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토의 삶
알토의 삶
  • 박윤희 한국교통대 한국어강사
  • 승인 2018.12.12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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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박윤희 한국교통대 한국어강사
박윤희 한국교통대 한국어강사

 

해마다 연말 즈음에는 TV에서 ○○예술대상 시상식을 한다. 올해 연기대상은 누구일까? 바쁘다는 이유로 영화를 못 본지 꽤 되었다. 그러면서도 올해의 연기대상은 누구인지 궁금하다.

나도 주인공처럼 살고 싶었던 적이 있었다. 학창시절 교회 성가대에서 알토만 주로 하였다. 알토는 소프라노를 받쳐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가끔 큰소리로 노래를 부르기라도 하면 작게 하라고 했다. 소프라노가 돋보여야 하기 때문이란다.

소프라노를 받쳐주는 알토가 아닌 나도 주인공이 되고 싶었다. 내 결혼식에서 처음으로 인생의 주인공이 되었다. 잠깐의 순간이었지만 좋았다. 그러나 결혼생활까지 주인공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남편을 위해, 아이들을 위해, 가족들을 위해 나는 다시 알토의 삶으로 돌아갔다. 나는 늘 알토의 삶을 산 것 같다. 내가 앞에 나서기보다는 남편 뒤에서 보좌해야 했고, 아이들에게도 조력자가 되어야 했다.

사람은 누구나 인생의 주인공이 되고 싶어 한다. 영화나 드라마 속 주인공은 멋있거나 예쁘다. 거기에서 우리는 희열을 느끼면서도 자괴감도 들곤 한다. 내가 저 영화의 주인공이라 생각하면 행복해 하지만 고난과 시련을 겪는 모습은 겪고 싶지 않다. 영웅이란 평범한 삶 속에서는 절대 나오지 않는다는 법칙이 있다.

영웅들의 성장 과정을 보면 부모가 없거나 불우한 환경 속에서 고난과 시련이 찾아오고, 죽을 고비를 여러 번 넘기고 난 후에야 성공한다는 스토리로 전개된다. 영웅이 된다는 것. 즉 주인공이 된다는 것은 많은 사람의 시기와 질투를 받는다는 공통점도 동반한다.

훌륭한 인물들 역시 어려움을 견디고 노력하여 이룬 결과이다. 많은 사람이 영웅을 꿈꾸기도 한다. 그러나 그건 현실적으로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주변 인물들의 희생이 따르기 마련이다.

이순신 장군은 한국 사람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훌륭한 장군임은 틀림이 없다. 효자로 전쟁 속에서도 어머님께 드리는 편지를 매일 썼다는 난중일기가 유명하다. 그러나 아들로서는 효자였겠지만 부모로서 자식이 성장할 때 곁에 있어 주지 못했고, 아내에게는 좋은 남편은 아니었으리라 짐작된다. 가족의 희생이 따를 때 비로소 영웅의 삶은 빛을 발하게 된다.

신라 충신 박제상 이야기도 있다. 신라의 눌지왕 때 충신으로 고구려에 볼모로 잡혀간 내물왕의 첫째 동생 복해를 탈출시켜 귀국했으나 집에 들르지 않고 다시 일본으로 갔다. 그리고 볼모로 잡혀 있던 둘째 동생 미사흔을 탈출시키고 자신은 남아서 발바닥을 벗겨 죽이는 고통을 맞이하며 죽는다. 박제상은 충신이었지만 가족에게는 가혹했다.

영웅들에게는 가족보다 국가의 소중함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런 영웅들로 인해 지금 내가 이렇게 편하게 살 수 있다. 하지만 나는 그 영웅의 가족이 되고 싶지 않은 것은 이기심일까?

`좋은 집에서 말다툼보다/작은 집에 행복 느끼며/좋은 옷 입고 불편한 것보다/소박함에 살고 싶습니다/비가 오거나 눈이 오거나/때론 그대가 아플 때도/약속한 대로 그대 곁에 남아서/끝까지 같이 살고 싶습니다. (중략) 평범한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벼랑 끝에서 보면 알아요~'

리아킴의 <위대한 약속> 노래 가사가 가슴에 와 닿는다. 평범한 것이 얼마나 위대한 약속인지 알게 하는 노래이다. 나이가 들면서 화려한 삶보다 필부필부로 살아가는 게 가장 행복하다는 생각이 점점 든다. 남편을 위해, 자식을 위해 살아가는 알토의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나의 편안함이 있다면 그건 누군가가 얼마큼 감수한 대가임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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