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 정기인사에 부쳐
충북도 정기인사에 부쳐
  •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 승인 2018.12.19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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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원의 목요편지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송구영신의 계절입니다.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심사가 편치 않습니다. 정기인사를 앞둔 공직사회는 더욱 그렇습니다. 은퇴하는 공로연수자와 명예퇴직자들은 떠날 채비를 하느라 심란하고, 남은 자들은 그들의 빈자리로 인해 발생하는 후속 인사에 신경이 곤두서 있어서입니다.

주지하다시피 공직은 계급사회입니다. 조직 내 서열과 보수는 물론 보직과 직책의 바로미터이기 때문에 인사에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니 승진과 영전에 목을 맵니다. 인사는 연공서열과 업무성과에 기초해 이루어지는 인사권자의 고유권한이자 전가의 보도입니다. 그러다 보니 근무성적 평정자와 인사권자에게 잘 보이려고 아첨을 떨기도 하고, 혈연 지연 학연을 동원하기도 하고, 심지어 경쟁자를 음해하고 모함하는 몹쓸 짓을 하기도 합니다.

아무튼, 승진과 영전은 공직의 매력이자 달콤한 유혹입니다. 박봉이어도, 일이 힘들어도, 자존심에 상처를 입어도 감내하고 나아가는 동기부여의 원천이기도 합니다. 공직사회엔 크게 두 부류의 인간형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출세지향형과 직무지향형과 자기지향형으로 구분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꼭 필요한 사람, 있으나 마나 한 사람, 없으면 좋을 사람으로 구분하는 것입니다. 출세지향형은 자신의 입신양명만을 쫓는 사람을 이릅니다. 동료는 없고 상사만 있는 오로지 상사의 구미에 맞춰 사는 그리하여 보다 좋은 자리를 꿰차고 남보다 빨리 승진하는데 혈안이 되어 있는 사람입니다. 이용가치가 있으면 간을 빼줄 듯이 하다가 별 볼일 없다 싶으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돌아서는 기회주의자들입니다.

직무지향형은 맡겨진 일을 충실히 해내는 일벌레들을 일컫습니다. 자신이 최고라는 독선이 없진 않지만 일에서 보람과 희열을 찾는 사람들입니다. 이들이 있어 공직이 유지·발전합니다. 자기지향형은 업무보다 자신의 삶의 질을 우선시하는 사람을 이릅니다. 칼 퇴근은 물론 취미 동호 활동과 자격증 취득 등에 발군의 능력을 발휘합니다. 꼭 필요한 사람은 업무수행도 잘하고 동료와 소통도 잘하는 사람입니다.

있으나 마나 한 사람은 있을 땐 소중함을 못 느끼는 데 없으면 아쉬운 사람입니다. 없으면 좋을 사람은 조직과 민원인에게 해를 끼치는 사람이거나 그럴 우려가 있는 사람입니다. 일반인들이 공직을 철밥통이라고 빈정대는 건 솎아내야 할 사람들도 법적인 문제가 없으면 대부분 정년까지 가는 데 있습니다.

각설하고 이번 충북도 정기인사는 고위직 은퇴자들이 많아서 규모가 큽니다. 그런 만큼 기대도 크고 우려도 큽니다. 인사권자인 이시종 지사가 3선 도지사라서, 더는 아리고 쓰린 게 없는 지사라서 더 그렇습니다. 하여 한 말씀 드립니다. 학연 지연 혈연에 경도된 인사와 신세 진 사람들에 대한 보상차원의 인사는 정실인사입니다. 정실인사는 충북도를 망치고 인사권자를 망치는 적폐 중의 적폐입니다.

인사는 만사입니다. 아니 인사는 천사(天事)입니다. 하늘이 하는 것처럼 사심 없이 공정하고 투명하게 하라는 뜻입니다. 충북호를 9년여나 이끌어왔으니 선원들의 장단점을 꿰뚫고 있을 터, 히딩크식 선수선발과 박항서식 팀 운용으로 충북도를 반석 위에 올려놓기 바랍니다. 유능한 기관장과 항해사와 조타수들을 적소에 배치하여 거친 망망대해를 힘차게 헤치며 `안전 충북, 행복 충북, 번영 충북'을 구가하기 바랍니다.

충북도 공직자들에게 묻습니다. 당신들은 위에서 열거한 유형 중에서 어떤 유형에 속하는지. 승진하고 영전할 자격과 역량을 갖추었는지, 충북호를 살찌우는 좋은 선원으로 기능하고 있는지를. 공직은 유한합니다. `있을 때 잘해'라는 유행가 가사처럼 있을 때 적선하고 적덕하기 바랍니다. 당신들은 충북의 소중한 자산이자 경쟁력입니다. /시인·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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