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감·사·행의 삶
덕·감·사·행의 삶
  •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 승인 2018.12.26 19: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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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원의 목요편지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세월 참 빠르네요.

새해 인사 글을 쓴지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송년 인사 글을 쓰니 말입니다.

돌아보니 2018년은 국가적으로나 제 개인적으로나 참으로 의미심장한 해였습니다. 그래서 세월이 그리 빨리 갔나 봅니다.

대립과 갈등으로 얼룩진 한반도에 평화가 깃들기 시작한 한해였습니다.

남과 북의 두 정상이 분단 73년 만에 판문점에서 만나 손을 맞잡은 채로 군사분계선 양측지역을 넘었는가 하면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해 평양시민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았고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백두산 천지에 올라 담소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연내에 답방하겠다던 김정은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지만, 국민이 염원하고 환호했던 비핵화 또한 큰 진전을 이루지 못했지만, 평화의 물꼬를 튼 건만은 분명합니다.

지난 6월 치러진 지방선거에선 대한민국의 정치지형이 바뀌는 놀라운 결과가 나왔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인기와 남과 북의 평화무드에 힘입어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압승해 지방정부까지 장악하는 대약진을 했습니다.

반면에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전통적인 텃밭이자 아성인 강남3구는 물론 부산 울산 경남까지 내주는 참패의 늪에 빠졌습니다.

이는 지역정서에 기생하는 패거리정치를 국민이 더는 용인하지 않겠다는, 진보든 보수든 어떠한 정치세력이든 잘못하면 가차없이 갈아엎겠다는 민심의 표징이었습니다.

또 올해는 미투와 갑질에 대한 응징의 바람이 거세게 분 한 해였습니다.

미투로 말미암아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였던 자가, 고위 법관들과 잘나가던 교수와 연예인들이 하루아침에 피의자가 되어 법의 심판을 받는 신세가 되었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도 있었으니 과히 시대의 쓰나미라 할 만합니다.

갑질로 말미암아 내노라는 대기업 오너들이 쇠고랑을 차기도 하고 그들에게 휘둘렸던 가련한 을들에게 머리 숙여 사죄하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권력과 금권의 오만함과 추악함을 단죄하고 씻어내는 그리하여 약자인 을들이 인간대접을 받으며 살아갈 수 있었으면 합니다.

하지만 갑질은 빙산의 일각만 드러났을 뿐이니 민초들의 결기와 단합된 힘이 필요합니다.

각설하고 2018년은 제게도 매우 의미 있는 해였습니다.

무엇보다 36살 먹은 막내아들이 결혼해 기쁩니다. 예쁜 며느리를 얻어 날아갈 듯이 기쁘고 홀가분합니다.

아내도 40여 년간 몸담았던 공직에서 물러나 전업주부가 되었습니다. 명예롭게 정년퇴직을 하게 되니 이 또한 경사입니다.

아내로, 엄마로, 맏며느리로, 시어머니로, 공직자로 성실히 살아왔으니 상찬받을 만합니다. 팔불출 소리를 들어도 좋습니다. 덕분에 일가를 이루며 잘 살았다고, 하여 감사하고, 사랑하고, 행복하다고.

이제 건강만 좋으면 남부러울 게 없는 사람입니다.

지병인 협심증과 허리협착증 증세가 간헐적으로 나타나서 운신에 제약이 따르고 불편하지만 애써 웃으며 삽니다.

남은 삶은 덤이기 때문입니다.

그 기저에 덕·감·사·행이 있습니다. 덕·감·사·행은 `덕분입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행복합니다'의 앞말을 딴 축어입니다.

존재하는 것, 살아가는 것은 모두 하느님 덕분이고, 가족 덕분이고, 친구 덕분이고, 하는 일 덕분입니다.

그러니 감사할 수밖에요. 하느님은 물론 가족도, 친구도, 이웃도, 삼라만상이 다 감사의 대상이더라고요. 그러니 사랑하게 되더라고요. 아니 사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느님을, 가족을, 친구를, 이웃을, 하는 일들을.

하여 행복합니다. 하느님이 있어, 가족이 있어, 친구가 있어, 이웃이 있어, 할 일이 있어 정말 행복합니다. 그대도 덕·감·사·행하면 참 좋겠습니다.

/시인·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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