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동물 잡으랬더니” … 무분별 수렵에 주민 불안
“유해동물 잡으랬더니” … 무분별 수렵에 주민 불안
  • 조준영 기자
  • 승인 2018.12.06 19: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도, 진천·괴산·음성군 내년 2월까지 순환수렵장 운영
일부 엽사 허가구역 이탈·불법 사냥 등 부작용 속출
최근 4년간 총포·도검 등 안전관리 법률 위반 증가세
수렵장 관리 인력 턱없이 부족 … 안전체계 강화해야
충북도는 지난달 20일부터 내년 2월말까지 진천군과 괴산군, 음성군에서 순환 수렵장을 운영한다. /뉴시스
충북도는 지난달 20일부터 내년 2월말까지 진천군과 괴산군, 음성군에서 순환 수렵장을 운영한다. /뉴시스

 

“하루하루 불안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지난달 29일 오전 11시 20분쯤 괴산군 청안면 문당리. 마을 한 편에서 때아닌 사람과 동물의 대치가 벌어졌다.

엽총을 든 엽사 무리와 멧돼지. 첨예한 긴장이 흐르던 순간, 엽사 A씨(69)가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었다.

잠시 후 귀를 찢는 듯한 총성이 울려 퍼졌다. `탕!'. 고요하기만 하던 시골 마을이 발칵 뒤집혔다.

A씨가 총을 쏜 곳이 도로였던 데다 마침 이곳을 지나는 차량까지 있었던 까닭이다.

난데없는 굉음에 크게 놀란 차량 운전자 B씨(45·여). 그는 곧바로 112에 A씨를 신고했다.

하지만 현장 조사를 벌인 경찰은 A씨를 처벌할 수 없었다. 총기를 사용한 장소가 현행법상 일반도로가 아닌 `농어촌 도로'라는 이유에서다.

경찰 관계자는 “규정은 (일반)도로로부터 100m 이내에서 수렵을 금하고 있지만 A씨가 사격을 한 장소는 농어촌 도로였다”며 “법 적용이 애매해 처벌할 수 없어 해당 지자체에 공문을 보낸 상태”고 설명했다.

법망을 교묘히 벗어난 수렵 행위가 횡행하고 있다. 유해 야생조수 포획을 명분으로 내세운 무분별한 수렵 활동 탓에 주민 불안감은 날로 커지는 모양새다.

5일 충북도 등에 따르면 진천·괴산·음성군은 유해 야생조수 피해 저감을 목적으로 내년 2월 말까지 순환 수렵장을 운영한다. 허가 면적은 3개 지역 전체 1769㎢ 중 1413㎢(79.9%)다.

문제는 수렵장 운영 개시 직후부터 온갖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는 데 있다.

원인은 일부 엽사의 `욕심'에서 비롯한다. 소홀한 감시망을 뚫고 수렵 허가 구역을 이탈, 사냥을 하는 불법 행위가 대표적인 예다. 민가는 물론 축사, 도로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시도 때도 없이 울려대는 총소리에 수렵장 인근 주민은 불안과 괴로움을 호소하고 있다.

이승덕 괴산 청안면 문당1리 이장은 “마을에서 2~30m도 채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사냥하는 엽사들이 있어 불안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며 “자제를 요청하면 되레 면박을 받는 경우도 있다”고 토로했다.

악순환은 매년 되풀이되고 있다. 규정 미준수로 법적 처벌을 받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일어난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앞서 지난해 8월 단양에선 한 엽사가 민가 주변에서 총을 격발, 단독주택 유리창을 깨는 사고가 일어났다. 해당 엽사에게는 과태료 30만원 처분이 내려졌다.

경찰이 집계한 최근 4년(2013~2016년)간 총포·도검·화약류 등 안전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처벌 건수는 모두 49건(과태료 32건, 불구속 17건)이다. 연도별로 보면 2013·2014년 각 3건, 2015년 13건, 2016년 30건으로 증가세를 보인다.

잊을만하면 나오는 총기사고로 인한 인명 피해도 불안을 키우는 요소다. 2015년~올해 11월 도내에서 발생한 사고는 5건이다. 사고로 1명이 숨지고, 6명이 다쳤다.

이런 까닭에 순환 수렵장 안전 체계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를테면 수렵장 관리 인력을 늘려달라는 식이다.

올해 도내 수렵장 관리 인력은 289명이다. 수렵 신청 인원(1754명)과 비교했을 때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이마저도 유급 전문 요원은 소수에 불과해 사실상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수렵 전문가는 “수렵장을 운영하는 지자체는 환경부 권고 기준을 충족시키려 주먹구구식으로 인원수만 짜 맞추고 있는 실정”이라며 “안전 관리 인력 그룹 내 수렵 전문가가 전무한 수준인 만큼 특단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준영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