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 도시재생의 달인
백종원, 도시재생의 달인
  • 정규호 문화기획자·칼럼니스트
  • 승인 2018.12.25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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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단상
정규호 문화기획자·칼럼니스트
정규호 문화기획자·칼럼니스트

 

문재인정부가 지난 19일 `수도권 3기 신도시'를 발표했다. 경기도 남양주와 하남, 과천, 인천 계양구에 도시를 새로 만든다는 계획인데, 최근 발표된 수도권 주택공급계획은 무려 30만호에 달한다.

이런 계획은 분명하게 문재인정부에서 일어나는 일인데, 무려 50조원을 약속하면서 4대강 예산보다 더 크다는 도시재생뉴딜을 강력하게 추진하는 와중이어서 혼란스럽다. 정부는 신도시 정책에 대해 그동안 원주민의 둥지 내몰림이 기정사실화됐던 재개발·재건축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것이라고 당연하듯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지방분권과 수도권 인구집중화 및 대량의 신규 주택물량 공급으로 인한 부동산 시장의 욕망의 부추김은 전혀 고려의 대상이 아님은 부정할 수 없다.

나는 이 글을 `하늘에는 영광 땅에는 평화'를 하루 종일 외치는 성탄절에 쓰고 있는데, 최근 일련의 정부의 태도 변화와 함께, 예고되는 내년의 정책은 도저히 내 마음에 `평화'를 그릴 수 없게 만든다.

최저임금과 노동시간의 단축은 사실상 물 건너 간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이름도 생소하게 부활한 `녹실회의'를 통해 현실화되고, 안전사고는 도처에서 끊임없이 터지고 있으며, 각종 살벌한 범죄 역시 끔찍하다. 게다가 청와대는 일개 검찰 파견 직원에게 난도당하면서 초라하고 옹졸한 대응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단언컨대 `수도권 3기 신도시'는 이미 긍정과 부정을 역전시킨 대통령과 문재인 정권에 대한 불신과 외면을 부추길 것이다. 수도권 집중과 도시재생뉴딜에 대한 우려는 그동안 호언장담했던 핵심 국정과제의 흔들림을 예고한다. 수도권에 집중적으로 과열되고 있는 부동산의 양극화는 심화될 것이고 국토의 균형발전은 당연히 그 의지를 의심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린벨트는 추가로 훼손될 것이고, 당연히 녹지공간이 사라지면서 미세먼지는 거침없이 지방으로 습격의 정도를 더해 갈 것이다.

「문풍지 우는 겨울밤이면 할머니는 이불 속에서 혼자 중얼거리시네. 오늘 밤 장터의 거지들은 괜찮을랑가 뒷산에 노루 토끼들은 굶어죽지 않을랑가. 아 나는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낭송을 들으며 잠이 들곤 했었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해 건너 뛴 성탄메시지를 내놓으면서 노동시인 박노해의 시를 인용했다. 아직 마음은 따뜻한데, 그 진정성을 그대로의 감동으로 받아들이기엔 어쩐지 전과 다르게 낯설다.

성탄 휴일 하릴없이 이리저리 TV리모컨을 돌리면서 분노와 울분, 그리고 탄식과 좌절을 수없이 반복하다가 겨우 위안을 찾은 것은 <백종원의 골목식당>.

드라마 을 보면서는 “학부모들은 차라리 수능이 그래도 점수로 결정되는 것이니 그것이 오히려 가장 공정하다고 한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말이 기억나면서 가슴이 한층 답답해진다. 최저임금을 무작정 올리고, 근로시간을 일순에 단축시키면 `저녁이 있는 삶'과 더불어 일률적인 소득증대와 소비촉진이 있을 것이라 여겼던 것인가. 그동안 우리가 얼마나 장시간-저임금에 의존한 고용과 노동의 체제에 길들여 왔는지, 더 오랜 시간, 더 힘든 노동조건일지라도 기꺼이 마다하지 않는 가난은 또 얼마나 많은지. 대학은 부모의 경제력과 신분에 따라 대학의 선호도가 극명하게 갈리고 있음을 모르는 것인지.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그나마 이 시대 우리가 위안과 용기를 받을 수 있고 희망을 꿈꿀 수 있는 유일한 해방구로써 절대적 가치를 지니고 있으니 다행이다. 보라. 그의 도움으로 바뀌는 자영업자와 거기에 반응하는 소비자, 그리고 그로인해 살아나는 작은 시장의 활력을.

백종원은 단순히 TV예능 프로그램의 의미를 초월하고 있다. 세상에 어느 도시재생 전문가가, 또 어떤 시장전문가가 백종원처럼 다시 생명의 온기를 불어넣는 달인이 될 수 있는가. 물리적 공간의 무조건 변화 대신 사람을 바꾸는 일에 매진하는 백종원의 세계처럼, 새해에도 정부 관료들과 정치인 대신 아주 평범한 사람들이 스스로 바꾸면서 사람을 불러 모아야 하는 것인가.

김수영 시인의 <기도>를 목 놓아 낭송하고 싶은, 날은 저물고 탄식만 깊어지는 2018년이 떠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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