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反省)과 다짐
반성(反省)과 다짐
  • 임성재 칼럼니스트
  • 승인 2018.12.27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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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논단
임성재 칼럼니스트
임성재 칼럼니스트

 

후배에게 전화가 왔다. 칼럼을 잘 읽고 있단다.

그러면서 `때론 내용이 재미있고 시원하기도 하지만 너무 비판만 하지 말라'고 주문한다. 전에 비해 비판의 강도도 더 세졌다고도 했다. 그들도 주민에 의해 선출된 일꾼으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격려와 응원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전화를 끊고 나서도 후배의 말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나는 왜 이런 글을 쓰고 있지'하고 되돌아보게 되었다.

누가 보던, 보지 않던 언론에 글을 쓴다는 것은 막중한 일이다. 언론에 발표되는 글은 기사나 칼럼이나 공적기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짧은 글이라도 허투루 쓸 수는 없는 일이다. 그래서 나름대로는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며 쓰게 되는데, 마감시간에 쫓길 때는 거의 죽을 맛이다. 글재주 없음을 한탄할 따름이다.

그렇게 6년째 칼럼을 쓰고 있다.

`주말논단'이라는 칼럼의 성격상이나 나의 주관심사 때문에 정치인이나 단체장, 지방의회 등을 많이 다루었고, 주로 그들을 비판하는 내용이 많았다.

그런 내용을 보고 아주 가끔은 잘 읽었다거나 공감한다는 격려도 있었지만 반론과 항의를 받은 적이 훨씬 많았다. 개인적인 감정이 아니라 공적업무에 대한 비판과 제언이었음에도 당사자와는 사이가 소원해지는 경우도 생겼다.

후배가 걱정한 것도 이렇게 알던 사람들과 멀어지는 일이었다. 일부러 인맥을 쌓기도 어려운데 알고 지내면 좋을 사람들과 척질 일을 하지 말라는 간곡한 충고였다. 나를 생각해준 참 고마운 말이긴 하나 그렇다고 그들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무조건 잘한다고 쓸 수도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아예 글을 안 쓰는 일인데 그러고 싶지는 않다. 글을 쓸 수 있을 때까지는 글을 쓰고, 말할 수 있을 때까지는 말을 하면서 살고 싶다.

무조건적인 비난이나 비방이 아니라 이성적인 비판의 글을 썼다고 생각해왔고, 앞으로도 그런 글을 쓰리라 다짐하지만 아무래도 생각 같지는 않았던 것 같다.

지나고 다시 읽어보면 완벽하게 감정을 배제하고 썼다고 장담할 만한 글이 그리 많지 않다. 다시 읽어보면서 부끄러운 이런 글들로 인해 상처받으신 분이 계시다면 사과드린다. 좀 더 신중하고 사려 깊은 글쓰기를 다짐한다.

또한 새해에는 좀 더 진솔한 글을 쓰고 싶다. 체면 때문에 가리고 있던 나의 치부라도 다 드러내는 벌거벗은 글을 쓰고 싶다. 그리고 다짐한다. 사실에 입각한 공정한 글을 쓰겠다는 것과 어떤 이익 앞에서도 뜻을 굽히지 않겠다는 것이다. `견리사의(見利思義)', 이익을 접하면 먼저 옳은지를 생각하라는 공자의 말씀을 새기며 살기를, 글쓰기를 소망한다.

한 가지 간절한 바람은 새해에는 언론이나 시민들의 올바른 지적이나 비판을 잘 듣고 토론하며 수용할 줄 아는 단체장이나 지방의원, 정치인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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