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얼어붙은 기부문화
불황에 얼어붙은 기부문화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8.12.17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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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연지민 부국장
연지민 부국장

 

연말을 맞아 충청타임즈와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처음으로 `소외계층 지원 공동캠페인'을 진행했다. 매주 1회 지역 내 어려운 가정을 소개하고 그들에게 용기를 북돋으려고 기획된 캠페인은 지난주 금요일 6회로 마감했다.

지면에 소개된 이들은 하루가 시급할 정도로 경제적 어려움에 부닥쳐 있는 위기가정이다. 딸과 둘이 청주에 사는 박영희씨는 유방암이 폐와 임파선, 머리로 전이돼 의료비와 생활비 감당도 어려운 실정이고, 20대에 뇌병변으로 쓰러진 김영미씨는 병상 생활 10년째 노모와 어린 두 아이에 의탁해 살고 있다. 음성의 장애인가구 김경준씨는 아내의 심장이식 수술 후 간병비와 생활비 부담으로 가족이 흩어져 살고 있고, 한부모 가정인 이미자씨는 희귀난치성 질환을 앓으며 딸과 살고 있지만, 월 10만원도 되지 않는 부업과 딸의 아르바이트로 근근덕신 생활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옥천의 박상민씨는 40년전 예기치 못한 교통사고로 얻은 장애와 질병에 시달리며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고, 음성의 김영수씨는 부상과 만성질환에 시달리며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육체적·경제적으로 능력을 상실한 이들에게 이웃의 관심과 따뜻한 온정이 꼭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기부 민심은 차갑게 얼어붙었다. 천원, 만원이 쌓여 위기가정에 보탬을 주어야 하는데 호주머니 풀기가 더 어려워졌다. 경기침체가 몇 년째 장기화하면서 서민들의 기부문화는 좀처럼 탄력을 받지 못하는 것이다. 급격한 유통구조의 변화로 자영업이 위기를 맞고 있고, 줄어드는 일자리와 미래에 대한 불안심리까지 겹치면서 이웃을 돌아볼 여력이 없어진 게 사실이다. 각박한 세상을 따뜻하게 만들어주던 `가난해도 십시일반'했던 우리의 정(情) 문화도 실종되어 가는 것 아닌가 싶다.

연말이면 의례 하는 나눔 행사로 받아들이는 것도 기부문화에 둔감해지는 원인으로 보인다. 경제적인 팍팍함과 기부단체에 대한 낮은 신뢰도도 기부 참여도가 줄어드는 큰 요인으로 꼽히지만 `기부'라는 단어가 일반화되고 보편화 될 때 느끼는 감정이나 감각도 둔해지기 때문이다. 물론 기부포비아의 탓도 있겠지만, 자본주의 사회로 치달을수록 나눔을 실천하는 일에 인색해지는 현실이고 보면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기부문화가 얼어붙으면서 사회복지단체나 기관은 직격탄을 맞고 있다. 매년 사랑의 연탄나눔운동을 추진하고 있는 징검다리는 해마다 줄어드는 성금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고, 충북사회공동모금회도 올해 사랑의 온도탑을 지난해와 같은 66억원을 목표로 성금 모금에 들어갔다. 충북모금회의 성금 현황을 보면 17일 현재 17억원가량으로 목표 달성액의 26% 수준에 그치고 있다.

`어렵다'라는 말이 입에 붙을 정도로 녹록지 않은 현실이지만, 생각해 보면 우리나라 역사 이래 `지금'처럼 풍요로운 적은 없었다고 본다. 풍요로운 가운데 빈곤이란 불안이 자리를 차지하면서 남을 돌아보는 시선도 줄어든 셈이다. 경쟁사회가 부추기는 물질만능주의는 `함께 행복하기'보다 `나만 행복해지자'는 사회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것이다.

가진 것이 많다고 이웃과 나눌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함께 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을 때 나눌 것도 있다. 가난은 임금도 구제를 못 한다고 하지만, 작은 나눔이 힘겹게 살아가는 이웃들에게 희망의 불씨가 될 수 있다.

겨울을 몰고 오는 12월은 비움의 계절이기도 하다. 앞만 보고 달려온 시간을 잠시 멈추고 뒤돌아보는 시간이다. 나를 돌아보고, 이웃을 돌아오고, 주변을 돌아보라는 겸허의 시간이다. 어렵고 힘들수록 함께하고 나누는 충북의 문화가 조성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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