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있어 그래도 살만한 세상입니다”
“당신이 있어 그래도 살만한 세상입니다”
  • 권혁두·한권수·이준희 기자
  • 승인 2018.12.13 19: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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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동 `풀빵아줌마' 이문희씨 18년째 이웃사랑
제천 얼굴없는 천사 16년째 연탄 2만장씩 기부
대전시 동구 익명의 기부천사 쌀·현금 등 전달
영동 `사랑의 풀빵아줌마' 이문희씨 .

경기한파로 온정이 얼어붙었다.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지만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

 

힘들게 겨우겨우 살아가는 사람들이 더 소외될 수밖에 없는 세상이다.

그럼에도 변함없이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로 인해 “그래도 살만한 세상이다”는 따뜻함이 전해지고 있다. 소외계층에 큰 힘이 됨은 물론이다.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충북에서 진행되고 있는 연말 기부금 모금이 얼어붙었다.

대규모 모금 운동을 벌이는 사회복지기관은 물론 사회복지시설, 지역아동센터 등도 타격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지난달 `사랑의 연탄나눔운동' 출정식을 가진 (사)징검다리가 해마다 줄어드는 성금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9월부터 충북도내 순회모금행사를 진행한 `2018-2019 사랑의 연탄나눔운동' 총 모금액은 지난해보다 16.21% 줄어들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연탄 1장 가격은 600원으로 올라 연탄을 지원받는 가구 수도 줄어들 전망이란다.

이뿐이 아니다. 연말이면 생활용품 지원이 이어졌던 사회복지시설과 지역아동센터 등도 얼어붙은 기부문화로 후원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사랑의 온도탑 제막식을 시작으로 희망나눔캠페인을 벌여 성금 모금을 하고 있는 충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도 올해 모금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절망적이지는 않다.

어려운 가운데서도 변함없이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이 세상은 그래도 살만한 세상”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충북 영동군지역에 `사랑의 풀빵아줌마'로 알려진 이문희씨(56·양강면 마포리)가 올해도 어김없이 작지만 큰 나눔을 실천했다.

이씨는 13일 불우이웃을 돕는데 써달라며 양강면사무소를 찾아 53만1000원이 든 저금통을 기탁했다. 이씨는 영동읍 계산리 중앙시장 입구에서 풀빵을 구워 팔면서 하루도 빼놓지 않고 500원짜리 동전을 돼지저금통에 넣어 꽉 차면 불우이웃 돕기 성금으로 기부하고 있다.

매년 이어진 이 따뜻한 나눔은 18년째 계속되고 있다. 넉넉한 형편은 아니지만, 주위에 추운 겨울이 더 힘들고 어렵게 사는 이웃이 적지 않다는 생각에 500원짜리 동전을 차곡차곡 모아 기부하고 있는데 올해로 18년째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충북 제천에는 16년 동안 연탄을 기부하는 `얼굴 없는 천사'도 있다.

그가 올해도 어김없이 나타났다. 지난 12일 낮 12시 20분쯤 한 여성이 제천시청 사회복지과 사무실을 방문해 직원에게 1500만원 상당의 연탄 보관증(연탄 2만장)이 든 봉투를 전달하고는 황급히 돌아갔다. 신원을 확인할 시간도 없이 “담당자에게 전달해 달라”는 짤막한 말 한마디 남기고 사라졌는데 이 `얼굴 없는 천사' 역시 16년 동안 매년 12월 중순이면 어김없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올해도 대전 효동·판암1동 주민센터에 어김없이 도착한 쌀.

 

또 있다. 대전시 동구 효동·판암1동 주민센터에는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쌀을 한가득 실은 트럭이 도착한다. 올해도 왔다. 효동주민센터에 쌀 480㎏, 판암1동주민센터에 520㎏ 등 총 1000㎏ 쌀이 전달됐다. 이름을 밝히지 않는 이 독지가는 벌써 3년째 사랑의 쌀을 기부하고 있다. 판암2동주민센터에 또 다른 익명의 후원자가 현금 70만원이 든 봉투를 내놓는 등 `얼굴없는 천사'들의 선행이 이어지고 있다.

임동현 (사)징검다리 대표는 “지역 곳곳에서 얼굴 없는 기부 천사들의 훈훈한 선행소식이 들린다. 이들의 기부는 사람 사는 세상을 일깨우는 큰 울림으로 다가 온다”면서 “역시 이 세상은 그래도 살만한 세상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고 말했다.

/권혁두·한권수·이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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