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의 쓰레기통
인공지능의 쓰레기통
  • 권재술 전 한국교원대 총장
  • 승인 2018.11.29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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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시간의 문앞에서
권재술 전 한국교원대 총장
권재술 전 한국교원대 총장

 

인공지능의 놀라운 발전은 그것을 만든 인간들을 혼란스럽게 한다. 그렇게 되지 않기를 바라지만 만약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신해서 이 지구, 아니 우주의 주인공이 된다면 그 세상은 어떤 세상이 될까?

그 옛날, 사자나 호랑이, 심지어는 들개들이 먹다 남긴 것을 몰래 훔쳐 먹던 호모사피엔스가 지구의 주인이 될 줄 누가 알았으랴. 하지만 호모사피엔스는 그러한 신체적인 열세에도 다른 모든 강한 동물들을 제압하고 지구의 주인이 되었다. 그것은 바로 육체적인 힘이 아니라 정신 때문이었다. 책 호모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는 더 구체적으로 인간이 지구의 지배자가 된 것은, 없는 것을 있는 것으로 믿는 능력에 있다고 했다. 인간은 신을 믿고, 국가를 믿고, 정의를 믿고, 사랑을 믿는다. 이 믿음이 있었기에 지구의 주인이 될 수 있었다고 한다.

지금의 인공지능은 대단하기는 하지만 아직 인간의 적수가 되지는 못한다. 하지만 그들의 발전 속도를 보면 인간을 앞지르지 못하란 법도 없는 것 같다. 맹수들이 갖지 못한 정신으로 인간이 지구의 지배자가 되었듯이,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뛰어난 지능으로 인간을 제치고 이 지구의 지배자가 되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는 것이다. 많은 미래학자들은 그들이 결국 인간을 제치고 이 우주를 지배하는 새로운 강자로 등장할 것이라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 인공지능이 지배하는 세상이 되었다고 가정하자. 그 인공지능이 만든 세상은 어떤 세상일까? 상상이 가지 않는다. 어떻게 하면 그 세상의 모습을 그려 볼 수 있을까?

동물들의 생태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동물들의 배설물이나 서식하는 곳을 자세히 관찰하여 그들이 하는 행동과 생존방식을 알아낸다. 간첩들은 적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알기 위해서 쓰레기통을 뒤지기도 한다. 쓰레기를 보면 그가 무슨 일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와 같은 방법을 인공지능에 적용해 보는 것을 어떨까?

인공지능의 쓰레기통을 뒤져 보자. 과학자의 쓰레기통에는 천동설, 열소설, 에테르, 창조론, 목적론 등이 들어 있었다. 과학자의 쓰레기통에 들어가는 것들은 당연히 인공지능의 쓰레기통에도 들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과학자들의 쓰레기통에는 없는데 인공지능의 쓰레기통에는 있는 것들이다. 그런 것들이 바로 인공지능이 인간과 어떻게 다르고, 인공지능이 만든 세상이 인간 세상과 어떻게 다른지를 말해 줄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인공지능의 쓰레기통을 뒤져보자. 일부 과학자들은 버렸고, 일부 과학자들은 아직 버리기를 망설이고 있는 신(神이) 틀림없이 인공지능의 쓰레기통에는 있을 것이다. 그뿐일까? 인공지능의 쓰레기통에는 신과 영혼은 말할 것도 없고, 고통, 사랑, 행복 등이 쓰레기로 들어 있을 것이다. 육체가 없는 인공지능이 고통을 알 수 있을까? 행복이라는 개념이 있을까? 희생만을 강요하는 사랑을 그들이 할 수 있을까? 이런 것들은 모두 그들의 쓰레기통에 들어가 버릴 것이다.

그런데 정말 두려운 것은 인간이 바로 그 쓰레기통에 들어가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자기를 창조한 인간을 버리기야 하겠느냐고? 자기를 창조한 하느님을 버리는 인간들인데 그들이라고 인간을 버리지 말라는 법이 있을까? 고통, 사랑, 행복을 모르는 인공지능이 그것이 전부인 인간을 무엇에 써먹을 수 있을까? 먹을 필요가 없는 인공지능이기에 인간을 식품으로 사용할 수도 없을 것이다. 그들의 입장에서 인간만큼 쓸모없는 것이 세상에 어디에 있을까?

틀림없이 인간은 인공지능의 쓰레기통 중심에 자리 잡고 있을 것이다. 프랑스 혁명을 주도했던 로베스피에르도 자기가 수많은 사람을 죽였던 바로 그 기요틴이라는 단두대에서 죽음을 맞이했듯이, 자기가 만든 인공지능의 쓰레기통에 들어가 있는 인간, 그 모습을 두려운 마음으로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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