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옳다
당신이 옳다
  • 정선옥 충청북도중앙도서관 사서
  • 승인 2018.12.17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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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말하는 행복한 책읽기
정선옥 충청북도중앙도서관 사서
정선옥 충청북도중앙도서관 사서

 

늦은 밤, 집에서 따뜻한 차 한 잔 옆에 두고 책 읽는 시간이 참 좋다. 정혜신 정신과 의사의 책 `당신이 옳다(해냄 출판사)'를 읽는데 울림을 주는 구절에 울컥했다. “네가 그럴 때는 분명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말은 너는 항상 옳다는 말의 본뜻이다. 그것은 확실한 내 편 인증이다. 이것이 심리적 생명줄을 유지하기 위해 사람에게 꼭 필요한 산소 공급이다.”

요즘 드라마 `스카이 캐슬'이 인기다. 상위 0.1%의 사람들이 사는 아파트를 무대로 자녀를 명문대에 보내기 위해 몸부림하는 부모들의 치열한 삶의 욕망을 담고 있다. 서울대 의대에 합격했지만 모든 것을 버리고 사라진 영재, 부모의 일그러진 교육열에 도벽을 일삼는 예빈 등 민낯도 보여준다. “엄마는 내가 왜 과자를 훔치는지 물어보지 않아”하며 울음을 터트리는 예빈의 모습에 먹먹해진다. 엄마는 아이의 도벽은 단순한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행동이라고 판단하고 엉뚱한 방법으로 해결한다.

이 책에는 공감에 대해 많은 부분을 할애한다. 30년간 경험한 정신과 의사의 시선으로,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 등을 치유한 다양한 사례를 바탕으로 공감하는 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공감은 다정한 시선으로 사람 마음을 구석구석, 찬찬히, 환하게 볼 수 있을 때 닿을 수 있는 어떤 상태다. “우리 아이가 재수할 때 수시로 해주었던 `엄마는 너를 믿어. 어떤 결과가 나와도 괜찮아'라는 말 한마디가 힘이 되었다는 말과 연결된다.

살아가면서 친구나 지인에게 어설픈 충고를 한 적이 많다. 자신의 아픈 상처를 말할 때 공감보다는 무언가 결론을 내주려고 조바심했다. “누군가 고통과 상처, 갈등을 이야기할 때는 `충고나 조언, 평가나 판단 (충조평판)'을 하지 말아야 한다.”라는 저자의 말에 내 충고에 상처받았을 사람들의 원망 어린 눈길이 되돌아오는 듯하다. 그저 따뜻한 눈길, 부드러운 숨길로 감싸주면 되는데.

책에는 기억하면 좋을 보석 같은 구절이 참 많다. “자식을 잃은 부모의 슬픔이 어째서 우울증인가. 말기암 선고를 받은 사람의 불안과 공포가 왜 우울증인가. 은퇴 후의 무력감과 짜증, 피해 의식 등이 어떻게 우울증인가. 학교에서 왕따를 당한 아이의 우울과 불안을 뇌신경 전달 물질의 불균형이 초래한 우울증 탓으로 돌리는 전문가들은 비정하고 무책임하다. 흔하게 마주하는 삶의 일상적 숙제들이고 서로 도우면서 넘어서야 하는 우리 삶의 고비들이다.”

조금은 험난한 삶의 일상적 숙제들을 서로 도우면서 풀어가는 용기, 타인의 고통에 진심으로 아파하며 집중해서 들어주는 따뜻한 시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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