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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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현주 청주시립도서관 사서팀장
  • 승인 2018.12.25 19:5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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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유현주 청주시립도서관 사서팀장
유현주 청주시립도서관 사서팀장

 

`누군가 그랬습니다// 인연은,/ 서리처럼 겨울 담장을 조용히 넘어오기에/ 한 겨울에도/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놔야 한다고/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 먹구름처럼 흔들거리더니/ 대뜸, 내 손목을 잡으며/ 함께 겨울나무가 되어줄 수 있느냐고,// 눈 내리는 어느 겨울 밤에, / 눈위에 무릎을 적시며/ 천년에나 한 번 마주칠 / 인연인 것처럼 / 잠자리 날개처럼 부르르, 떨며 / 그 누군가가, 내게 그랬습니다 //

김현태 시인의 `인연이라는 것에 대하여'라는 詩 중 일부다.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인연들을 만난다. 좋은 인연은 서로의 마음에 씨앗을 심는 것과도 같다.

서로가 상대의 마음에 씨앗을 심었다는 사실조차 까맣게 잊고, 그 씨앗이 쑥쑥 자라 큰 나무가 되고, 훗날 울창한 숲이 된다. 어느 날 혼자 비바람을 맞는 힘든 시기를 만났을 때 울창한 숲이 비와 바람을 막아주면 알게 된다. `우리가 좋은 인연이 되어 서로를 감싸주는구나….'라고!

이렇듯 좋은 인연은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함께 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좋은 인연은 만나면 힘이 되고, 즐겁고, 유쾌해서 서로에게 긍정의 에너지를 줄 수 있는 사람들이다. 그런 좋은 인연은 끊임없이 서로를 자극하고 자극받는, 지혜를 공유하는 동반자와 같은 사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좋은 인연들과 함께 하는 시간은 행복하다.

그러나 이와는 반대로 아니 만난 것보다 못한 인연도 있다. 자신의 욕심을 위해, 눈앞의 이익을 위해 상대를 해하는 나쁜 인연들은 상대방의 마음에 씨앗 대신 못을 박는다. 이들은 사람과의 인연을 한 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쯤으로 여긴다.

이런 사람들은 오래 이어지는 인연의 아름다움을 절대 알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상대방에게 복 대신 해를 끼치는 것에 개의하지 않는다. 인연이란 삶에 있어서 예기치 않은 선물 같다. 그 선물 같은 인연을 얼마나 잘 가꾸고 다듬어 가느냐는 자신에게 달렸다. 마무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빛이 되기도 하고 빛을 가리는 그림자가 되기도 한다.

나 또한 한 해를 보내며, 이런저런 인연들을 떠올려 보게 된다. 아쉬움이 남는 인연도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내 마음은 울창한 숲으로 훈훈하다. 시작이 언제인지 가물가물 멀고, 오래되었지만 묵을수록 향기를 뿜고, 기운을 북돋아준 좋은 인연들로 인해, 올 한해도 나의 기쁨은 배가 되고 슬픔은 반으로 줄었으며, 더 나은 나로 성장할 수 있었다. 그들의 맑고 따듯한 마음이 있어서, 여기까지 잘 왔다는 생각이 든다.

`현명한 사람은 명주실 한 가닥처럼 가느다란 인연만 스쳐도 그것을 붙잡아 성공의 실마리로 삼고, 어리석은 사람은 동아줄같이 믿음직스러운 인연을 곁에 두고도 그것을 하찮게 여겨 실패만 거듭하게 된다.'고 한다.

올 한 해를 마무리하며 난 누군가에게 어떤 인연이었는지를 되새겨보고, 내가 대단한 무엇을 가지고 있는지가 아닌, 작고 소소한 것이라도 무엇을 줄 수 있는 사람인지로 스스로를 평가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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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성 2018-12-28 21:28:16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인연의 소중함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게되고 내가 다른사람에게 좋은 인연이 되어 주었는지 되돌아보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