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심(初心)
초심(初心)
  • 김금란 기자
  • 승인 2019.01.01 18: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금란 취재3팀(부국장)
김금란 취재3팀(부국장)

 

새해가 되면 결심한다.

올해는 절대로 후회하는 삶을 살지 않겠다고.

몇 해를 후회하고 살았는지 이젠 손으로 꼽기도 어렵다.

그래도 새해만큼은 다시 시작할 수 있고, 해낼 수 있으리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을 갖게 한다.

어깨에 짊어진 짐이 많은 기관장들의 새해는 범인(凡人)과는 다를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기해년 새해 청와대 직원들에게 초심을 지키자고 주문했다.

청와대 모든 직원에게 생중계된 2018년 마지막 날의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처음 업무를 맡았을때 열정과 조심스러움이 교차하는 그 날선 느낌처럼 초심을 지켜야 한다”며“국민의 눈높이에 맞출 수 없다면 청와대에 있을 수 없다. 오직 국민만 바라보고 국민의 눈높이에 서서 다시 한번 신발끈을 동여매달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 이후 줄곧 `초심'을 강조했다.

취임 1주년을 맞은 지난해 5월에도 “자신도 모르게 마음이 해이해지거나 자만에 빠지지 않게 출범하던 그날의 각오와 다짐을 새롭게 해달라”며 “문재인 정부는 효도하는 정부를 약속했고, 그 약속을 반드시 지키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민은 무술년 마지막 날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한 청와대 핵심 브레인인 조국 민정수석과 임종석 비서실장의 모습을 TV로 지켜봐야 했다.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민간인 사찰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자리였지만 그곳엔 여야 정치인의 이전투구만 존재할 뿐 국민은 없었다.

다음 달 졸업을 앞둔 대학생들은 생방송 된 정치인들의 공방보다 그들이 약속한 청년 일자리 해소 약속을 더 기다렸을 것이다.

대학생들은 `반백수'(졸업생의 반이 백수) 신세를 면하기 위해 많게는 수백장의 이력서를 쓰고, 졸업을 미루고 스펙 쌓기에 매달린다.

정부가 초심으로 돌아가 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일할 수 있는 기쁨을 누리게 하는 것이다.

지난 31일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국 푸지엔(福建)성 푸칭(福淸)시 과학기술 담당 부시장에 28세의 여성 위안린이 임명됐다고 보도했다. 그녀는 중국 베이징 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라이스 대학에서 석사과정을 마친 뒤 다시 귀국, 베이징대학에서 재무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그녀는 학위 취득 후 중국의 투자회사인 `정런투자'에서 2년 동안 일했고 결국 부시장 자리까지 꿰찼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이라서 가능한 일이겠지만 그래도 20대 청년에게 기회를 준 것 자체가 부러운 일 아닌가.

취업포털 잡코리아와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몬이 대학생 1326명을 대상으로 `미래보고서 : 10년 후 나는'을 주제로 한 설문조사에서 대학생들이 10년 후까지 이룰 인생 목표 1위에 `직업'이 꼽혔다. 또한 대학생이 10년 후 자신의 모습으로 가장 바라는 키워드 1위는 화목한 가정(25.3%), 2위는 소소한 행복(21.0%)이었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하루 세끼 밥 먹고 가족과 소소한 행복을 누리는 것이다. 국민에게 효도하는 정부를 약속한 현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이런 국민의 바람을 지켜주는 것이다.

훌륭한 인물로 남고 싶거나 큰일을 이루고 싶다면 초심, 열심, 뒷심 이 세 가지 마음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마음이 초심이다. 초심 속에 열심, 뒷심이 있기 때문이다. 초심이 사라졌다는 것은 교만이 싹텄다는 얘기다.

문재인 대통령이 시도때도없이 초심을 언급하는 것 자체가 교만한 마음이 고개 든 것은 아닌지 불안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