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산다는 것
잘 산다는 것
  • 공진희 기자
  • 승인 2018.12.18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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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공진희 부장(진천주재)
공진희 부장(진천주재)

 

과연 문명(文明)의 이기(利器)는 이기(利器)이기만 할까?

스마트폰 알람소리에 단잠에서 깨어난다.

졸린 눈을 비비며 리모컨으로 TV를 켠다.

지구 반대편에 사는 사람의 모습이 실시간으로 생생하게 나타난다.

어머니 혈당을 살펴보고 인슐린 펌프를 작동시킨다.

압력솥에서는 증기 기관차 출발소리가 들린다.

맛있는 밥이 다 되었음을 알려준다.

음성서비스는 덤이다.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세워둔 전기 자동차를 타고 일터로 향한다.

요즈음 시샘과 부러움을 한몸에 받고 있는 녀석이다.

날렵한 몸매에 가볍기까지 한 노트북으로 업무를 마무리한다.

이렇듯 나의 일상은 문명의 이기가 떠받쳐 주고 있다.

그러나 세상에 공짜는 없다.

깨끗한 에너지로 각광받는 전기는 그 쓰임새를 얻기까지는 험난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화력발전소는 연료연소과정에서 엄청난 환경오염물질을 배출하고 있다.

원전은 체르노빌에 이어 태평양 일대를 방사능으로 오염시킨 이웃 일본의 후쿠시마 사고를 겪으며 탈원전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수력은 생태계 파괴 등으로 같은 길을 걷고 있다.

스스로 움직이는 수레, 자동차.

인류의 오랜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던 축지법을 일상에서 구현하고 있는 현대문명의 총아.

부의 상징에서 생활수단으로 옷을 갈아입은 이 물건은 언제든지 우리의 삶을 위협하는 무서운 흉기로 돌변하곤 한다.

또한 동력을 얻기 위해 연소과정에서 내뿜는 매연은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지목받고 있다.

운동이나 행사, 여행을 위해서는 미세먼지의 허락을 얻어야 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세계 곳곳이 쓰레기 더미로 섬을 이루고, 아열대 식물이 우리 땅에서 자라고, 열대성 물고기가 우리 바다에서 잡히고, 봄 가을은 짧아지고, 무더운 여름과 혹한의 겨울은 길어지고 있다.

인간의 편의와 편리를 위해 만들어진 과학기술의 산물이 우리의 삶을 위협하는 부메랑이 되어 우리 곁을 맴돌고 있다.

문명의 이기는 무서운 괴물의 또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어쩌면 우리는 멈추면 쓰러지는 자전거에 올라타 우리 앞에 어떠한 세상이 기다리고 있는지 알지 못한 채 페달을 밟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제 우리와 아이들의 삶을 우리가 선택하기 위해 잠시 자전거를 멈추고 함께 지혜를 모으는 일이 필요하다.

흰눈이 탐스럽게 내리던 어느 날 해물탕이 보글보글 끓는 소리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향기에 목구멍이 활짝 열리는 순간, 식당 한쪽에 서각으로 살아 숨 쉬는 법정 스님의 글이 파르르 떨고 있는 내 목젖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흙탕길을 걸으면서 문득 생각이 피어올랐다. 잘 산다는 것은 결코 편리하게 사는 것만이 아니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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