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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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종윤 한국선사문화연구원장
  • 승인 2019.01.06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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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시선 -땅과 사람들
우종윤  한국선사문화연구원장
우종윤 한국선사문화연구원장

 

사람은 누구나 살아가면서 자기만의 소중한 인연을 간직하고 좋은 추억을 되새기며 삶을 이어간다. 살면서 숱하게 경험하게 되는 인연들이 아쉽게 기억 속에서 사라지기도 하지만, 때로는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삶의 지표가 되어 꾸준히 이어져 오기도 한다.

내게도 참으로 소중한 인연이 꽤 많이 있었을 테지만, 지금까지 그 끈을 놓지 못하고 버팀목이 되어주는 것이 있다. 첫 번째 인연은 대학박물관과의 인연이다. 나와 대학박물관과의 만남은 어쩌면 당연하면서도 일상적으로 이루어졌는지도 모른다. 역사에 관심이 있어 사학과를 선택하여 대학생활을 시작하였다. 역사의 물질적 자료인 유물을 보려는 호기심으로 박물관 문턱을 넘었다. 이를 계기로 박물관과 30여 년간의 오랜 인연이 시작되었다. 이 인연은 박물관에서 청·장·중년시기를 넘기며 삶을 잇게 한 오랜 끈이 되었다. 박물관 생활 중 만난 수많은 유물은 내게 학문적 욕구를 채워 주었고, 같은 길을 걸으며 만난 많은 사람은 견고한 우정의 띠를 형성하여 오늘날까지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고 있다.

두 번째 인연은 선사고고학과의 만남이다. 1970년대 중반까지만 하여도 충북지역은 고고학의 불모지대였으나, 1976년 이융조 교수가 충북대학교에 부임하시면서 고고학 학문이 뿌리를 내리기 시작하던 때이다. 자연스럽게 박물관을 중심으로 문화유적 지표 및 발굴조사가 활발하게 진행되었고, 서서히 고고학 조사에 빠져들면서 숱하게 많은 조사에 참여하게 되었다. 강의실 넘어 우리가 매일 만나는 들판에 어떤 옛 사람들의 흔적이 남아 있을까 호기심으로 바라보며, 하루 세끼 밥 먹고 학교 가던 것과 다름 없이 일상적으로 유적·유물을 만났던 것이다. 당시와 현재도 대학박물관의 일상은 큰 변화가 없지만 조사 후 유물정리와 보고서작업, 그리고 전시가 박물관 업무의 기본처럼 되어 있었다. 그 때문에 박물관과 고고학은 하나의 틀로 엮여 굴레처럼 구르던 생활의 반복이었다. 이 두 가지 인연은 오랜 세월이 흘렀어도 퇴색하지 않는 소중한 경험으로 남아 있으며, 학문적 성장의 디딤돌이 되었다.

세 번째 인연은 인생의 길잡이 역할을 해주신 스승과의 만남이다. 젊은 시절 지루한 일상이 반복되는 박물관 생활, 일상적 삶을 일정부분 내려놓고 밤낮으로 진행되던 조사활동은 여러 번 한계에 부딪혀 방황의 길로 빠지기도 하였다. 그럴 때마다 호된 꾸짖음과 격려로 마음의 중심을 잡아주신 이융조 교수님이 계셨기에 박물관과의 오랜 인연을 이어올 수 있었다. 누구에게나 좋은 스승은 있을 테지만 박물관을 고리로 오랜 기간 동반자의 길을 함께할 수 있는 것은 대학박물관 학예연구원만이 지닌 큰 장점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인연들은 지금까지 내 삶을 지탱하게 해주는 소중한 인연으로 남아 있다. 삶 대부분이 박물관과 선사고고학의 틀 속에 묻혀 지낼 수 있었던 것은 소중한 인연에서 얻은 행복이다. 몸에 밴 박물관 생활은 지금 박물관의 문을 나섰어도 어느 곳을 가든 반사적으로 박물관을 먼저 찾게 되고, 전시공간에 서 있으면 모든 시름을 떨쳐버린 듯 마음이 평안해진다. 그 속에서 삶의 지혜를 배운듯하다.

박물관은 문화를 담는 큰 그릇이다. 그 그릇에 무엇을 담느냐에 따라 박물관의 성격이 달라진다. 좋은 스승을 만나 중요한 유적들을 발굴하고, 발굴된 유물들을 전시하여 일반대중과 소통의 길을 열어 놓았다. 박물관이라는 큰 그릇에 구석기유물을 가득 담아 놓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구석기 박물관의 특성을 갖추어 놓았으니 인연의 큰 수확을 얻은 셈이다. 성인이 된 후에 만난 박물관, 선사고고학, 스승과의 소중한 인연을 삶의 전면에 내세우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그 인연의 끈을 오래 간직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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