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한 경험
황당한 경험
  • 김경희 청주시 세정과 주무관
  • 승인 2018.12.27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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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김경희 청주시 세정과 주무관
김경희 청주시 세정과 주무관

 

복잡한 세상을 살다 보면 누구나 한 번은 황당한 경험을 하게 된다. 며칠 전 사무실에서 일을 하다가 볼일을 보러 화장실에 갔다. 들어갈 때는 화장실 안에 아무도 없었는데 곧바로 아주머니들이 우르르 들어왔다. 시청 내에서 운영되는 요가교실 강습을 마치고 집에 가시기 전에 화장실에 들르신 듯했다.

화장실 칸이 두 개인데 어떤 아주머니가 내가 있는 칸을 노크하며 “이쪽 화장실은 왜 안 나오느냐”라며 재촉하시기에 할 수 없이 “큰 볼일을 보니 급하시면 2층 화장실을 이용하실래요?”라고 말씀드렸더니 “큰 볼 일은 집에서 해야지 왜 여기서 보느냐”라고 하셨다.

그 말씀을 듣자마자 마음에서 너무도 황당하다는 생각과 함께 나는 아주머니에게 “여기 직원인데 집에 가서 볼일을 봐요?”라며 이에 질세라 차분하지만 급하게 받아쳤다. 그 아주머니와의 대화를 들었던 주위 아주머니 몇 분은 무안했던지 내가 화장실에서 나오자 “세상에는 별사람들이 다 있으니 이해해요.”라고 하셨고, 나도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아니에요. 많이 몰리는 시간에 화장실에 와서 괜히 불편을 드렸네요”라며 응대했다.

나는 이 짧은 화장실 에피소드가 황당한 경험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니 정말로 황당한 경험이 무엇일지가 바로 연상됐다.

사람은 누구나 다 육체적으로 죽는다. 이것은 정해진 이치이다. 죽음 후의 세계를 개인적으로 믿든지 믿지 않든지 간에 우리에겐 동일한 조건의 또 다른 세계가 존재한다.

만일 육체의 죽음 후에 또 다른 세계가 있다고 가정하고, 죽음 후에 그 어떤 나라에 가야 하는데, 자신이 생각했던 그 나라가 아닌 다른 나라에 자신이 있다면 이것이야말로 너무도 황당한 경험이 되지 않을까?

그러면 이러한 황당한 경험을 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를 우리 모두는 고민했으면 좋겠다. 누군가는 삶이 힘들어 스스로 육체의 생을 다하는 사람이 있고, 또 누구는 질병으로, 또 누구는 불의의 사고로 이생의 삶을 마감한다. 세계의 발전에 기여해 역사에 길이길이 이름을 남긴 그 어느 유명인도, 세상을 언제까지라도 호령할 듯했던 악인도 더 이상은 볼 수가 없다.

내가 아는 모든 사람들은 이러한 황당한 일을 경험하지 않도록 멋진 죽음을 준비했으면 좋겠다. 죽음이란 마지막이 아니라 또 다른 나라로 이어지는 연결 고리이다. 무언가가 준비된 사람은 지금 당장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가까운 미래에 어떠한 좋은 기회가 생겨서 준비했던 그것이 가치가 있어질 때가 있다.

평상시 언어 공부를 열심히 했던 아는 직원이 최근에 자신에게 맞는 더 좋은 일자리를 찾아 전출가게 됐는데, 몇 년 전에 보고 최근에는 보지를 못했었지만 최근까지도 공부를 꾸준히 했음을 알 수가 있었다. 나는 이분을 보면서도 준비된 자에게 기회가 옴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모두가 미리미리 준비해 정말로 최악의 황당한 경험은 피하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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