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번째 이주 `공항난민'의 기구한 사연
세번째 이주 `공항난민'의 기구한 사연
  • 석재동·조준영기자
  • 승인 2018.12.09 20: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에어로폴리스 2지구 사업 대상지 입동리 주민들
1976년 공군 전비 입주 쫓겨나다시피 고향 등져
새 터에 1991년 청주공항 건립 … 또다시 이삿짐
20가구 낮은 보상가 한걱정 “빚 안 지게 해달라”
세번째 이주하는 운명에 놓인 공항난민 청주시 내수읍 입동리 마을에 이주대책을 요구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조준영 기자
세번째 이주하는 운명에 놓인 공항난민 청주시 내수읍 입동리 마을에 이주대책을 요구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조준영 기자

 

속보=청주국제공항 인접지역에서 추진 중인 청주에어로폴리스 2지구 사업대상지(청주시 청원구 내수읍 입동리) 주민들이 중앙과 지방정부의 정책에 따라 세 번씩이나 반강제로 이주하게 된 사연이 알려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본보 7일자 1면 보도

9일 주민들이 들려준 기구한 사연은 197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가롭던 농촌마을인 이곳에 갑작스레 공군 17전투비행단이 들어서면서 마을 주민들은 첫 번째 이삿짐을 싸게 됐다. 서슬 퍼런 유신정권시절이라 주민들은 쫓겨나다시피 고향을 등져야 했다.

대부분 농사를 생업으로 삼았던 주민들은 인근에 산재해 있는 농토를 버리고 떠날 수 없어 고향과 가장 가까운 곳에 새로운 정착지를 꾸렸다. 그곳은 바로 현재의 청주국제공항이 들어선 지역이었다.

어찌나 급박하게 이삿짐을 쌌던지 타지로 떠난 주민들은 오랜만에 집을 찾았다가 마을이 사라진 것으로 보고 당황해야만 했다.

당시 군인 신분이었던 문홍열씨(61)는 “휴가를 나와서 집을 찾아가야 하는데 이사 간 주소만 전해 받은 터라 곧장 집으로 가지 못하고 청주에서 여관을 잡고 하루를 묵었던 기억이 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항공기 소음 피해에도 굴하지 않고 고향을 지키던 주민들의 평온한 일상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주민들이 새롭게 터를 일군 곳에 1991년 청주공항이 들어선 것이다. 주민들은 또다시 15년 전의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농토와 가장 가까운 현재의 청주에어로폴리스 2지구 사업대상지가 주민들의 선택을 받았다. 한 덩어리가 돼 함께 두 번의 이주를 한 주민은 20가구 가량이었다.

두 차례의 이주 모두 제대로 된 보상을 받거나 이주자택지를 제공받지 못했다. 주민들은 사비로 토지를 매입해 새 삶의 터전을 일궈야만 했다.

고향을 지키겠다는 일념 하나로 살던 주민들에게 또다시 이주를 알리는 소식이 전해진 건 2016년이었다. 충북경제자유구역청(경자청)은 이곳에 항공산업·물류 등의 기업체들이 입주하는 전국 유일의 공항 중심형 경제자유구역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청주에어로폴리스 2지구로 명명된 이 산업단지는 이달 중 착공, 2020년 12월 준공을 목표로 한다.

주민들은 현재 이주자택지 마련을 두고 경자청과 갈등을 빚고 있다. 경자청에서 충분한 법률 검토없이 사업지구 외 지역에 이주자택지를 조성해 주겠다고 약속했지만, 올해 하반기 들어 돌연 관련법상 불가능하다며 약속 파기 수순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이주대상 32가구 중 세 번째 짐을 싸는 주민들은 20가구 가량이다. 7가구 가량은 두 번째 이삿짐을 싼다. 그 사이 중장년이던 주민들은 70~80대의 백발 성성한 노인이 됐고, 철부지 청소년들도 노년에 접어드는 나이가 됐다.

세번째 이주라는 공항난민 처지에 놓은 마을주민들은 이주에 따른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주민 김모씨(79)는 “전투비행장 조성 공사가 시작을 하면서 이곳으로 이사를 왔고, 이번이 세 번째”라며 “그때만 해도 군사정권시절이니까 꼼짝도 못하고 항의도 못하고 밀려나왔다”고 전했다.

김씨는 “여기서 나가면 주민들은 빚을 지게 된다. 이주를 하더라도 빚을 안 지게 해달라는 것이 주민들의 바람”이라고 말했다.

민모씨(60)는 “세번째 등 떠밀리다시피 쫓겨나게 되는 상황에 놓였다”며 “공시지가가 낮아 보상비가 집을 짓지 못할 정도로 터무니없이 적게 나올까 주민들 대다수가 걱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보상가 뿐 아니라 마을주민들 상당수가 노인들인데 이주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자청 관계자는 “주민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잘 알고 있다”며 “주민들과 협의를 통해 원만하게 이주자택지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석재동·조준영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