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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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진희 기자
  • 승인 2018.12.11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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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공진희 부장(진천주재)
공진희 부장(진천주재)

 

문무대신들이 한자리에 모여 한 소년의 강론을 경청하고 있다.

임금도 주의 깊게 강론을 들으며 자리를 빛내주고 있다.

아직 앳된 얼굴이 남아 있는 이 강사의 이름은 왕필(王弼).

당시 나이 16세로 추정된다.

왕필이 활약한 시대는 삼국지의 조조와 유비, 손권이 활약한 시대와 비슷하다.

중국 위나라의 노장철학자로 그의 저서 `노자주'2권은 `노자'주석의 고전으로서 중시되었다.

또한 `주역주'6권은 노장학의 윤리를 유가의 경전해석에 응용한 것으로 그의 대표작으로 간주된다.

24세로 병사했다.

왕필의 존재를 가능케 했던 것은 역설적으로 삼국시대라고 하는 변혁과 혼돈의 시기다.

나이를 불문하고 실력자를 실력자로 대접하는 창조적이고 자유분방한 분위기가 열여섯 살 소년을 강사로 모셔 그의 탁월하고 심오한 강론을 펼칠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진천지역 청소년들이 자신들의 경험과 꿈을 함께 성장하고 있는 동생들과 공유하는 `꿈꾸는 아이들의 또래학교'가 주목받고 있다.

진천군 평생학습센터에서 자유학기제 진로교육의 하나로 실시하고 있는 특화사업으로 청소년위원들이 직접 제안하고 기획해 올해 도입됐다.

고교 청소년들이 교사의 입장에서 고교진학을 앞둔 후배에게 자신들이 같은 시기에 겪었던 고민과 꿈을 공유하고 상담수업을 진행하며 진로선택을 돕는 프로그램이다.

진천군은 또래 강사 육성을 위해 지난 9월부터 진천교육지원청과 연계해 멘토와 멘티의 역할, 코칭의 기술, 효과적인 이야기 전달법 등의 프로그램을 구성해 학생들이 후배들에게 효과적인 교육을 할 수 있도록 전문성 강화교육을 지속 시행해왔다.

군은 이 프로그램의 성과를 평가해 진로교육뿐만 아니라 자유학기제를 통한 교과과정에도 일정부분 도입해 실험적인 전인교육을 지속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또래학교를 추진하고 있는 진천군의 노력에는 작지만 의미 있는 시도들이 엿보인다.

무엇보다 학생들이 제안 기획한 프로그램을 수용한 일이다.

학생들을 교육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던 기존의 관성에서 깨어나 교육의 한 주체로 인정하는 열린 마음이 있어 가능한 일이다.

또 하나는 교육지원청과 손을 맞잡은 발상의 전환이다.

또래강사의 역량강화를 위해 전문성을 갖춘 지역자원과 연계하려는 노력은 탁월한 선택이 아닐 수 없다.

이와 함께 이 프로그램을 교과과정에 일정부분 반영하려는 실험정신이다.

진천군의 이러한 노력과 진심이 진천의 왕필을 배출하는 또 하나의 전인교육의 방법으로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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