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아침
새해 아침
  • 반영호 시인
  • 승인 2019.01.03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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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 論
반영호 시인
반영호 시인

 

새해가 밝았다. 己亥年. 돼지띠다. 속설에 육십 년만 돌아온다는 황금돼지다.

산허리 돌아/비탈길 동산기슭에/강물보다 맑고/바다보다 더 맑은 작은 옹달샘 물에/가슴에 잠긴 작은 소망처럼/己亥의 태양이 비친다//억만 번 뜨고 졌음에도/다시 뜨면 신성한 태양이/오늘따라 눈부시고/상서로운 조짐은/다산의 상징이요/부의 상징 때문이 아니겠는가//보라! 동산에 떠오른 찬란한 태양/보인다! 설레임으로 부푼/떨리는 無限한 희망의/포부여!

청탁이 들어와 급히 써 보낸 신년 詩 「황금돼지 꿈」이다. 얼마나 바삐 보냈는지 밤잠 못 자고 식사도 걸으며 일하면서도 문학인이기에 거절하지 못하고 후다닥 지은 拙詩다. 그렇다. 돼지 하면 행운의 상징이고 다산의 상징으로 올해는 젊은 부부들이 많이 결혼해서 자라나는 아이들이 많이 태어났으면 좋겠다. 그리고 경제도 부흥하고 정말 행운 가득한 한 해이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원래 돼지는 멧돼지처럼 야생에서 살던 동물이다. 사람이 길들여 처음으로 기르게 된 것은 6000년쯤 전, 비교적 인구밀도가 높았던 서아시아지역의 수렵. 채집민이 종래의 생활을 바꾸면서 동물을 길들여 가축화하기 시작했다. 이들 돼지는 혼자 따로 떨어지는 것을 싫어하고 항상 몇 두씩 같이 행동하기를 좋아하는 사회적 동물이다. 서로 어울리다 때가 되면 수컷들은 한 마리의 암컷을 놓고 짝짓기 쟁탈전을 벌인다. 암컷은 일 년에 두 번 새끼를 낳을 수 있다. 어미돼지 한 마리가 5년 동안 백 마리가 넘는 새끼를 낳을 수 있으니 그야말로 다산의 상징이라 할 만하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돼지 하면 둔하고 더럽고 욕심 많은 짐승을 떠올린다. 아닌 게 아니라 뭉툭한 몸뚱이에 거칠한 털이며, 앞으로 쭉 튀어나온 주둥이와 조그만 눈, 빈약한 꼬리 등 어느 한군데에서도 세련된 면을 찾아볼 수 없으니 우둔해 보이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어쩌다 서툰 사냥꾼의 총알을 맞고 성이 나서 반격해 올 경우, 그 날쌘 동작은 호랑이의 민첩한 행동에 비할 바 아니다. 앞으로 돌진만 하는 줄 알았던 돼지가 급정거도 하고 방향 회전에도 능숙하다. 이런 모습을 본 사람이라면 돼지더러 둔하다고는 말하지 못할 것이다.

돼지가 지저분하다는 생각 또한 잘못된 편견이다. 돼지는 매우 청결한 동물로 스스로 배변분장소와 잠자리를 구분해 깨끗한 곳에서 잠을 자고, 정해진 곳에만 배설한다. 그러면 돼지는 왜 더럽게 배설물이나 진흙에 뒹구는 것일까. 그것은 목욕할 수 있는 청결한 물이 없거나 뒹굴 수 있는 촉촉한 땅이 없을 때에 보이는 행동이다. 돼지는 땀샘이 없으므로 몸을 시원하게 하려면 습기를 증발시키는 방법을 쓸 수밖에 없다. 그러나 고온과 밀사 등으로 인해 심한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아무 곳이나 마구 배변을 하고, 궁여지책으로 배설물에서 뒹군다.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는 것이다.

얼마 전 손녀의 첫돌이 지나갔다. 예전과는 달리 돌잔치를 크게 한다. 가족 친지 친구 선후배를 초청했는데 과히 결혼식과 같은 큰일로 치렀다. 손녀의 첫돌을 맞이한 소감을 묻는 말에 `기해년 돼지해에 둘째 손자를 꼭 안겨 달라'고 하였으니 내가 욕심이 과했다. `손녀를 낳아준 아들 며느리에게 고맙고, 손녀에게 축하한다.'는 말을 먼저 했어야 했는데……. 그만큼 황금돼지해에 대한 열망이 컸던 모양이다.

새해 동산에 올라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지은 신년시 중에 세상에서 가장 짧은 음수 3/5/4/3의 단장시조 한 수로 발췌해 읊어본다. `일출// 억만 번 뜨고 졌어도 다시 뜨면 순결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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