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에서의 4차 산업
지방에서의 4차 산업
  • 정규호 문화기획자·칼럼니스트
  • 승인 2018.12.11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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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단상
정규호 문화기획자·칼럼니스트
정규호 문화기획자·칼럼니스트

 

카카오 카풀택시 개시 움직임에 항의하면서 서울의 택시운전사가 스스로 몸에 불을 붙여 목숨을 잃었다. 극단적 선택의 먼 배경에는 질풍노도처럼 밀려오는 4차 산업혁명의 광풍이 있다.

2016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은 `4차 산업혁명의 이해를 주요 의제로 설정했다.

4차 산업혁명은 한 마디로 디지털 혁명을 기반으로 물리적 공간, 디지털적 공간 및 생물학적 공간의 경계가 희석되는 기술융합의 시대로 정의된다.

4차 산업혁명의 주창자인 클라우스 슈밥은 이를 선도하는 기술로 무인운송수단 3D프린팅 첨단로봇공학 신소재 등 4개의 물리학 기술과 사물인터넷 블록체인 공유경제 등 3개의 디지털 기술, 그리고 유전공학과 합성생물학 바이오 프린팅 등 3개의 생물학 기술을 제시했다.

인류는 4차 산업혁명의 길을 택하지 않을 수 없다. 어쩔 수 없이 산업혁명의 시대로 흘러갈 테지만, 거기에는 생산성 향상이라는 당의정 속에 일자리 감소와 인간성의 상실이라는 고통이 뒤따를 것이다. 당장 2016년 다보스 포럼에서 발표된 `일자리의 미래 보고서'는 향후 5년간 세계 고용의 65%를 차지하는 선진국 및 신흥시장 15개 나라에서 71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며, 4차 산업혁명으로 210만개의 일자리가 새로 만들어지는 대신 500만개의 일자리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발간된 뉴욕 주립대 정치학부 교수 버지니아 유뱅크스의 <자동화된 불평등>은 인간(특히 가난한 사람들)을 표적으로 삼는 자동화 시스템의 실체를 충격적으로 폭로한다. 이 책에서 나는 다음 문장을 읽으면서 더 이상 책읽기를 계속할 수 없었다. “나는 인간을 알 수 없는 블랙박스로, 기계를 투명한 것으로 보는 생각이 심각한 문제라고 본다. 이는 내가 보기에, 공감을 위한 어떤 시도도 포기하면서 윤리적 성장의 가능성을 배제하는 세계관이다. 인간의 의사결정은 불투명하고 접근하기 어렵다는 생각은 우리가 서로를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하는 사회적 책임을 포기했음을 시인하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마다 빠짐없이 4차 산업혁명을 화두로 삼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을 통해 장밋빛 미래를 예상하고 있는데, 그 명암에 대한 적확한 분석과 진단은 거창한 구호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가장 먼저 진단이 이루어져야 할 빅데이터가 얼마만큼 축적되어 있는지 도대체 가늠할 수 없다. 그리고 데이터 축적을 위한 특별한 노력 또한 찾아보기 힘들다.

이웃나라 일본은 이미 지난 2015년을 기점으로 내각부 산하 <마을·사람·일창생본부>를 통해 지역경제 분석시스템 `RESAS(Regional Economy (and)Society Analyzing System)라는 빅데이터를 시행하고 있다. 중앙정부가 기업 간 거래와 사람의 유동, 인구동태 등 지역경제에 대한 통계와 분석 자료를 수집해 '지방판 종합 전략` 수립과 실행 및 검증이 가능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RESAS는 산업맵과 인구맵, 관광맵, 지방자치단체 비교맵 등 4개의 메뉴로 구성돼 있다. 이를 통해 일본의 지방자치단체는 자금의 흐름이나 고용 창출 효과, 산업의 부가가치 등을 판단하면서 특정 산업의 판로개척에 활용하고 있다.

청주 내덕동 인근 지역은 최근 인력공급업체와 여관가 달방이 성황을 이루고 있다. 일용직 노동자들이 주요 생활 터전으로 삼고 있는 탓에 유난히 저렴한 술집과 식당이 성업 중인데, 나는 아직 이런 지역의 속사정을 제대로 파악하려는 청주시의 움직임이 있다는 말을 듣지 못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사회 취약계층을 위한 공유주택이거나, 고용안정성 및 소외 집단 인권 등의 해결책을 만들 엄두가 있겠는가.

4차 산업혁명은 피할 수 없는 미래 희망이다. 그 성공의 바탕이 `인간적 선택'이 되어야 하는데, 그 디테일은 지방에서 먼저 할 수 있다. 진단과 분석, 그리고 데이터의 축적은 지방이 훨씬 유리하다. 부디 사람중심의 따뜻한 기초조사부터 선행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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