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거슬러 올라서야 되겠는가
거꾸로 거슬러 올라서야 되겠는가
  • 윤원진 기자
  • 승인 2018.12.12 20: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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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윤원진 차장(충주주재)
윤원진 차장(충주주재)

 

충주중원문화재단이 출범 2년 만에 또다시 논란에 휩싸였다.

2017년 1월 민간주도의 문화발전을 꾀한다는 목적으로 만들어졌는데, 최근 충주시가 예전으로의 회귀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시 문화예술과는 현재 대표이사 체제를 비상임 전무이사 체제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관련부서에서는 대표이사보다는 실제 일할 수 있는 직원을 1명이라도 더 늘리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이를 두고 지역문화계 관계자들은 충주시가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일에 대한 효율성을 높이려면 직원을 확충하는 것보다 대표이사 체제를 공고히 하는 게 원론적이라는 말이다.

중원문화재단은 옛 충주중원문화체육관광진흥재단에서 충주시설관리공단과 분리되며 탄생했다. 충주시의 역사와 전통을 계승해 지역의 자율적인 문화예술 활동을 진작시키고 시민의 문화적 삶의 질 향상을 위한다는 게 설립 취지이다.

이 때문에 출범 초기 지역 문화예술인들의 기대치가 매우 높았다. 특히 대표이사직은 중원문화재단을 이끌어 갈 핵심리더로, 어떤 인물이 맡을지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다.

하지만 충주시는 `끼워 맞추기 식'공모 규정과 `특정 인사에 대한 가이드라인 제시'등의 의혹을 받으며 대표이사를 선출했다. 이후 음악창작소와 사무국 직원의 인사 문제까지 반복적으로 제기되며 논란은 끓이질 않았다.

그러나 충주시는 정해진 절차에 따라 이뤄진 일이라며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대표이사에 걸맞은 사람을 문제없이 잘 뽑았다는 말이다. 그런데 2년의 시간이 흘러 다시 대표이사 자리가 논란이 되고 있다.

문화계 쪽에서는 일단 시의 해명은 말도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대표이사가 아닌 비상임이사 체제로 간다는 건 `자율적인'문화재단의 존재 이유에 반한다는 뜻에서다.

오히려 문화재단이 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려면 객관적인 인사 시스템을 통해 능력 있는 인사를 앉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실제 문화재단은 지난 2년간 공연에만 열을 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해만 공연을 17개나 유치했을 정도다.

하지만 문화재단의 사업은 조례에도 △지역문화진흥을 위한 사업의 개발, 추진 및 지원 △지역문화 관련 정책 개발 지원과 자문 △지역문화전문인력의 양성 및 지원 △지역문화예술단체 지원 및 활성화 사업 추진 △지역문화 협력 및 연계ㆍ교류에 관한 업무로 명시돼 있다.

이런 사업 유형을 볼 때 충주중원문화재단은 `낙제점'이라는게 지역 문화예술인들의 한결같은 평가다.

하지만 충주시는 이유 같지 않은 이유로 중원문화재단을 다시 담당부서에 맡기려는 모양새로 비춰진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공무원 입맛에 맞게 하려는 수작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통렬한 자기반성 없이는 발전할 수 없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문화예술인들은 대표이사든 비상임 전무이사든 책임감 있고 전문성 있는 사람이 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시는 누가 됐든 책임감 있고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면 되는 것이라고 했다.

옛날처럼 돈 좀 있고 명성이 있는 사람 앉혀놓고 `돈이나 쓰시죠'하는 시대는 갔다. 충주시가 이번에는 어떤 결정을 내릴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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