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아 안녕
마음아 안녕
  • 민은숙 청주 동주초 사서교사
  • 승인 2018.12.10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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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말하는 행복한 책읽기
민은숙 청주 동주초 사서교사
민은숙 청주 동주초 사서교사

 

직장인들이라면 다 마찬가지겠지만, 꾹꾹 눌러 참고 인내하며 사는 것 같다. 그만큼 아이였을 때처럼 잘 울지 않게 되고, 웃을 일도 그리 없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울었던 때가 언제였더라. 마지막으로 웃었던 때는 언제였더라. 라고 생각해 보게 된다.

최근에 우울하고 힘든 일이 있었는데, 맛있는 음식을 큰 맘 먹고 사 먹고, 행운을 기대하며 로또를 해 봤다. 결과는 꽝이고, 여섯 개 중 하나도 맞진 않았지만 그래도 조금 불편하고 서운한 마음이 날아간다. 또 이렇게 다독이면서 사는 거지 싶다. 마음을 도닥이면서. 그렇게 산다.

이 책을 그래서 또 읽는다. 첫 구절부터가 인상 깊다. `내 주위에는 온통 괴물들뿐이다.' 책에는 주인공 아이 혼자 분홍 치마를 입고 있는데, 주변이 전부 어둡다. 저편에서 싸우는 건지, 춤을 추는 건지, 손을 흔드는 건지 애매한 그림자만 있을 뿐이다.

첫 장 다음에는 `오늘도 빨리빨리 괴물이 나를 다그친다 / 빨리 먹어! 빨리 씻어! 빨리 가자! 빨리빨리!“ / 그럴수록 손도 발도 내 맘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 천천히 하면 나도 잘할 수 있는데.'라는 글이 나온다.

그렇게 끄덕끄덕 괴물과, 와글와글 괴물, 메롱메롱 괴물, 내꺼내꺼 괴물. 결국 말할까 말까 고민하다 아이 스스로 껍질을 깨고 나와 할 말 하는 이야기다.

책을 보고 첫 느낌은 그야말로 놀랐다 일 것이다. 아무리 봐도 초등생도 아닌, 유치원 정도의 아이 이야기다. 아이 주변에 있는 괴물들은 아이 주변에 있는 사람들 이야기다. 유치원 애가 무슨 할 말이 그리 있나 싶었다. 그러나 아이에게도 불만이 있다. 불만을 참지 않고 말하고, `나는 천천히 할 거야!'를 외치는 이야기다. 싫은 건 싫다. 좋은 건 좋다. 말하고 나니 마음도 여유롭고 넓어져서 내꺼내꺼 괴물의 시샘에도 “그래 너 가져.” 하는 반응을 보여주고, 한 술 더 떠 “너도 함께 놀래?”를 말할 줄 아는 아이가 된다.

불만을 말하는 것은 항상 어려운 것 같다. 싫은 것을 사실 싫다고 말한다는 것은 힘든 일 같다. 사회인으로 살면서 언제부터인가 불만을 꼭꼭 숨기게 되고, 싫은 일이 있어도 웃으면서 `네'라고 말하게 된다. 그게 평화로운 사회생활을 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게 사실일 것 같다. 말하고 터놓고 감정을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너무 어려운 일 같다. 이 아이처럼 나도 싫으면 싫다고 당당히 이야기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뒷면의 작가 소개를 읽는다. `마음아 안녕'(최숙희 글, 그림). 아이가 있다면 알고 계실 그림책 작가 선생님이다. `괜찮아', `나랑 친구 할래?', `너는 기적이야'등의 이야기를 만들고 그렸다. 볼로냐 아동 도서전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 스웨덴 국제 도서관 올해의 작가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 책은 작가가 어린 시절 자신의 모습처럼 수줍고 소심한 아이들을 위로하고 응원하는 그림책, 한 아이의 엄마로 살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엄마들 마음에 공감하는 그림책을 만들고 싶다고 한다.

작가의 글인 것 같은 판권장의 글 하나를 읽어 보자.`마음속에서 아무리 폭풍이 몰아쳐도, 조용히 담아 두기만 하면 아무도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어린 시절에는 뭐든지 서툴러서, 내 마음을 제대로 표현하기가 어렵기만 하지요. 이런 아이들에게 용기를 주고 싶어 “`마음아 안녕'을 만들었습니다” 라고 한다.

그 말이 왠지 나에게 해 주는 말 같다. 마음을 표현하기 어려울 때 조용히 다시 읽어 보고 싶다. 두렵고 힘들지만, 용기를 내서 말하면 속은 참 시원해질 것 같다. 아마 다들 마음속에 하지 못한 말을 해 보고 살아보자. 그게 필요할 거 같다. 이 아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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