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학과 발굴
고고학과 발굴
  • 우종윤 한국선사문화연구원장
  • 승인 2018.12.23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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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시선-땅과 사람들
우종윤 한국선사문화연구원장
우종윤 한국선사문화연구원장

 

고고학은 19세기에 들어와 자리를 잡은 학문으로 인류의 과거에 대한 정보의 원천이다. 우리의 조상이 수백 만년 전에 출현한 최초의 인류로부터 현재까지 진화하면서 남긴 물질적 잔존물인 유적·유물을 조사·수집·분석하여 인간행위와 기술, 주거, 먹을거리, 생업, 경제, 사회구조, 예술, 의식 등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과거 인간행위에 관한 단서를 찾기 위해 고고학자들은 지난 수백만 년이라는 긴 시간과 지구 상의 대륙을 포함하는 넓은 공간을 연구대상으로 한다. 수수께끼 상태에서 작은 정보의 조각들을 짜맞추어 과거 인간활동을 이해한다는 것은 난제다. 그래서 고고학은 해결하기 어려운 미스터리를 풀려는 탐정과도 같다.

고고학의 매력은 땅속에서 귀중한 보물들을 발견하는데 흥분을 일으키는 매력도 있지만, 그 이상으로 우리에게 우리 자신에 대해 이야기를 해준다. 선사시대의 채집자, 사냥꾼에서 어떻게 지금의 우리에 이르게 되었는지 그 발전과정을 말해준다. 바로 고고학이 풀어주는 우리 과거에 대한 교훈들이다, 고고학을 학습하는 이유는 과거에 대한 지적 호기심 때문이다. 호기심에서 시작하여 흥미, 문제제기, 발굴 그리고 이해의 길을 걷게 된다. 이것이 고고학의 길이다. 신문과 텔레비전에 종종 고고학 관련 이야기가 등장한다. 몇 만 년 전 유물 발견, 왕릉급 무덤 발굴, 백제시대 마을 발굴 등등. 이는 곧 고고학의 기본인 발굴에서 찾은 것이다. 발굴은 도로건설, 택지조성, 댐 건설, 아파트건설 등 지형환경 변화가 일어나는 과정에서 부차적으로 이루어지는 학술활동 중 하나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 조상의 다양한 삶의 흔적들이 발견되어 우리의 과거에 대한 많은 정보를 제공해주기도 하나, 한편으론 역사의 현장들이 영원히 사라지는 아픔을 겪기도 한다. 오늘날 문화유적의 발굴은 개발과 보존 사이에서 늘 갈등을 겪게 되는 이유이다. 그런 갈등에서 완벽하지는 않지만 지혜롭게 유적을 보존한 사례가 테라 아마타(Terra Amata)유적으로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준다.

2004년 프랑스 남부 니스의 능선 경사면에 자리한 테라 아마타유적을 찾은 적이 있다. 1965년 아파트건설 공사 중 많은 유물이 발견되었다. 이 사실을 처음 세상에 알린 것은 지역신문인 `니스 마텡'의 역할이 컸다고 한다. 유적의 실체가 알려지면서 논란도 크게 일었다. 1966년 발굴되었다. 40만 년 전 구석기시대 유적으로 인류화석과 작은 구덩이를 파서 만든 불땐자리, 임시 사냥거처인 막집터 흔적, 사람의 오른쪽 발자국 흔적이 발견되었고, 주먹도끼·가로날도끼·긁개·홈날 등 석기와 코뿔소·사슴·옛코끼리·토끼 등 동물화석이 출토되었다. 발굴 후 유적의 처리문제로 학자와 건설회사 사이에 갈등이 첨예하게 대립하였다. 니스해변으로 땅값이 엄청 비싼 곳이다. 보존과 개발의 문제이다. 수차례 토론과 회의를 거쳐 6층 아파트가 완공되었을 때 니스시가 1층을 사들여 박물관을 짓고 그 위로는 계획대로 아파트를 건립하는 것으로 지혜를 모은 것이다. 아파트 뒤쪽 절개지 축대에는 유적 일부를 본래 모습대로 보존하고 있었다. 박물관과 아파트가 함께 공존하는 절묘한 상생이 이루어진 셈이다. 이곳 박물관을 방문했을 때는 1월이었다. 전시실 바닥에서 아파트에 거주하는 아이들과 부모들이 모여 학습하는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역사와 문화를 놀이처럼 즐기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왜 이런 지혜가 없는지 반문해 본다.

2017년 전국적으로 1,689건의 문화유적 발굴이 허가되었다. 수십만 년 전부터 이 땅에 살았던 우리 조상의 삶의 흔적들이 발견되었을 것이고, 유적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을 것이다. 고고학 역할은 인류발전의 과정을 서술하고 우리의 기원에 관해 이야기해 주는 데 있다. 이런 이야기를 생생하게 들려줄 수 있는 유적은 과연 얼마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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