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 한 장
달력 한 장
  • 임도순 수필가
  • 승인 2018.12.09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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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대로 붓가는대로
임도순 수필가
임도순 수필가

 

한 장 남은 달력을 보며 벌써 한해가 가는구나. 세월의 빠르기가 연령대에 따라 나타난다는 표현이 실감 난다. 지나온 2018년을 돌아보고 다가오는 다음해에 밑그림을 그린다. 해가 바뀔 때마다 나타나는 결과가 비슷하여 올해의 마지막 달도 그렇게 지나가겠지 하면서도 마음속에서는 욕심을 부린다.

하루하루의 시작과 끝이 이어져 한 달이 되고, 한 달 한 달이 모여져 이제는 마지막인 12월에 서 있다. 태어나면서부터 시작된 일 년의 첫 달과 마지막 달이 수십 번 지나갔지만, 항상 불만으로 마무리되었다. 만족하지 못하여도 세월을 되돌릴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변함없이 반복되는 생활이 이어진다.

일 년 전에 무술년의 꿈과 희망이 무엇인지 다시 되짚어보았다. 새해를 맞으며 건강을 기본으로 하고 가정에 탈 없이 지내기를 바라며, 자식들이 짝을 찾아 더 나은 생활, 행복한 인생이 이루어지기를 기원하였다. 기본적이고 평범한 일상이 유지되기를 바라는 소박한 꿈을 그렸다. 나에 대한 욕망이나 욕심보다는 자식들을 향한 마음이 더 컸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단계에서 정리해본다. 바랬던 일은 내가 노력해서 되는 일과 인연이 맺어져야 하는 운명적인 것도 있다. 올해에도 똑같은 바람을 가지고 내년을 맞이해야 하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언제까지 바람만으로 이어질지는 모르기에 이제는 초연한 마음으로 기다리기로 한다. 다행인 것은 한 해를 마무리하며 나와 가족의 건강에 큰 이상이 없음에 감사하며 지나온 날들에 대하여 만족하고 있다.

일 년은 열두 달 삼백육십오 일이다. 하나하나의 퍼즐이 쉽게 맞추어지지 않아도 세월은 흐른다. 제대로 된 완성품은 영원히 나올 수가 없는 존재인가. 마음을 비우고 늡늡하게 살자고 하는데 잘되지 않는다. 자꾸 채우려 들고 빈 곳에 눈이 자주 가는데 표시는 하지 못하고 답답한 마음뿐이다. 자식에 대한 바람이 소박하다고 느끼는데 현재로서는 소박한 꿈이 아니다. 내 생각이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살이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기만 하다. 새해를 마음에 두고 오늘도 상념에 젖는다. 경로우대를 받는 나이에 아내와 몸 건강을 위하여 관리를 잘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자식 걱정이 늘 주위에서 맴도는데 지우지를 못한다. 참으로 자식을 위한 사랑은 식지를 않아 문제다. 풀어야 하는데 마음속에서 똬리를 틀고 움직이지 않아 놓고 싶어도 마음뿐이다. 나이가 들면 꿈과 용기가 줄어든다는 말을 들었다. 간절하게 바라는 크기가 점점 소박해지고 삶에서 기본적인 것으로 만족하게 한다.

한 해를 보내며 계획했던 꿈이 열매로 탄생하던지 희망사항으로 유지되든지 세월은 모든 것을 초월하여 변함없이 흐른다. 세월은 개인의 느낌에 따라 속도가 조절되는 신기한 마술사다. 마지막 달 달력이 한 칸씩 채워진다. 여러 가지 모임과 행사에 마무리라는 표식을 하고 평소와는 다른 의미를 주며 지낸다. 무술년을 보내며 큰 탈 없이 평탄하게 이어진 길인데도 부족한 마음이 드는 것은 욕심이지 싶다. 삶에서 마음이 넉넉해야 부자인데 세월이 더 가면 여유가 생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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