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손
보이지 않는 손
  • 김금란 기자
  • 승인 2018.11.27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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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김금란 취재3팀(부장)
김금란 취재3팀(부장)

 

사람들에게는 들키고 싶지 않은 비밀이 있다. 유년시절 어려웠던 가정 형편도, 학벌에 대한 콤플렉스도, 실패했던 경험도 감추고 싶어한다.

이유는 최소한의 자존심만은 지키고 싶어서다. 상처는 시간이 지나면 아문다. 하지만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고 고통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 사회에는 있으면 안될 보이지 않는 손이 너무 많다. 권력, 인맥, 학연, 지연이라는 이름으로 존재하는 보이지 않는 손은 타인의 꿈을 빼앗고 낙오자로 만든다.

지난해부터 곪아 터진 공공기관 채용비리는 취업준비생들을 좌절하게 했다. 채용비리가 터질 때마다 취업준비생들은 힘없는 자신을 원망했고 돈 없는 부모를 미워했다.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최근 청와대에서 열린 제3차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는 3개 분야 총 9개의 생활적폐 청산 결과가 보고됐다. 공공기관 채용비리 분야에서는 채용비리로 피해를 당한 3224명 중 강원랜드 등 7개 기관에서 240명을 다시 채용했다. 교육부는 대입공정성 추진점검단을 구성해 올해 9명의 입학 취소와 4개 학교 8명에 대해 2019학년도 모집정지 처분을 내렸다.

공공기관 채용비리와 관련해 정부는 3개월간 합동 전수조사를 통해 채용비리 혐의로 109건을 수사의뢰하고 255건을 징계 요구했다. 경찰은 채용비리 관련자 1237명 단속하고, 검찰은 강원랜드와 6개 시중은행의 비위 관련자 51명 기소했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산하 공공기관 기관장 회의를 열어 채용 비리를 포함한 부정부패와 관련해“적발될 경우 무관용 원칙을 확립해달라”고 강조했다.

전국 지자체는 정부 방침에 따라 채용비리 전수조사단을 꾸려 공공기관 및 유관단체 채용비리 찾기에 돌입했지만 사후약방문임을 왜 모를까.

지난주 청주교육지원청에서 열린 충북도의회 교육위원회의 행정사무감사에서 박성원 의원은 피감기관장에게 뼈있는 발언을 했다.

박 의원은 영국의 경제학자 아담스미스의 국부론을 거론하며`보이지 않는 손'을 지적했다.

그는 “자본주의 경제체제는 수요와 공급에 따라 알아서 움직이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손이라고 한다”며 “혹시 아담스미스가 말한 보이지 않는 손이 아니라 교육청 사안에 대해 왜곡된 보이지 않는 손이 있을 수 있다는 얘기에 동의할 수 있느냐”고 질의했다.

박 의원은 질의 말미에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맛이 덜할 것 같아 한참 묵혔다가 해야 될 것 같다”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충북교육계 안팎에서는 도교육청에 존재하는 `보이지 않는 손'을 두고 수많은 소문이 나돌았다. 전문직 시험에서도, 일반직 승진에서도 보이지 않는 손의 영향력으로 교직원들은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벙어리 냉가슴을 앓는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최근엔 김병우 교육감의 당선과 함께 2014년 교육감 인수위원회를 거쳐 도교육청 정책보좌관을 지낸 평교사 출신인 공모교장 A씨가 임기를 채우지 않은 상황에서 내년 3월 1일자로 본청 장학관으로 임용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교육계가 뒤숭숭하다.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정부와 관련부처, 교육청은 단골처럼`무관용 원칙'을 해답처럼 내놓았다.

하지만 무관용(無寬容) 원칙도 힘없는 이들에게는 두려운 족쇄지만 힘있는 이들에게는 예외가 되는 또 하나의 힘이다.

정부가 비리척결을 위해 전수조사를 벌이고, 도교육청이 청렴 연수를 시행해도 `보이지 않는 손'의 존재를 알고도 눈감는다면 공염불에 불과하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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