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누구보다 ‘나’를 생각하다
그 누구보다 ‘나’를 생각하다
  • 이헌경 진천여중 사서교사
  • 승인 2018.11.26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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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말하는 행복한 책읽기
이헌경 진천여중 사서교사
이헌경 진천여중 사서교사

 

`애매한 나이, 애매한 경력, 애매한 실력, 애매한 어른으로 자란 우리는 모두 어른을 연기하며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묻는 사람이 있다. 이 말조차도 나는 애매하게 느껴지는 것은 무엇일까. 요즘 나 스스로 굉장히 애매한 나날을 보내고 있나 보다. 희미하여 분명하지 않은 시간을 보낸 지 얼마나 되었을까. 나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푸른 잎이 꽃이 만개하듯 단풍으로 피어오르고 차가워진 날씨를 이겨내지 못해 톡, 그러다 툭 떨어지는 것이 순리라고 하지만 벌써 그 시간이 온 것이라고 믿고 싶지 않다. 조금 진지하게 숨을 쉬어봐야겠다.

학생들과 과천 미술관으로 인문 기행을 가던 버스 안에서 김수현 작가의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김수현 글, 그림/마음의 숲/2016년)'의 첫 장을 넘겼다. 이동하는 차 안에서 가볍게 읽을 수 있겠지 싶어 출발 전에 고민 없이 가방에 넣었다. 작가가 인용한 문구가 먼저 적혀 있었다. 나 역시 좋아하는 그래서 우리 학생들도 마음에 새겼으면 좋겠다 싶어 도서실 문 앞에 적어둔 그 말, `의학, 법률, 경제, 기술 따위는 삶의 도구가 되지만 시와 아름다움, 낭만과 사랑은 삶의 목적인 거야.'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의 키팅 교수의 말을 다시 한 번 읊조리며 김수현 작가를 만났다.

`삶의 경우의 수를 늘릴 것: 피천득은 `장수'라는 글에서 “기계와 같이 하루하루를 살아온 사람은 팔순을 살았다 하더라도 단명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매일 비슷한 패턴 속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삶의 무수한 가능성과 다양성을 압축해버리는 일이고, 자신의 삶을 잃어버리는 일이다. 그러니 주말에는 바다를 보러 가고, 퇴근길에는 다른 길로 걸어보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이제까지 내가 시도하지 않았던 일들을 감행해보자. 자신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스스로에게 예측할 수 없는 내가 되어보는 것. 우리가 오래 살 수 있는 방법은 손에 있는 생명선을 팔목까지 연장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풍경을 마주하는 일이다.'

`진짜 나 자신을 대면할 것: 외면과 변명을 멈추고 내가 좋아하는 나와 내가 싫어하는 내가 통합된 진짜 자기 자신을 대면하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오만한 인간이 아닌, 인간적인 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다. 우리는 누군가가 완벽하지 않아서 싫어하지 않는다. 완벽한 척하는 그 오만함에 질리는 거다.'

이렇게 많은 문장이 내 마음에 와 닿을 줄이야. 묵직한 철학서도 아니고 가슴 뜨거운 시도 아닌데, 왜 문장마다 되새김 읽기를 하게 되는 걸까. 난 이 문장들 속에서 나의 무엇을 보고 있는 것일까.

90년대 키팅 교수와 16년이 지난 뒤의 김수현 작가가 지금의 우리에게 같은 말을 하고 있다. `그 누구도 아닌 자기 걸음을 걸어라. 나는 독특하다는 것을 믿어라. 누구나 몰려가는 줄에 설 필요는 없다. 자신만의 걸음으로 자기 길을 가거라. 바보 같은 사람들이 무어라 비웃든 간에.' 그 누구도 아닌 나로 살 것. 나를 생각하며 나를 위해 살 것. 그래야겠다. 당신도 그럴 수 있으면 좋겠다.

2016년 11월 1쇄를 찍고 약 18개월 뒤에 64쇄까지 찍어낸 힘. 이렇게 많은 사람의 선택을 받았다는 것은 출간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와 사람들의 입소문도 물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근본은 이 책이 가진 힘, 글의 힘이 아닐까. 진지하지만 심각하지 않은 사람, 밝지만 가볍지 않은 사람이라 스스로를 소개하는 김수현 작가의 글을 애매한 어른뿐만 아니라 청소년들도 함께 읽어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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