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소중한 존재
가장 소중한 존재
  •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 승인 2018.12.13 18: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時 論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는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나'자신이다. `나'가 없다면 그 무엇도 존재할 수가 없다. 이 말에 공감하는 것도 `나'고, 반대하는 것도 `나'가 있어야 가능하다. 종교인들이 지극정성을 다하여 하느님과 부처님을 신앙하는 것도, 하느님과 부처님을 위해서가 아니다. 내가 더 건강해지고 지혜로워져서,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일 뿐, 불행해지기 위해서가 아니다. 어느 종교든 신앙하기 전보다, 그 후의 삶이 더 불행해진다면, 더 이상 믿고 따를 필요가 없다. 명상 수행도 마찬가지다. 하지 않는 것보다 하는, 것이 나에게 더 좋다는 판단에서 하는 것뿐이다.

내 자식이 아플 때 보다, 남의 자식이 아플 때가 신경이 덜 쓰인다. 이것도 `나'때문이다. 남의 자식보다, 내 자식이 아픈 것이 훨씬 더 `나'를 불편하게 하고, 힘들게 만들기 때문에 저절로 신경이 더 쓰이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가 바로 `나'자신이라는 절대 명제가, 나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다 자기 자신을 가장 소중한 존재로 여기고 있다는 것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누군가 자신은 오직 하느님의 종이며 성령의 도구일 뿐, 하느님만이 가장 소중하다고 주장한다면, 이 또한 그 같은 생각을 일으키고 그 같은 견해를 절대시하는 자신이 가장 소중하다는 것을 강변하고 있는 것에 다름 아니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가 바로 자기 자신이란 엄연한 사실 때문에, 인간은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고 사랑할 수밖에 없다. 나만 옳다고 하고, 나만 좋고자 하거나 나만 이득을 보려고 하면, 상대방도 자신만이 옳다고 하고, 자신만이 좋고자 하거나 자신만이 이득을 보려고 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나를 중심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거나, 너를 중심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생각하고 행동한다면, 아(我)와 비아(非我)의 처절한 투쟁만이 있을 뿐이다. 다행인 것은 진정으로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란 사실을 깨달았다면, 나 이외의 모든 사람들 또한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고 고귀한 존재란 사실을 결코 모를 수 없다는 사실이다.

`먹는 음식을 가지고 장난치면 삼대가 망한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을 통해 우리가 쉽게 알 수 있는 것은, 자신이라면 먹지 않을 음식을 타인이 먹도록 하는 짓을 결코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모두가 다 함께 지독히 이기적이고 파렴치한 `나만이즘'을 벗어나야만 진정으로 행복한 세상이 도래할 수 있음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런데 `나만이즘'을 벗어났다고 해서, 무조건 상대를 인정하고 양보해야 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나'의 기준에서가 아니라, 나와 너를 떠난 지공무사한 마음이라면, 옳은 것은 옳다고 하고 그른 것은 그르다고 말해야 한다. 0점 조정된 저울이 원근친소에 걸림 없이 정확히 무게를 재는 것과 다르지 않다. 소아적이고 이기적인 `나'를 벗어났다면 팔이 안으로 굽는 법 없이, 있는 그대로 정견하고 바르게 말해야 한다.

`나 없음'의 무아(無我)를 깨달은 `심령이 가난한 자'라도, 어느 한순간 실수도 하고, 잘못을 저지를 수도 있다. 그러나 타인의 비난이나 법적 제재 때문이 아니라, 스스로가 즉시 마음을 0점 조정하고 지공무사함을 회복함으로써,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책임지는 것이 다를 뿐이다. 이것이 바로 참다운 인간의 위대함이고, 인간이 만물의 영장인 소이(所以)가 아닐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