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심만리(同心萬里)' 뒤짚어 생각해 보면
`동심만리(同心萬里)' 뒤짚어 생각해 보면
  • 석재동 기자
  • 승인 2018.12.26 20: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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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석재동 취재1팀(부장)
석재동 취재1팀(부장)

 

청주시가 2019년 새해 사자성어로 `동심만리(同心萬里)'를 선정했다.

자치단체에서 선정하는 사자성어는 해당 자치단체장의 의중이 반영된다. 시의 사자성어에도 한범덕 시장의 의중과 시정철학이 담겨 있음은 두 말할 나위 없다.

그렇다면 동심만리엔 한 시장의 어떤 의중이 담겨 있을까.

동심만리를 뜻 그대로 풀이하면 `같은 마음으로 만리(먼 길)를 가자'이다. 생략된 주어는 당연히 청주시민 또는 직원(청주시 공무원)일 게다.

시는 내년 사자성어의 풀이로 통합청주시 출범 2기를 맞은 민선 7기 2년차에 접어든 2019년에는 대내외 갈등을 봉합하고 시민의 마음을 한 데 모아 미래로 나아가자는 의지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대목을 조금만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면 시가 안고 있는 문제점이 그대로 드러난다.

대내외의 갈등은 분명히 존재하고, 이를 해소하지 않으면 지역사회발전의 수레바퀴는 돌지 못할 것이라는 문제의식이 담겨 있는 것이다.

시 내부적으로 가장 큰 현안은 통합청주시 출범이전의 출신지를 따지는 옛 청주시와 청원군 출신을 구분지어 생각하는 공직사회 내 고직절인 패거리문화 해소다.

패거리문화에 함몰된 공무원들은 인사철마다 불평불만을 쏟아낸다. 심지어 상대방을 헐뜯는데도 서슴지 않는다.

아직도 청내에서 옛 청주시와 청원군 출신을 나눠 생각하고, 행동하는 공무원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런 조직문화에서 공직기강이 제대로 서길 바라는 것은 언감생심이라고 할 것이다.

수년째 낙제점을 받고 있는 시의 청렴도는 잊혀질만 하면 터지는 직원들의 일탈행위로 제자리걸음이다. 수년째 국민권익위원회의 전국 자치단체 청렴도 평가에서 바닥(4등급 이하)을 헤매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시는 권익위의 부패방지시책 평가에서 2016년과 2017년 연속 2등급(우수)을 받았다. 시책은 좋은데 이를 따라줘야 할 직원들이 문제라는 결과로 귀결된다.

이런 결과는 지난 2014년 통합청주시 출범으로 시·군 경계를 허물어버리는 물리적 통합은 완성됐지만, 직원들의 내부결속은 아직 느슨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외부적으로는 통합시 출범 후 커질대로 커진 시민들의 욕구가 시를 압박하고 있다.

사회, 경제, 문화, 도시행정 등 분야를 가리지 않는 시민들의 욕구는 통합시 출범 후 시청 앞 집회와 기자회견이 대폭 늘어난 점만 봐도 알 수 있다.

개발여력이 넓어진 옛 청주시와 청원군 경계지역은 각종 개발행위로 인한 시와 주민, 주민과 주민 간 갈등이 끊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시민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생활밀착형 시책도 찾아보기 어렵다.

수많은 현안이 산적한 가운데 지난 7월 한범덕 시장의 민선 7기가 시작됐다.

동심만리 선정을 보면 한 시장이 이미 시정 전반의 문제점은 파악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점을 파악했으면 해법도 제시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내년 사자성어는 한낱 구호에 그칠 수밖에 없다.

조직의 나아갈 바(비전)는 항상 조직의 리더가 제시한다. 실천하는 주체는 항상 구성원이다. 리더와 구성원 간 합(合)이 잘 맞으면 구호는 현실이 된다. 반대의 경우에는 조직의 문제점만 더 부각된다.

2019 기해년 `동심만리(同心萬里)'가 현실이 되는 새로운 청주시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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