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기 소년이 아닙니다
양치기 소년이 아닙니다
  • 박재명 충북도 동물방역과장
  • 승인 2018.12.11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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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박재명 충북도 동물방역과장
박재명 충북도 동물방역과장

 

늑대가 내려와 양들을 헤치고 있다고 양치기 소년은 오늘도 외쳤다. 그러나 소년의 외침은 거짓말이었다. 한두 번도 아닌 장난에 마을 사람들은 양치기 소년을 믿지 않기 시작했다. 어느 날 양치기 소년은 정말로 늑대를 발견하였다. 그리고 소리를 쳤다. “동네 사람들~ 늑대가 내려와 양을 해치고 있어요!” 그러나 양치기 소년을 도와주러 오는 동네 사람들은 없었다. 결국 양치기 소년이 돌보던 양들은 무고하게 다치거나 죽었다. 이솝우화 `양치기 소년'의 줄거리다.

양치기 소년은 사람들로부터 신뢰를 잃어버렸고, 결정적인 순간에 화를 면치 못하였다. 양치기 소년은 왜 거짓말을 했을까? 혹시 동네 사람들로부터 관심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라는 꼬리표를 이 이야기의 끝에 하나 달아 본다.

올해 겨울 들어 국내에서 발견된 야생조류의 H5형 또는 H7형 조류인플루엔자는 모두 21번이 있었다. 야생조류에서 AI 검출은 사람들이 키우는 닭이나 오리에서 발생 가능성을 가늠하는 지표이기에 신경이 쓰인다. 특히 H5, H7형 조류인플루엔자는 고병원성이거나 아니면 고병원성으로 변이할 가능성이 높아서 무시할 수 없다.

그래서 H5나 H7형 인플루엔자 항원이 검출되면 고병원성 여부에 관계없이 검출지역을 중심으로 10km까지 `야생조류예찰지역'으로 설정한다. 구역 내 가금류를 이동제한하고 검사와 방역활동을 강화한다. 다행히 저병원성으로 판정되면 이런 조치가 해제되지만, 고병원성일 경우 3주 동안 통제 상태를 유지하며 가금으로 전파되지 않도록 예방활동을 한다.

다행히 올해 검출된 21건의 바이러스는 모두 저병원성으로 판정되었다. 검출되었다는 소식이 들릴 때마다 관계기관과 농가에서 긴장과 이완을 반복하는 형국이다. 같은 상황이 반복될수록 `또 저병원성이겠지.'라며 심각성이 둔해질까 걱정스럽다. 방역당국이 양치기 소년으로 될까 조심스럽다.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은 전국의 200여 곳에서 매월 조류 동시센서스를 추진하고 있다. 조사 결과 11월 말까지 도래한 철새는 약 76만수로 조사되었다. 금년도 1월의 조사 결과가 144만수였으니 이 시기가 최대 밀집 시기로 보인다. 그러므로 올겨울 철새는 53% 정도만 도래했고, 나머지 47%는 12월과 1월에 추가로 유입될 것으로 예측된다.

지금까지 철새의 조류인플루엔자는 모두 저병원성이었지만, 추가로 도래할 47%의 개체에서 새로운 바이러스를 싣고 올 여지는 남아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껏 저병원성만 나왔다는 이유로 양치기 소년처럼 취급하지 말아 주길 바라본다.

겨울철 가축방역은 꼭 조류인플루엔자 때문만은 아니다. 닭 전염성 기관염, 뉴캣슬병, 전염성 후두기관염 등은 겨울에 발생하는 대표적인 조류의 전염병이다. 조류인플루엔자를 차단 방역하는 노력이면 다른 전염병은 함께 예방할 수 있는 효과를 동시에 나타낸다. 실제로 몇 해 동안 이와 같은 전염병의 발생은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그러므로 야생조류에서 고병원성 바이러스가 아직 검출되지 않았다 해서 방역당국이나 축산농가나 관계시설에서 방역이 느슨해지는 일이 없길 바라본다. 저병원성 H5와 H7형도 주의해야 할 법정 전염병이며, 철새는 아직도 국내 유입단계이며, 가금류의 겨울 방역은 조류인플루엔자 하나만을 두고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모든 방역은 조류인플루엔자 예방하듯 방역하면 1석2조의 질병예방과 함께 생산성과 닭고기 안전성도 향상될 것이다. 양치기 소년의 장난이 무관심에서 시작된 것처럼 가축방역에 상관없더라도 도민 모두가 관심을 두고 응원해주길 바라본다. 아니 우리 모두가 상관없을 것 같지만 우리 모두는 축산물을 소비하는 당사자이고, 근본을 농업농촌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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