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몇 바이트입니까?
당신 몇 바이트입니까?
  • 권재술 전 한국교원대 총장
  • 승인 2018.12.27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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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시간의 문앞에서
권재술 전 한국교원대 총장
권재술 전 한국교원대 총장

 

우리는 4차 산업사회의 도래를 목전에 두고 있다. 4차 산업사회를 다른 말로 하면 인공지능이 주인공이 되는 시대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사회가 되면 지금의 전기나 석유보다 정보가 더 비싸게 사고 팔리게 될 것이다. 지금은 돈이 권력이지만 그때는 정보가 권력인 사회가 될 것이다.

정보란 무엇인가? 정보, 우리가 일상 사용하는 말이지만 구체적으로 그것이 무엇인지 말하려고 하면 아주 어려움에 처하게 된다. 우리는 이미 정보를 사고팔고 있다. 휴대전화의 사용료는 대부분 정보 사용료다. 휴대전화를 새로 사서 요금 약정을 할 때, 정보 사용량에 대해 약정을 한다. 돈을 많이 내면 무제한 데이터를 제공한다. 이렇게 돈으로 사고파는 정보지만 그것을 구체적으로 정의하기는 쉽지 않다.

에너지를 생각해 보자. 에너지라는 말도 일상에서 아주 많이 사용하고 있지만, 막상 에너지가 무엇인지 물으면 대답하기 참 곤란해진다. 에너지는 돈으로 사고판다. 자동차 연료비, 난방비 등 모두 에너지에 드는 돈이다. 석유에도 있고, 뜨거운 난로에서도 뿜어 나오고, 땅속에도 있고, 하늘에도 있고, 온 우주에 있는 이 에너지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에너지는 원자나 분자처럼 형태가 있는 것도 아니고, 무게가 있는 것도 아니다. 사실, 에너지란 존재하는 실체가 아니다. 인간이 만들어낸 관념일 뿐이다. 그런 관념에 불과한 것을 인간이 에너지를 정의하고, 정량화해서 사고파는 것이다. 이렇게 정의된 에너지는 놀랍게도 그 양이 보존된다. 관념일 뿐인 에너지가 나무나 돌과 같은 실체적 존재보다 더 중요한 존재가 된 것이다.

정보도 에너지와 마찬가지로 관념적 개념이다. 에너지는 물리학이라는 자연과학의 핵심 개념으로 자리 잡은 반면, 정보는 아직 물리학에 들어오지 못했다. 그렇지만 정보는 에너지 못지않게 이미 우리 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나는 정보도 언젠가는 에너지처럼 물리학 책에 등장할 것으로 본다. 정보가 에너지만큼 그 실체가 분명하게 정의되고 정량화되지 않아서 그렇지, 머지않아 그런 작업이 이루어질 것이다. 엔트로피라는 개념도 처음에는 무질서의 정도라는 아주 추상적인 개념이었다. 이 엔트로피를 볼츠만이 통계역학적으로 새롭게 정의함으로써 물리학의 중요한 개념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에너지는 세상에 널려 있다. 하지만 아무리 흔한 에너지라도 모두 사용 가능한 것은 아니다. 에너지는 땅속에도 있고, 바다 속에도 있고, 공기 중에도 있지만 사용할 수가 없다. 정유공장은 바로 이 흔하디 흔한, 하지만 사용할 수는 없는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고 바꾸는 일을 하는 곳이다.

정보도 마찬가지다. 여기 수많은 전화번호가 있다고 하자. 이것들도 정보이기는 하지만 이렇게 중구난방인 전화번호는 정보로서의 가치가 별로 없다. 이 정보를 이름, 나이, 학력, 직장, 월급 등으로 정리해 두면 중요한 정보가 된다. 세상에는 정보가 넘쳐나지만, 그 정보를 사용 가능하게 조직화하지 않으면 아무 데도 쓸모가 없다. 빅데이터 사업이 바로 정보의 정유공장인 셈이다. 이렇게 조직화된 정보는 사고팔 수도 있다. 정보가 곧 돈이 되는 것이다.

나는 앞으로 에너지도 정보의 양으로 변환되는 날이 올 것으로 생각한다. 그렇게 되면 과학에서 사용하는 모든 개념, 운동량, 질량, 에너지, 전하량 등이 정보의 양으로 표현될 수 있을 것이다. 그때 사람들은 아마도 이렇게 물을 것이다. 수소 원자는 정보량이 얼마냐, 고 말이다. 그리고 한 인간이 가진 정보량도 계산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렇게 되면 한 사람이 가진 정보의 양으로 그 사람의 가치를 평가하게 되지 않을까? 회사에서 사원을 뽑을 때, 그 사람의 정보량이 가장 중요한 평가기준이 될는지도 모른다.

체중계에 올라서면 내 체중이 측정되듯이, 신입사원 채용장에 체중계 대신 정보 측정기가 등장할는지도 모른다. 당신은 누구냐, 가 아니라 당신은 몇 바이트냐, 라고 묻는 세상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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