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병은 살아있다
노병은 살아있다
  • 김경수 시조시인
  • 승인 2018.11.26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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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김경수 시조시인
김경수 시조시인

 

그 언제부터인가 김상사의 아침이 분주했다. 김상사는 30년을 넘게 군생활을 한 퇴역군인이었다. 전화가 걸려왔다. 곧바로 김상사가 가방을 들고 서둘러 집 밖으로 나갔다. 민석은 할아버지인 김상사를 향해 도와드릴 일이 없느냐고 큰소리로 외쳤다. 민석은 김상사에게 용돈이 아쉬운 것 같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김상사는 민석의 도움 없이는 하루를 살 수가 없었다. 그런 도움을 줄 때마다 민석은 김상사에게 몇 푼씩 용돈을 받아가면서 달콤한 재미를 느끼며 살았다. 그런데 요즘은 김상사가 민석을 찾는 일이 부쩍 줄어들었다. 그렇다 보니 민석은 씀씀이가 궁색해져 가고 있었다. 김상사가 대기 중인 승용차에 몸을 실었다. 두 사람은 같은 동네에 살며 같은 수강을 하는 모두 일자리에서 떠난 사람들이었다. 김상사가 강의를 듣게 된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지금에 처해있는 현실을 깨닫고 스스로 일어서고 싶었던 것이었다.

몇 달 전쯤 일어난 일이었다. 어느 날 김상사는 지인에게 보여줄 자료를 찾다가 그만 선택을 잘못 누르는 바람에 모든 것이 지워져 버렸다. 갑자기 식은땀이 흐르고 목이 말랐다. 그날 민석은 보이지 않았다. 김상사는 안절부절 어찌할 바를 몰랐다. 어찌 보면 측은하기까지 해 보였다. 그렇다고 아무에게나 부탁한다는 것은 왠지 자존심이 허락되지 않는 일이었다. 또 한 번은 그날도 이른 아침부터 김상사는 민석을 부르며 도움을 요청했다. 민석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잠을 자고 있었다. 부르다 화가 난 김상사는 자고 있는 민석을 큰소리로 깨웠다. 다름 아닌 스마트폰을 어떻게 조정하느냐는 것이 이유였다. 알고 보면 별것 아닌 일이지만 모르는 이에게는 답답하고 어려운 일일 수도 있었다. 지난번에 충격이 가시지 않는 듯했다. 그런 일이 있고 난 후 더더욱 함부로 손대기가 두려웠다. 잠에서 깬 민석은 부스스한 눈으로 스마트폰에 손가락 하나를 누르자 금방 해결이 되어버린 것이었다. 이것을 본 김상사는 누구에게는 이렇게 쉬운 일이 자신에게 왜 그렇게 어렵고 두려운 일일까 하는 생각에 한숨이 터져 나왔다.

김상사는 스스로 답답함을 견딜 수가 없었다. 세상은 갈수록 살기 좋은 세상이 되었다고 말을 하지만 김상사에겐 그렇지 않은 것 같았다. 오히려 가면 갈수록 김상사에게 세상은 자꾸만 두려운 존재로 다가오고 있는 듯했다. 김상사에게 지난날은 무섭고 두려울 게 없는 사람이었다. 아닌게아니라 세상은 때로 감당이 어려울 만큼 빠른 속도로 변해가고 있었다. 그렇다고 세상이 변하는 대로 두고 볼 수만은 없는 일이었다. 그대로 두었다간 세상과 멀어질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순간 우선 스스로 알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배움을 선택해 무장키로 하였다. 차가 강의실에 도착했다.

적자생존을 위한 변화에 대한 도전이다. 지금의 현실은 너무나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세상의 이런 변화 속에서 스스로 변화하지 않으면 퇴화하거나 도태되고 말 것이다.

결국 생존으로부터 외면당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시대적 상실감을 느끼게 하는 의미일 것이다.

이러한 변화에는 지금의 현실이라는 냉정함만이 존재할 뿐 어느 누구도 가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적자가 되기 위한 변화만이 스스로 생존을 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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