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지수지3칙 천룡화상 인연
구지수지3칙 천룡화상 인연
  • 무각 괴산 청운사 주지스님
  • 승인 2019.01.03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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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자의 목소리
무각 괴산 청운사 주지스님
무각 괴산 청운사 주지스님

 

이르노라! 어떤 것이 옳은 것이냐? 99는 81이니 이 또한 완달구(필요 없는 물건)로다. 용천(湧泉) 선사는 40년에 오히려 주작함이 있었고 향엄(香嚴) 선사는 40년에 한 덩어리를 이뤘다 하니 탄식하노라. 얻기는 쉬우나 지키기는 어렵도다. 또한 조금 얻은 것을 만족해하지 말라. 이는 모름지기 선지식을 참견하고 수많은 단련의 고행이 있어야 비로소 얻으리라.

반갑습니다. 무문관(無門關) 공안으로 보는 자유로운 선의 세계로 여러분과 함께하는 괴산 청천면 지경리 청운사 여여선원 무각입니다. 제가 상주하고 있는 산골 초암은 이제 겨울 왕국이 되어 땅속으로 흐르는 개울물 소리만이 고요하고 적적한 초암을 깨우고 있네요.

이 시간에는 무문관 제3칙 구지수지 공안(公案)에서 앞 시간에 이어 구지화상과 그의 스승인 천룡화상과의 인연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본격적으로 무문관 제3칙을 보기 전에 구지선사가 깨달은 인연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여겨지는데요. 절강성 무주에 있는 금화산에 구지금화라는 스님이 살았는데 그는 속성(俗姓)도 분명치 않고 생몰연대도 정확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계보도 없는 선지식은 아닙니다. 여기에 등장하는 구지 선사의 스승인 천룡화상의 계보를 보면 천룡화상의 스승은 대매법상(752~839)이고 이 대매법상의 스승은 마조도일(709~788)이며 마조도일의 스승은 남악회양(677~744) 선사입니다.

그래서 남악회양의 스승은 육조인 혜능대사이기에 구지 스님 역시 초조 달마와 이조 혜가 삼조 승찬 사조 도신 오조 홍인을 이은 육조 스님의 문하라는 것을 알 수가 있습니다.

앞에서 소개한 실제 비구니 선사가 석장(주석소리를 내는 주장자)을 쿵쿵 짚으며 구지화상 주위를 세 번 빙빙 돌았다는 뜻은 마음도 아니고(非心:즉 청정심을 말함) 마음 아닌 것도 아니니(非非心: 즉 광명심을 말하는 것이며) 또한 비심비비심(非心非非心:一物)으로 마음 아닌 것도 아니고 그것도 아닌 것도 아니니 다시 말하자면 불시심(不是心) 불시불(不是佛) 불시물(不是物)을 물었던 것인데요. 이는 곧 `육조단경'에 나오는 진여자성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본체와 생각 생각이라는 작용을 보여 달라는 주문이었던 것이지요.

하지만 이에 말문이 막혀버린 구지화상은 아마도 참담한 대장부 꼴을 절감하게 되었고 하루빨리 이 절을 떠나야겠다고 결심하였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구지화상은 짐 보따리를 싸는 중에 잠깐 눈을 붙여 잠에 들게 되는데 꿈에 산신이 나타나 수일만 좀 기다리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때에 구지화상에게 찾아온 자가 바로 천룡선사였다고 합니다. 다급해진 구지화상은 천룡선사에게 그동안의 모든 상황을 설명하고 가르침을 청하게 되는데 천룡선사는 그때 아무 말 없이 손가락 하나만을 번쩍 들었다는 말이지요. 그런데 바로 이때에 구지화상은 대오하게 되었다는 말입니다. 이는 짧은 구절이지만 구지화상의 대분심(大憤心), 대신심(大信心), 대의심(大疑心)을 들여다보게 하는 매우 드라마틱하기도 한 선적(禪的)인 장면이라 하겠습니다.

다음 시간에 제3칙 구지수지 공안에 대해 좀 더 살펴보도록 하고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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