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공기청정기 설치 지원 어른 이해관계에 원아들은 뒷전
어린이집 공기청정기 설치 지원 어른 이해관계에 원아들은 뒷전
  • 석재동 기자
  • 승인 2018.12.11 20: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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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시, 16억6천만원 투입 720여곳에 설치 계획
H13→H12 등급 하향 … 허위견적서 의문 제기
이현주 의원 “초미세먼지 정화, 헤파필터가 핵심”
市 “어린이집聯서 완화 여론 … 업체도 1곳 불과”
첨부용. 서산시 한 어린이집에 설치된 공기청정기. (사진=서산시청 제공)
첨부용. 서산시 한 어린이집에 설치된 공기청정기. (사진=서산시청 제공)

 

청주시가 미세먼지 피해를 막고자 추진하는 어린이집 공기청정기 설치 지원사업이 업체와 어린이집, 정당 등의 이해관계에 정작 수요자인 원아들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청주시는 보건복지부 지침에 따라 16억6000만원(국비 50%, 지방비 30%, 자부담 20%)을 들여 720여 개 어린이집에 3130여 대의 공기청정기 설치를 지원할 계획이다.

지원 기준은 어린이집 1곳에 400만원 한도에서 보육실(유희실 포함)당 1대(50만원 한도)다.

시는 PM2.5 초미세먼지를 정화할 H13등급 헤파필터를 갖춘 스탠드형·벽걸이형 공기청정기를 어린이집이 개별구매하도록 4개 구청에 공문을 내려 보냈다. 시는 이어 등급을 H13에서 H12로 낮춰 구매할 수 있도록 기준을 완화했다.

이에 청주시의회 복지교육위원회 이현주(정의당·비례대표) 의원은 지난 7일 39회 시의회 2차 정례회 5분 자유발언을 통해 “초미세먼지 정화를 위해선 공기청정기의 헤파필터가 가장 핵심”이라며 “등급 기준을 완화한 것과 허위견적서 업체에 법적 대응을 하지 않았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정의당 충북도당·청주시위원회도 11일 기자회견을 열어 이 의원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시는 정의당의 의혹 제기를 일축했다.

시 관계자는 “복지부 권고사항엔 없지만, 청주시가 미세먼지가 심해 어린이들의 건강을 위해 애초 어린이집이 H13등급의 공기청정기를 구매하도록 권고했다”고 밝혔다.

이어 “나중에 어린이집연합회에서 해당 어린이집 수요조사 결과 스탠드형은 원아들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어 벽걸이형을 선호했지만, H13등급의 벽걸이형 제조업체는 1곳밖에 없어 어린이집에서 제품 선택의 폭이 좁으니 H12등급까지 기준을 완화해 달라는 의견이 많았다”고 기준 등급 확대 배경을 설명했다.

한 업체가 허위견적서를 제출한 데 따른 사업 배제 등 행정 제재와 관련해서도 “보조금을 지급한 것도 아니고 어린이집에서 개별구매하는 방식이어서 시에선 특정업체를 임의로 배제하거나 제재할 근거가 없다”며 “재견적 등은 개별구매 주체인 어린이집에서 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어린이집연합회 관계자는 “원아들의 안전을 중시하는 회원들의 요청이 빗발쳤다”며 “벽걸이형 H13등급의 선택 여지가 많지 않아 등급 기준을 낮춰서 선택의 폭을 넓혀 달라는 여론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른 시·군은 H12등급을 선택해 대부분 마무리 단계에 있지만, 청주시는 업체들의 경쟁으로 정당까지 나서면서 본질을 벗어나 실제 수요자인 현장의 목소리는 배제돼 정작 어린이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공기청정기 제조업체는 10여 곳이 있고, 이중 5~6개 업체가 어린이집에 견적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석재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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