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임 환
조 임 환
  • 정인영 사진가
  • 승인 2018.12.04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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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영 사진가
정인영 사진가

 

지난 1987년 충남흑백사진연구회를 대전에서 창립, 정통 흑백사진연구에 이바지한 사진가 조임환. 그는 흑백사진에서 오는 주관적 색감과 느낌을 제대로 표출하는 재미를 무궁무진하게 이루어 낼 수 있다는 데에 자신의 작업의미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1938년 4월 일본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1학년 재학 중 광복이 되어 귀국한 그는 대전에 정착, 사업으로 젊은 시절을 보냈다. 그가 사진을 시작한 80년 당시 일본은 우리보다 훨씬 앞서 있었다. 일본사진을 배우고 싶었던 그는 충남대학교 교환교수(후쿠오카의과대학)를 만나 일본사진책을 구하고, 일본어를 배우면서 교재와 TV를 통한 사진공부를 했다.

얼마후 일본으로 건너가 사진가 후지모토를 만난 그는 확대기 1대를 받아 왔고, 기초부터 시작하여 안셀 아담스가 지은 카메라, 현상, 프린트에 관한 내용을 익혔다.

어디서 본듯한 사진은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사진을 자연이나 어떤 대상을 복사하듯이 찍어서 그 모습으로 항상 남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진정한 사진이라면 항상 재해석될 수 있는 역사적 사건이 되어야 하고 혼이 들어 있는 작품으로 생명력이 살아 숨 쉬는 것이야말로 자기를 표현한다고 강조했다.

`조임환의 작품세계'는 98년 `조임환의 사진이야기'로 이순(60세)의 나이에 출간됐다. 그는 이 책에서 오랫동안 해온 사진작업에서 얻은 자신의 사진 정신을 표출했다. 흑백사진작업만을 고집스럽게 해온 그가 단순하게 시야에 들어오는 것을 수집하는 것이 아닌 예술적 의미를 불어넣어 담은, 그 무엇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그의 사진작품을 보면서 은근하게 가슴에 와 닿는 것은 우리가 일상에서 별 생각 없이 지나쳐 버리기 쉬운 것들을 인간의 고독과 내면의 재해석을 말하면서 `내가 누구인가?' 하는 물음에 대한 답을 얻게 하였다. 그러한 의미에서 사진예술의 창조적 새 지평을 열었다고 하겠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첫째 삶에 대한 의미부여이다. 그 의미는 그리움이고, 진실과 희망이 진솔하게 표현됨으로써 오늘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던져주는 메시지가 있어야 한다.

둘째 시대인식에 근거한 내용을 전달해야 한다. 현장의 소리를 듣고, 옛날의 소리도 듣기 위해 만족한 결과가 나올 때까지 그곳에 드나들어야 한다.

셋째 내용과 주제에서 감동과 감흥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이 땅에 뿌리박고 사는 민중들에게 삶의 모습에서 파괴되고 잃어가는 의식을 농축되고 집약된 결정체로 이루어내야 한다. 사진작업을 하는 사람들이 마음속에 새겨두어야 할 말이다.

어떤 대상을 보았을 때 사진가는 순간의 영감으로 시공(時空)을 초월하고 이 시기가 지나면 다시 만날 수 없음을 알아 마지막 순간까지 사진가의 정신을 쏟아 붓는데 한 치의 오차도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가 오랜 세월동안 다닌 농촌을 이야기한다. 소외되고 있는 농촌문제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란 말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고 마을에는 노인들만이 남아 있다.

공업화로 국력을 다지는 현대화도 좋지만, 우리 농촌도 함께 번성하여 떠난 이들이 다시 찾아오고 풍성하고 활기 넘치는 화합의 날이 오길 기다리는 마음이 간절하다고….

그는 또 말했다. “내 사진을 더욱 갈고 닦아야지요. 그러나 앞으로 얼마나 더 사진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 때가 있어요.” 지금도 새벽 5시면 대전 근교서부터 작업을 시작하여 밤 11시가 넘어서야 귀가하는 그는 억척스러움 속의 짧은 인생을 의식하기도 했다.

“은염시대는 끝났다고 하지만 디지털이 발전할수록 오리지날 사진이 대접받는 시대가 빨리 온다는 생각을 하면서 기쁜 마음으로 작업합니다.” 가벼운 사진보다는 아날로그 사진이 진정한 사진이라고 역설하는 그의 눈이 정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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