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와 폴을 불러주세요
미와 폴을 불러주세요
  • 하은아 충북중앙도서관 사서
  • 승인 2018.12.03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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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말하는 행복한 책읽기
하은아 충북중앙도서관 사서
하은아 충북중앙도서관 사서

 

아이와 잠자리에 들기 전에 꼭 책을 읽는다. 책을 읽으면 자야 하는 것을 아는 아이는 계속 놀고 싶은 마음에 책을 한 아름 들고 온다. 그런 아이의 행동에 피식 웃음이 나온다. 목이 아파라 읽기도 하고 가끔은 내가 졸려 띄엄띄엄 읽기도 한다. 대부분의 경우는 책 내용이 재미있어 내가 신이 나서 혼자 읽는다.

`미와 폴을 불러주세요'(토 프리먼 저·서소영 역·키즈엠·2013) 이 책이 그러하다. 처음엔 아이가 들고 와서 읽기 시작했는데 이제는 으레 이 책을 가져왔으면 하는 마음이 더 크다. 이 책을 빼고 공주 책만 가져오면 서운하다.

배관공 수리공인 새미와 폴은 팡팡마을 동물 친구들에게 문제가 생기면 어디든지 달려간다. 화장실 물이 내려가지 않을 때, 수도꼭지에서 물이 똑똑 떨어질 때, 보일러가 잘 돌아가지 않을 때 척척 해결한다. 어느 날 현란한 기계와 값싼 수리비로 마을 동물들을 현혹하는 사냥개 로버가 나타난다. 마을 동물들은 새미와 폴을 금세 잊어버리고 사냥개에게 모든 문제 해결을 맡긴다. 껌으로 배관 수리를 하고 털실로 대충 감아 놓은 보일러에서 팡팡 문제가 터지고 다시 큰 부리 새 새미와 폴이 팡팡 마을의 모든 문제를 해결한다는 내용이다.

처음 읽을 때에는 그림책 특유의 음율감이 재미있었다. `팡팡 마을', `불러주세요'등의 어휘가 반복적으로 사용되니 읽을 때에 노래를 부르는 것처럼 재미가 있었다. 두 번째 읽을 때부터 내용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홈쇼핑에 나오는 현란한 광고에 나도 모르게 전화기를 손에 들던 내가 보였고, 싸다는 물건을 찾아 사 놓고서는 품질이 이상하다고 불평하던 내가 보였다.

우리의 눈과 판단을 흐리게 하는 것들이 넘치는 세상이다. 쉽게 휩쓸린다. 몸에 좋다는 광고에 이것저것을 사기도 하고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각종 틀린 정보에도 쉽게 속아버린다. 판단하기 전에 맹목적으로 믿는다. 이런 시대와 상황을 새미와 폴은 에둘러 비판하고 있는 듯하다. 어느 때보다도 우리의 신념과 올바른 판단이 중요한 시대다. 나는 정말 잘해내고 있는 걸까?

매 순간 문제들이 발생한다. 그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이 우리들의 삶일 것이다. 차근차근 옳은 선택을 하고 해답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몸이 피곤하다는 이유로, 짜증 난다는 이유로, 생각하기 귀찮다는 이유로 임기응변으로 대처하면 더 큰 문제로 다가온다.

이런 우리의 문제를 쉽게 해결하라며 우리를 유혹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새미와 폴처럼 정공법을 선택해야 하지 않을까? 우직하고 좀 느리더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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