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백서
결혼 백서
  •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 승인 2018.11.28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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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원의 목요편지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결혼의 사전적 의미는 남녀가 정식으로 부부관계를 맺음입니다. 여기서 부부관계란 결혼한 남녀의 육체적 행위와 관련된 일체의 것 또는 법률적으로 사실혼관계에 있음을 이릅니다.

이처럼 남녀가 결혼한다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사이 즉 무촌이 된다는 것이고, 일가를 이루는 주체가 된다는 것이고, 거친 세파를 함께 헤쳐나간다는 것이고, 삶의 희로애락을 함께 하는 것입니다.

둘이 하나가 되고 하나가 둘이 되는 것이 결혼입니다. 하지만 결혼은 이상과 자유가 아닌 현실과 책임입니다. 사랑해서 좋아서 결혼했지만 살다 보면 권태기도 오고, 견해차이나 이해부족으로 다투기도 하고, 자녀와 양가 문제로 갈등을 겪기도 합니다.

이를 극복하는 힘의 원천은 반려자에 대한 존중과 배려와 인내와 헌신에 있습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사랑이고 참 부부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모래 위에 지은 성처럼 쉬 무너지고 맙니다. 재벌가 자식들의 이혼사례에서 보듯이 정략결혼이나 이기적인 결혼의 끝은 파국입니다.

아무튼, 결혼은 삶의 알파이자 오메가입니다. 생로병사의 길을 걷는 인간사회가 유지되고 발전하는 건 결혼이 있어서입니다. 그래서 결혼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였습니다. 좋은 배우자를 얻기 위해 공부도 하고, 운동도 하고, 취업을 해 돈도 벌고, 치장도 하고 멋도 부립니다.

그러던 결혼이 선택사양이 되고 있어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누구에게도 매이지 않고 혼자 편하게 살다 가겠다는 독신주의자들이 늘어나는 탓도 있지만 결혼생활에 드는 기회비용이 부담스러워, 일자리를 얻지 못한 백수들이 결혼을 포기하기 때문입니다.

거기다가 결혼 연령도 날로 고령화되고 있어 미래가 암울합니다. 20대였던 결혼적령기가 30대가 된 지 오래입니다. 이틀 후에 결혼하는 제 막내아들과 며느리도 그러하니 격세지감이 듭니다. 그 나이에 예쁜 색시를 얻어 결혼하니 다행이기도 하거니와 해야 할 숙제를 마친 것 같아 덩실덩실 춤이라도 추고 싶은 심정입니다. 요즘 결혼하는 젊은이들을 보면, 거리나 공원에서 아이를 유모차에 태워 산책하는 젊은 부부를 보면 고맙고 기특해서 업어주고 싶을 정도입니다.

결혼은 일반적으로 통과의례인 결혼식 통해 공식화됩니다. 대부분 지역에 소재한 일반 예식장에서 친척과 친지들을 초청해 결혼식을 치릅니다만 종교인들은 종교시설에서, 여유가 있는 이들은 호텔에서 하기도 하고 야외에서 전통혼례를 올리기도 합니다.

결혼식의 빛나는 주인공은 단연 신부입니다.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고 고운 면사포를 머리에 쓴 신부는 백설공주나 신데렐라를 능가합니다, 그런 신부를 아내로 맞이하는 신랑 또한 백마 타고 오는 멋진 왕자가 되지요. 결혼은 운명이자 축복입니다.

사람 인(人)자가 의미하듯 생면부지의 남녀가 어느 날 만나 人자처럼 한 몸이 되어 서로 기대며 사는 게 부부이니 당연지사입니다. 그러나 잘하면 대박이고, 못하면 쪽박을 차는 게 결혼입니다. 배우자의 인간됨과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이지요. 또 결혼은 해도 후회이고, 안 해도 후회입니다. 그러니 하고 후회하는 편이 좋은 게 결혼입니다.

우스갯말이나 결혼생활이 쉽지 않음을, 그래도 독신으로 늙는 것보단 결혼해서 사는 게 더 유익함을 의미합니다. 아무리 이혼과 재혼이 횡행하는 세태라지만 결혼은 결혼다워야 합니다. 바라건대, 결혼한 이는 부부의 연을 맺을 때 언약한 초심으로 돌아가기를. 결혼하는 이는 배우자의 눈높이에 맞춰 섬기며 살기를. 결혼할까 말까 망설이는 이는 이것저것 재지 말고 결혼하기를.

/시인·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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