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국립현대미술관에 거는 기대
청주 국립현대미술관에 거는 기대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8.12.10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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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연지민 부국장
연지민 부국장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을 찾았다. 좋은 전시 소식이 있으면 주말을 이용해 가는 곳이다. 적절한 시간을 잡지 못해 몇 번을 미루다 찾았다. 한국 단색화의 대가 윤형근의 작품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박수근, 이중섭, 김환기 작가의 명성에 비해 아직도 많은 이들에게 낯선 이름이지만 한국화단에서 윤형근의 작품세계는 독보적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외국에서 한국만의 화풍으로 인정하고 있는 단색화이고 보면 그의 명성도 어림짐작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윤형근 작고 11년을 맞아 회고전으로 개최한 이번 전시는 일반인들이 평소 보기 어려운 그의 대형 작품을 구성해 벽면 가득 담아내고 있다. 하늘과 땅을 단순하고 간결하게 이미지화한 화폭은 검은색과 황토색의 대비를 통해 한 편의 대하드라마가 펼쳐지듯 관람객을 압도한다. 거대한 산과 마주하는 듯 작품에선 대가의 기품도 느껴진다. 사후 새롭게 조명하기 시작한 그는 박수근, 이중섭, 김환기의 뒤를 이을 한국의 대표적인 작가 중 한 명이 분명하다.

서설이 길었지만 그런 윤형근 작가의 고향이 청주 미원면 미원리이다. 충북에서 나고 자라고 일했던 충북의 인물이지만 고향 사람들조차 모르는 인물이 되어 가는 것이다. 그의 삶을 돌아보면 1928년 미원에서 태어나 미원초등학교를 졸업한 후 청주상업학교에 입학했다. 이때 미술선생님의 영향을 받아 미술공부를 시작했다.

그러나 일제강점기로 미술 유학이 좌절되고, 미원금융조합에 서기로 입사했다가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에 합격하면서 미술의 길로 접어든다. 스승이자 장인인 김환기와의 만남도 이때다. 이후 서울대 학생운동으로 제적당한 후 청주로 돌아와 청주여자상업학교 미술교사를 지냈고, 한국전쟁 후에는 청주여고 교사로 재직하기도 했다. 4·19 직후 이승만 정권에 대한 강경 발언이 문제가 되었고, 학교를 사직 후 서울로 상경한 그는 고향과 멀어진 채 작가의 길을 걷게 된다.

대가에게 주어진 여정은 혹독한 시련이었다. 충북인이 아니라 해도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등 참혹했던 역사적 시기에 청년기를 보내고, 낡은 이념에 혹독한 여정을 걸은 윤형근 회고전은 그래서 더 의미가 크다. 이는 국립현대미술관이었기에 가능한 전시였다고도 보인다. 청주시립미술관 개관전에 걸린 윤형근의 두 세개 작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규모다.

그래서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개관에 거는 기대 또한 크다. 수장고 개념을 도입한 신개념 미술관으로 문을 열게 될 청주관은 크게 개방 수장고와 보이는 수장고, 보이는 보존과학실을 주요시설로 하고 있다. 개방 수장고는 미술관과 정부·미술은행 소장품을 바탕으로 형성된 국내 최초의 개방 수장고로 운영하고, 보이는 수장고는 관람객들이 유리창을 통해 대표 소장품의 수장, 보존 상태를 관찰할 수 있는 방식으로 운영한다고 한다. 보이는 보존과학실은 유화작품보존처리실과 유기, 무기분석실 3개실 개방을 통해 관람객과 보존과학자가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해 새로운 볼거리도 제공할 방침이다. 또 김환기, 이중섭, 이응노 등 국내 미술가들의 대표 소장품이 수장된다고 하니 긴 시간을 할애하면서 서울을 찾아야 할 이유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예산과 인력의 차이겠지만 수장고의 기능에 지역에서 할 수 없는 전시 기획이나 인물, 작품 조명도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이 나서서 해야 할 일 중 하나이다. 지역과 함께하는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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