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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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재술 전 한국교원대 총장
  • 승인 2019.01.03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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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시간의 문앞에서
권재술 전 한국교원대 총장
권재술 전 한국교원대 총장

 

아마도 인류가 발명한 가장 획기적인 기술은 바퀴가 아닐까? 바퀴를 발명한 인간의 기술은 수만 년 동안 아주 느리게 발전해 왔다. 그렇게 느리기만 하던 기술의 발전이 최근에 와서 빠른 것을 넘어 현란한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모르기는 해도, 통나무를 사용한 굴림대에서 달구지가 발명되기까지는 수만 년이 걸렸을 것이고, 달구지에서 자동차가 발명되기까지는 수천 년이 걸렸을 것이다. 하지만 자동차에서 비행기가 발명되기까지는 100여 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기술은 같은 속도로 발전하기를 거부한다. 기술의 발달은 기하급수적이다. 수만 년에 걸쳐 발전해 온 기술이 처음에는 그 발전의 속도가 너무나 느려서 마치 정체된 것처럼 보였으나 기술의 발전은 태생적으로 기하급수적이다. 기술의 발전이 기하급수적이기에 인간이 만든 기술을 인간이 따라가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인공지능은 인간의 마지막 발명품이 될지도 모른다. 마지막 발명품이라고? 그렇다 마지막 발명품. 인공지능이 자신의 기술을 소유하지 말란 법은 없다. 기술을 가진 인공지능은 스스로 발명을 하게 될 것이고, 앞으로 모든 발명은 인간 대신 인공지능이 하게 될 것이다. 인공지능은 인간의 마지막 발명품으로 역사에 기록될지도 모른다. 인공지능의 역사책에 말이다. 인공지능은 인간이 만든 기술의 산물이다. 그렇다면 인공지능이 만들어갈 기술은 어떤 모습일까? 그것을 어떻게 인간이 예측이나 할 수 있겠는가? 인공지능에 물어봐야 할 것이다. 인간이 묻는다고 인공지능이 대답해 줄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대답을 해 준다고 해도 무슨 말인지 인간이 알아들을 수 있을는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인공지능은 기술의 산물이고, 인공지능이 만들어 내는 기술도 기술이다. 기술이 태생적으로 기하급수적인 발전을 하는 것이라면 인공지능이 만든 기술은 기술의 기술(기술x기술)이니 그 발전 방식도 기하급수의 기하급수적일 것이다. 기하급수의 기하급수, 바로 이중 기하급수다. 기하급수적인 발전에도 그 발전의 속도에 놀라는 인간이 이중 기하급수적 발전을 보게 되면 어떨까?

인공지능이 인간에게 봉사하기를 거부하지 않는다면, 기술의 이 이중 기하급수적 발달은 인류에게 크나큰 이익을 가져다줄 것이다. 지금 달이나 화성에 기지 건설을 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이 추진되고 있지만, 건설에 따른 비용과 위험이 엄청나게 큰 것도 사실이다. 더구나 달에는 공기도 없다. 화성에는 대기가 있기는 하지만 이산화탄소가 대부분이어서 그곳에서 인간이 호흡할 수는 없다. 이런 곳에 인간이 가서 기지를 건설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대안은 로봇이다. 로봇은 호흡할 공기도, 먹어야 할 음식도 필요 없다. 필요한 에너지는 음식이 아니라 태양계 어디에나 있는 태양 에너지를 사용하면 된다. 인간이 가는 것에 비해서 인공지능 로봇을 보낸다면 인간이 갈 때 생기게 되는 많은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다.

인공지능은 인간보다 지능이 뛰어나기 때문에 인공지능 로봇은 기지 건설을 위한 설계도 인간보다 더 효과적으로 하고, 시공도 인간보다 더 빠르고, 튼튼하고, 완벽하게 할 것이다. 그리고 이 뛰어난 인공지능의 기술은 인간의 기술보다 더 빠르게, 이중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하게 될 것이니, 인간은 놀고먹는 셈이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인공지능이 인간에게 봉사하기를 거부하지 않는다는 조건하에서 그렇다. 인간이 만든 기술은 인간에게 봉사하게 되어 있다. 물론 그것을 사용하는 인간이 나쁜 곳에 사용하는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인간의 잘못이지 기술의 잘못은 아니다. 지금의 인공지능도 인간이 만들었기 때문에 인간에 봉사하고 있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만든 기술이 인간에게 봉사할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그것은 인공지능의 마음에 달린 문제이다. 인공지능은 마음이 없으니까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정말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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