 88에서 71로 17포인트 급락했다. 대형마트와 슈퍼마켓이 각각 5포인트, 1포인트 하락한 것에 비하면 가장 경기가 어둡다고 전망한 것이다.

백화점 업계의 분위기도 전년에 비해 썰렁해졌다. 고객들의 발걸음이 줄어든 데다 매출도 훨씬 감소했다. 경기 침체로 웅크린 소비 심리에다 날씨 탓이 컸다. 예상외로 겨울 추위가 누그러지면서 백화점 겨울 매출의 절반을 차지한다는 고가 방한 의류의 매출이 뚝 떨어졌다. 백화점과 의류 업계는 지난해 평창 동계 올림픽을 앞두고 때 이른 한파에다 올림픽에 편승한 롱패딩 열풍으로 크게 재미를 봤다.

하지만 이번 겨울에는 지난해 여름 무더위를 감안, 한파가 올 것으로 예측하고 잔뜩 겨울 방한 의류를 준비해 놓았다가 `재고 걱정'만 하며 노심초사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실제 국내 백화점들은 지난 2일부터 신년 세일을 하면서 방한 패딩과 명품 모피 등을 최대 80%까지 할인 판매하며 재고떨이에 나서고 있다. 시가 1000만원대 후반의 모피를 100만~200만원 대까지 낮춰 판매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백화점보다 지수(RBSI) 하락 폭이 큰 편의점 업계는 더 울상이다. 백화점과 달리 개인 자영업자들이 직접 운영하는 방식이다 보니 최저 임금 인상이란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실제 이번 조사에서 편의점 업종은 전 분기 지수 88에서 71로 업종 중에서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물론 최저 임금 인상에 따른 업계 종사자들의 우려가 그대로 반영됐다. 대부분 최저 임금 수준의 알바를 고용하는 편의점은 올해 1월 1일부터 최저 시간당 8350원의 임금을 부담해야 한다. 2년 전인 2016년 6470원이었던 최저 시급이 불과 2년 새 29% 오른 것이다. 여기에다 올해부터 주휴 수당이란 부담까지 더해졌다. 정부가 지난해 말 시행령으로 명문화하면서 주휴 수당의 지급을 의무화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올해부터 편의점 업주 등 개인 자영업자들이 부담해야 할 실질적인 최저 시급은 2년 전보다 무려 55% 이상 올랐다.

주말 TV에 쪼개기 알바가 성행하고 있다는 뉴스가 나왔다. 주 15시간 이상 근무하는 알바에게 주휴 수당 지급 부담을 느낀 자영업자들이 1주당 4~5명 이상을 고용하며 영업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생활비나 학비를 벌어야 하는 알바생들이 매일 다른 곳들을 출퇴근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이다.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 상황에 빗발치는 `을'들의 아우성. 세금만 쏟아붓는 정책이 아닌 현명한 대안이 나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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