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 - 현장에서
일상생활 - 현장에서
  • 안승현 청주한국공예관 학예실장
  • 승인 2018.12.11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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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알 고주알
안승현 청주한국공예관 학예실장
안승현 청주한국공예관 학예실장

 

`기적이란 천천히 이루어지는 것이다. 온몸을 던져 사랑하라, 마치 내일이 없는 것처럼 사랑하라. 청춘은 뭘 해도 멋진 것이다. 깊은 바닥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바닥이 두려운 것이다.'

지난 한 주는 매일 같은 글귀와 함께했다. 전시장에서 60여점의 글을. 단체전이라 매일 다른 작가들과 같은 글을 가지고 다른 이야기를 나눈다. 2년마다 서울과 청주에서 전시하는 동호회원들의 전시였다. 매회 다른 주제를 돌출하고 토론을 통해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는 터라 캘리그라피의 다양성을 볼 수 있다.

가독성이 높은 디자인적 작품에서 붓의 역동적 움직임, 윤슬이 느껴지는 작품, 그리고 붓과 먹물 외의 다양한 질료를 가지고 캘리의 조형성을 표현한 작품까지, 눈과 마음이 즐거운 한 주였다. 작가들과 매일같이 나눈 이야기를 통해 작업에 대해 공유한다. 캘리에 있어 가독성, “읽는다는 것이 무엇일까요? 꼭 읽을 수 있는 글로 표출해야만 하는 걸까요? 염화 미소처럼 읽는다는 것은 꼭 글과 말이 아니어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오스카 무리조 작품에서처럼 이야기하고자 함에 표출된 화면의 에너지로도 충분하지 않을까요? 어쩌면 읽기 어려운 글이지만 에너지가 있다면 더한 감동을 줄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그렇죠, 글의 디자인은 어쩌면 화면의 구성이 아닌 기획의 디자인, 혹은 경험에서 함축된 표출일 수도 있으니까요?”, “다른 이야기지만 한국화도 읽는 작품이 많죠, 김홍도의 황묘농접도가 그 중 하나죠” , “3,4월에나 피는 제비꽃과 7,8월에 피는 패랭이가 같은 화면에 있네요, 이해가 안 되죠?, 패랭이는 청춘을 나타내고, 제비꽃은 한자로 여의초라 하여 뜻한 데로 이루어짐을 비유합니다. 황묘의 묘(猫)와 접(蝶)은 칠십과 팔십 노인을 뜻하는 중국어와 발음이 같아 칠, 팔십의 노인을 상징합니다. 바위는 장수를 나타냅니다. 칠순을 넘어 팔순까지 청춘과 같은 젊음을 유지하며 건강하고 뜻한 대로 모든 것을 이루며, 장수하라는 이야기죠.”

“이 작품은 제5회 청주국제공예공모전 대상작품입니다. 출품제한 규격에서 약간 벗어난 작품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대상으로 선정된 작품입니다”, “이 작품에서 등받이와 팔걸이가 없는 상태, 다리와 상판만 있는 상태를 무엇이라 할까요? 스툴이라 합니다. 여기에 등받이를 부착하면 등받이의자, 백레스트체어라고 하죠, 팔걸이가 있으면, 팔걸이의자 암레스트체어입니다. 1인용이죠, 이 의자를 늘여 두 명 이상 앉게 되면 벤치가 됩니다. 여럿이 함께 앉을 수 있죠, 여기에 쿠션을 넣어주면 소파가 됩니다. 1인용 의자에 라운드 형태의 밴딩받침대를 부착하면 흔들의자 락킹체어가 되죠. 그리고 의자를 접었다 펼쳤다 할 수 있도록 하는 폴딩체어도 있죠”, “왜 팔걸이가 하나죠?”, “1인용인데 둘이 앉을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팔걸이 하나를 떼어냄으로써 함께 앉을 수 있도록 한 겁니다. 등받이 윗부분에 두 가닥의 가지가 올라가다 연결된 것이 보이죠, 연리지입니다. 가지枝자를 씁니다. 연리목은 줄기가 만난 것이죠, 사랑을 뜻하는 것입니다”, “2011년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때 선보였던 작품입니다. 스티브잡스가 거실에 유일하게 두는 물건이죠. 이 작품을 만든 작가는 평생 작업을 하면서 `편안하고 단단하고 아름다울 것, 나무의 종류를 두고 차별하지 말 것, 조형미를 갖추면서도 인간에게 유익한 도구가 될 것'을 모토로 삼았다 합니다.”

요즘 나의 일상이다. 매일같이 전시장에서 작가와 수강생, 관람객과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부쩍 늘었다. 서로 같은 관심사를 가지고 많은 이야기를 공유한다. 작은 공간이지만 점심때를 이용해 찾아오는 사람들, 늘 웃음으로 인사하는 사람들과 공유하는 현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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