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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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류충옥 수필가·청주 성화초 행정실장
  • 승인 2018.12.16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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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대로 붓가는대로
류충옥 수필가·청주 성화초 행정실장
류충옥 수필가·청주 성화초 행정실장

 

12월은 마무리의 달.

1년을 돌아보며 반성을 하고 새 희망을 다지는 달이다. 이달은 많은 단체가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한 송년 모임을 한 번씩 갖는다. 맛집으로 소문난 식당은 예약을 미리 하지 않으면 당일에 잡기는 너무 어렵다.

예전에는 사람들을 집으로 초대하여 집에서 함께 식사하는 일이 많았었다. 그러나 요즘엔 사생활 노출을 꺼려 식사는 고사하고 차 한 잔도 밖에서 만나서 나누다 보니 찻집도 우후죽순처럼 너무 많이 생겼다.

요즘 추세가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모임 회원 중 1년에 한두 번씩 집으로 초대하여 정성스러운 집밥과 따뜻한 마음을 주시는 분이 있다.

다양한 색상의 여러 가지 채소를 채 썰고 삶은 닭고기를 맛있게 양념한 구절판을 만들어 월남쌈에 싸서 먹게 하고, 들깻잎과 고기를 다져 톡톡 터지는 들깨까지 넣은 전, 담백하게 양념하여 조린 삼치조림, 더덕구이 등을 준비하셨다.

약선 재료로 건강까지 신경 써서 차려주신 음식이다. 거실 가득 다양한 효소들과 담금주가 가득하여 약주도 한 잔씩 곁들이니 풍미가 더욱 진하고 감미롭다. 다른 회원들도 떡국 떡과 만두를 준비해 오고, 직접 농사지은 아로니아로 만든 아로니아 동결건조 가루와 잼도 가져오시고, 선물로 책을 사오거나, 손재주를 활용하여 크리스마스카드를 만들어 오시고 과일과 음료 등을 사 오시는 등 나름의 정성들이 모였다. 서로에게 기운을 북돋아 주는 송년 모임이다.

독립해서 살아보겠다고 나간 아들이 와서 집밥을 찾는다. 주말 부부인 남편도 집밥을 찾는다. 흔히 먹는 김치찌개나 된장찌개에 계란찜 하나에도 맛있게 먹어주는 모습을 보니 참 흐뭇하다. 밖에서 사 먹는 음식에서 찾을 수 없는 정성이 고팠을 것이다. 그만큼 심적으로 힘들었던 마음을 채우고 싶어서일 것이다.

밥은 우리가 살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될 필수요소이다. 삶의 원동력이다. 그래서 예전에 어머니는 아랫목에 밥을 한 그릇씩 이불에 싸서 묻어두셨다. 집 나가 있는 자식들 굶지 말라고 집에서라도 몫을 챙겨놓으신 것이다. 시어머니도 늘 밥이 떨어지지 않게 여유를 두셨다. 그 밥은 찬밥이 되어 당신 몫으로 돌아왔지만, 기꺼이 감내하셨다.

한식에서 밥은 주식이므로 한 끼 식사의 가장 기본이다. 그래서 밥을 소중히 여기고 밥을 남기거나 버리는 것에 죄의식을 가지셨다. 농사를 주로 했던 농부들에게 쌀 한 톨이란 피와 땀 한 방울이었으리라.

집밥을 함께 먹는다는 것은 내 삶을 공유하는 것이고, 인생을 나누는 것이다. 생명의 원동력인 밥을 먹으며 서로 에너지를 채우는 상생이고, 대화를 통하여 마음을 소통하는 것이다. 음식으로 나에게 온 쌀 한 톨, 콩 한 알이 영글기까지 낮과 밤의 우주 역사가 담겨 있다. 음식으로 온 우주 역사와 땅의 기운을 받아먹으며 오늘도 내 삶은 에너지를 충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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