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급식 합의조건이 명문고라니
무상급식 합의조건이 명문고라니
  • 임성재 칼럼니스트
  • 승인 2018.12.13 17: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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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논단

 

충북도와 충북도교육청이 고교무상급식에 합의했다. 양 기관이 충북도의회의 중재로 빠른 합의에 이른 것은 퍽 다행스러운 일이나 합의조건으로 충북도가 명문고 육성을 주장했다는 소식은 참으로 유감이다.

협의과정에서 논의가 있어서인지 합의서 문안은 `충북도와 충북도교육청은 미래인재 육성을 위해 공동으로 노력한다.', `충북도교육청은 자율학교지정, 명문고 육성을 포함한 다양한 미래형 학교모델을 창출한다.', `충북도는 인재양성재단 및 기타 유관기관과 협력체계를 구축하여 지원한다.'고 두루뭉술하게 되어 있으나 이시종 지사의 주장은 소위 명문대학교를 많이 보내는 유명 자사고 같은 명문고의 육성이었다는 후문이다.

자사고와 같은 특목고를 폐지하려는 문재인 정부의 교육정책이나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를 만들려는 충북도교육청의 교육방향과 정반대로 갈 것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명문고 육성이 이시종 지사의 평소 소신이었는지는 모르겠으나 그것을 고교무상급식의 협상조건으로 연계한 것은 무리수였다.

충북도나 이시종 지사가 교육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는지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세 번의 지사 선거에서 내건 공약을 봐도 무상급식 외의 교육 분야에 대한 공약은 크게 눈에 띄지 않았다. 그리고 이번 고교무상급식 협상에서도 지자체의 예산부족을 이유로 매년 한 학년씩 늘려가는 단계별 시행을 주장하더니 도의회의 중재에 의한 협상에서 명문고 육성을 들고 나왔으니 그 저의를 의심받게 되는 것이다.

이유야 어쨌든 충북도와 이시종 지사가 고교무상급식 협상과정을 통해 인재양성을 비롯한 교육 분야에 관심을 보인 만큼 진정으로 충북교육의 앞날을 위한다면 지자체의 교육투자액부터 대폭 늘려야 한다. 한국교육개발원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2018년 충북도의 교육투자액은 584억 원으로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전체 예산대비 교육투자액은 0.54%로 충남(0.56%), 대전(0.99%), 세종(1.59%) 등의 충청권 자지단체에 비해 형편없이 뒤떨어져 있고, 전국평균에도 못 미치는 전국 최하위권에 속해 있다.

이런 이유 때문이겠지만 충북도는 법으로도 제정되어 있는 학교급식 친환경 식재료 구입비용도 지원하지 않고 있다. 136억 원에 달하는 그 비용을 모두 충북의 기초단체들이 부담하고 있는데, 전국 광역단체 중 친환경 식재료 구입비를 지원하지 않는 곳은 경남도와 충북도뿐이다.

이렇게 교육지원에 무신경했던 충북도가 교육 분야에 관심을 갖는다면 가장 먼저 충북도가 직접 운영하고 있는 충북학사와 충북도립대학교에 대한 과감한 투자확대와 운영의 대전환을 권하고 싶다. 서울과 청주로 진학한 충북의 학생들에게 좋은 여건에서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일이다. 명문고를 만드는 일보다 이미 진학한 학생들이 마음 놓고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일이 더 가치 있어 보인다.

그리고 충북도립대학교를 전문대학 중의 명문으로 육성하는 일도 보람된 일일 것이다. 충북이 지향하는 태양광과 바이오산업으로 특화하여 학문과 취업에서 월등한 전문대학으로 육성한다면 도립대학으로서의 위상을 확고히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두 기관을 교육과는 무관한 행정관료 출신들이 장악하고 있다는 점이다. 충북학사나 도립대학교가 퇴직 공무원들에게 자리나 보전해주는 기관으로서의 관행을 되풀이하면서 인재양성과 교육을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제 충북도와 이시종지사는 명문고 환상에서 벗어나 무엇이 진정 충북교육이 발전하는 길인지를 충북교육을 전담하고 있는 충북도교육청과 긴밀히 협력하길 바란다. 예산지원을 빌미로 한 고압적인 갑의 자세가 아니라 조력자의 자세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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