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재물 불러오는 황금돼지해 `뭐든 잘 돼지~'
복·재물 불러오는 황금돼지해 `뭐든 잘 돼지~'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9.01.01 18: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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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일 기원 `돼지꿈 꿔' 덕담·복권구입 풍습
풍요 의미 한 해 고사 제물로 쓰였다는 기록도
아둔한 동물로 묘사 … 양면성 속담서 잘 드러나
1659년 조선 현종 즉위 - 1839년 천주교 박해

 

2019년 기해년(己亥年)이 밝았다. 새해 기해년에 대한 의미와 뜻을 알아보자. 기(己)는 황금색을 뜻하고 해(亥)는 돼지를 의미하고 있어 올해를 `황금돼지' 해로 부른다. 즉, 60갑자에서 돼지띠가 다섯 번 도는데 올해 기해년을 오방색과 연계시켜 볼 때 기(己)가 황색에 해당하는 돼지띠로 황금돼지띠인 것이다.

돼지가 인간의 생활영역으로 들어온 것은 600여 년에 불과하다. 멧돼지처럼 야생에서 살던 동물이었으나 사람이 길들여 기르게 되면서 사람과 친밀해졌다.

우리나라 문화 속에서 돼지는 풍요와 다산을 상징하는 동물이다. 좋은 일이 생기길 기원할 때 `돼지꿈 꿔'라는 말로 덕담을 나누듯, 지금도 돼지꿈을 꾸면 복권을 사는 풍습이 남아있다.

또 동물 중 새끼를 가장 많이 낳아 다산을 의미하기도 한다. 아이를 갖고 싶어하는 집이나 번성하길 소망하는 가정이나 사업장에는 10여 마리 새끼를 거느린 어미돼지의 그림을 벽에 걸어두기도 했다. 50대 이상 세대들은 과거 이발소나 음식점 벽면에 걸린 돼지가족 그림을 한번 쯤 보았을 것이다.

그런가 하면 복과 재물을 가져오는 동물로 사랑을 받았다. 장사를 시작하며 고사를 지낼 때 상 한가운데 돼지머리를 올려놓고 절을 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지금은 자주 보기 어렵지만 이런 풍습은 이어지고 있다.

돼지가 풍요를 상징해서인지 옛날에는 제물로도 쓰였다. 삼국사기 고구려 제사 편이나 조선의 `동국세시기'를 보면 12월쯤 한 해 동안 겪은 일을 고하는 제사의 제물로 돼지를 바쳤다는 기록이 있다. 고기가 귀하던 시절, 신께 감사의 마음으로 제사도 지내고 일 년간 일하느라 고생한 사람들과 음식을 나누는 풍습이 아니었나 싶다.

# 속담 속 돼지, 탐욕·게으름의 상징

돼지는 사람들에게 육식을 제공하기도 하고 복과 재물을 가져다주는 동물이기도 하지만, 탐욕과 게으름을 상징하기도 한다. 먹을 것을 보면 앞뒤 가리지 않고 먹어치워 고집쟁이로도 불린다. 복과 아둔한 동물로 묘사되는 돼지의 양면성은 속담에서 잘 드러난다.

돼지와 관련된 속담을 보면 탐욕스럽고 미련하며, 더럽고 게으른 사람을 빗대어 자주 인용된다. 욕심이 많거나 식탐이 많은 사람에게 `돼지'라는 말을 상징적으로 사용하고, 듣기 싫은 목소리로 노래할 때 `돼지 멱따는 소리'라고 한다. 또 어울리지 않게 치장하거나 과한 행동을 할 때 `돼지 목에 진주 목걸이'라고 말하고, 성질 급한 사람을 빗대 `돼지 꼬리 잡고 순대 달란다'라고 풍자한다. 2년여 전, 교육부 고위 공무원이 “99% 대중은 어차피 개, 돼지”라는 발언으로 전 국민을 분노케 했던 사건에서도 `돼지'가 상징하는 의미가 얼마나 부정적으로 사용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 역사 속 기해년

2019년은 어느 해보다 반짝반짝 빛나는 황금돼지띠이지만 우리나라 역사 속 기해년은 크고 작은 사건들이 있었다. 역사의 기록을 보면 서기 399년 기해년에는 왜가 신라를 침략해 오자 고구려 광개토대왕이 군사를 보내 신라를 지원했다. 서기 1179년 기해년은 고려왕권을 무너뜨리고 무신정권이 정권을 장악했고, 서기 1419년 기해년에는 조선 세종이 대마도를 정벌했다. 서기 1659년 기해년에는 조선 현종(제18대 국왕)이 즉위하고, 서기 1839년 기해년에는 기해박해로 유명한 천주교 탄압사건이 벌어졌다.

19세기 말 격변의 소용돌이 속에 맞이한 1899 기해년은 구한말에도 큰 사건 없이 지나갔고, 1959 기해년은 전쟁 후 60년 만에 맞이한 황금돼지해로 태풍 `사라'가 한반도를 강타해 사망 840명, 부상 2533명이라는 사상 최대의 인명피해를 안겼다.



# 천연기념물 제550호 제주흑돼지

제주흑돼지는 황금돼지도 부러워 할 국가지정문화재 중 하나인 천연기념물이다. 문화재청은 2015년 3월 제주도 축산진흥원에서 사육 중인 제주흑돼지 260여 마리를 국가지정문화재 천연기념물 제550호로 지정했다. 이는 3세기 중국 기록인 삼국지(三國志)의 위서(魏書) 동이전(東夷傳)을 비롯해 18세기 조선후기 기록인 성호사설(星湖僿說) 등의 고문헌을 통해 제주흑돼지가 유서 깊은 제주 전통 종임을 인정한 것이다. 특히 육지와 격리된 제주도의 지역적 여건상, 제주흑돼지는 고유의 특성을 간직하면서 제주지역의 생활, 민속, 의식주, 신앙 등과도 밀접한 연관성을 지니고 있다고 평가하며 천연기념물로 지정했다.

제주흑돼지는 일제강점기와 근대화를 거치면서 외국에서 도입된 개량종과의 교잡(交雜)으로 순수 재래돼지의 개체 수가 급감해 절종위기에 처하게 되면서 순수 혈통을 지닌 260여 마리로 한정해 관리 중이다.

/연지민기자

yeaon@cc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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