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저한 관리감독이 먼저다
철저한 관리감독이 먼저다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8.11.26 20: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충청논단
연지민 부국장
연지민 부국장

 

지역 문화예술계가 보조금 사업이 많아지면서 언젠가부터 시끄럽다. 예산이 많아진 탓인지 말도 많고 탈도 많다.

무성한 뒷말이 여전히 도는 것을 보면 사업비를 둘러싼 잡음이 그냥 떠도는 게 아니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이런 가운데 지난 22일 충북도지정예술단으로 지정된 노현식무용단의 보조금 사업 문제가 불거졌다. 도 행정감사에서 이옥규 충북도의원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2년간 보조금 사업을 운영하면서 공연장과 관람객 수, 공연비 등을 부풀려 제출했다는 지적이다.

이 의원은 “도지정예술단에 선정되면서 노현식무용단은 2017년 1억3000만원, 2018년 1억5000만원의 보조금을 받았다. 하지만, 공연장도 확인되지 않고, 안무자가 있는 곳에서 무용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비정상적인 활동을 했다”고 밝혔다.

실제 제출된 자료도 같은 행사 사진을 다른 방식으로 출력해 두 번 제출하는가 하면, 공연비용의 과다 책정에 공연장도 확인하기 어렵다는 이야기이고 보면 도지정예술단으로서의 자격 상실이 분명해 보인다. 도지정예술단이라는 자부심으로 채워져야 할 공연은 프로 예술인으로의 예술정신도 찾아보기 어렵다. 예산이 커질수록 지역문화예술계의 구멍만 더 크게 두드러지는 느낌이다.

충북도가 예술단을 운영하게 된 목적은 도내 소외지역 주민들에게 문화향유권을 제공하려는 것이었다. 이를 기본 취지로 2011년부터 2팀을 선정해 1년에 2억씩 2년 연속사업으로 지원해 왔다. 이렇게 큰 금액을 지원하기로 한 데에는 열악한 지역예술인들이 안정적으로 창작작업을 할 수 있게 하고, 도민들에게는 문화향유의 기회를 주자는 취지였다. 그러한 보조금 사업의 목적과 취지가 무너진 셈이다.

도지정예술단으로 선정되면 1팀에 2억원씩 2년간 4억원이 지원된다. 사업예산으로 적은 금액이 아니다. 창작인과 직장인을 단순히 비교할 수 없겠지만 직장인들은 꿈도 꾸기 어려운 액수다.

특혜에 가까운 예산 지원은 지역예술을 위해 써달라는 암묵적 요구도 포함되어 있다. 지원받는 예술인들은 그만큼 책임감도 느껴야 한다는 뜻이다.

예술인 못지않게 지원기관의 관리감독도 중요하다. 공적 예산은 주인이 없는 것이 아니라 공공의 목적에 맞게 사용했는지를 철저하게 감독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일이 반복되고 방치되는 데에는 관리감독 기관의 책임도 크다. 사업 첫해에 꼼꼼하게 예산집행과 실행을 들여다봤어도 이렇게 불거지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일에 대해 도 관계자는 사업기간이 12월까지라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무용단의 올해 사업비 중 50%가 지급되지 않았고 아직 무대에 올리지 않은 창작작품에 예산 비중이 크다는 것이다.

불과 한 달 남짓한 기간에 절반의 예산을 사용해야 할 공연이라면 문제의 소지가 있을 법한데도 담당 부서의 태도는 지나치게 느긋하다. 한해에 2억원의 예산을 지급하고도 공연이 열리는 현장 모니터링을 단 한 번이라도 진행했는지 의심스럽다.

도는 올해를 마지막으로 도지정예술단 사업을 충북문화재단으로 이관시킨다는 계획이다. 문화예술을 지원하는 전담 기관에서 사업을 맡는 것도 중요하지만 충북도지정예술단 사업에 대한 전면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이는 이번 선정팀에 한정된 일만은 아니다. 도지정예술단 사업이 지속하려면 관리감독의 허점을 보완할 수 있는 방책이 모색돼야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