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구欲求 - 강호축과 문화축
욕구欲求 - 강호축과 문화축
  • 김현기 여가문화연구소장·박사
  • 승인 2018.11.18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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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으 여는 창
김현기 여가문화연구소장·박사
김현기 여가문화연구소장·박사

 

사람들은 ‘원하는 것’이 ‘충족’되면 행복을 느끼고 ‘결핍’되면 고통을 느낀다. 행복은 원하는 것이 충족되었을 때 느끼는 기쁨의 정서 상태다. 정서는 행동을 일으키는 추동의 원인이다. 정서는 행동을 위해 필요한 동기다. 우리는 밥을 먹지 않으면 배고픔을 느낀다. 물을 마시지 않으면 갈증을 느낀다. 사람들은 이 배고픔과 갈증이라는 결핍 상태를 벗어나려고 밥을 먹고 물을 마신다. 이러한 행동으로 ‘포만감과 시원함’이라는 긍정적 정서를 경험하게 되는데 이것이 행복이다.
우리나라 통계청에서는 매년 삶의 질 지표를 발표하고 있다. 삶의 질 지표는 자신의 삶이 매우 만족하다거나 혹은 만족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비율로 결정한다. 이 자료를 보면(2018.11) 충북도민의 28.6%만이 자신의 삶에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이는 전국 평균인 29.8%보다 낮고 전국 17개 시도 중에서 14위다. 결과적으로 도민은 자신의 삶이 썩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삶이 무엇인가 원하는 ‘욕구’가 충분하게 채워지지 않는 것이다.
욕구(欲求)란 ‘바라고 원함’을 의미하는데 영어의 need에 해당한다. 한자 欲은 慾과 동의어로 모두 ‘하고자 함’을 의미한다. 현대 동기 심리학에서는 욕구를 생명체의 항상성 개념과 연결한다. 항상성은 생명체의 자동정상화 장치다. 사람들에게 굶주림 같은 신체 불균형이 일어나면 생명체는 불균형을 감소시키려는 내적 충동이 발생하고 음식섭취라는 욕구를 통해 몸을 정상상태로 회복하게 한다.
욕구에서 가장 많이 알려진 이론은 ‘매슬로의 욕구 계층론’이다. 매슬로는 사람들의 욕구를 위계질서에 따라 다섯 단계로 나누었는데 이 사이에 위계질서가 있어 먼저 아래 단계의 욕구가 충족되어야만 상위 단계의 욕구가 발동한다는 것이다. 즉, 인간의 욕구는 생리적 욕구(배고픔, 갈증 등), 안정 욕구(안전함, 평온함), 사랑·소속욕구(인간관계), 자존감 욕구(자신감, 인정받기), 자아실현 욕구(자기완성) 순으로 발동된다고 한다.
도민의 행복과 삶의 질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은 이런 욕구 중에서 무엇인가가 충족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르게 말하면 도민들이 원하는 욕구를 충족시켜 주지 못하는 것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도민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도 잘 모르면서 자신들이(충북도) 생각하는 것을 충족시켜 주려고만 한다는 것이다. 일자리의 ‘미스매치’현상이 행복에도 나타나는 것이다.
정말로 도민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이것을 잘 알아야만 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고 삶의 질과 행복감을 높일 수 있다. 지역사회보장계획 수립을 위해 실시한 충북 지역사회복지 욕구조사를 보면 답이 나와 있다. 이 조사에 따르면 충북도민이 가장 많이 원하는 욕구는 ‘문화와 여가’다. 도민이 행복하지 못하다는 것은 문화와 여가에 대한 욕구가 충족되지 않고 있다는 반증이다.
문화 분야 통계를 보면 이러한 사실이 확연히 드러난다. 충북의 복합문화 공연시설은 전국대비 2.5% 수준으로 17개 시도 중 15번째다. 공연시설의 인구 천 명당 평균객석 수도 9.6으로 10번째다. 공연시설에 근무하는 평균 인력도 시설당 7.5명으로 15번째다. 인구 10만 명당 문화예술활동 참여현황도 43.2명으로 전국 평균 66.4보다 크게 낮고 14번째다. 문화예술교육 참여경험도 7.7%로 전국에서 11번째다. 문화예술 동아리 참여율도 2.1%로 13위다.
이러한 결과가 말해 주듯이 도민의 문화와 여가 욕구가 충족되지 못하는 것이다. 우리 도가 향후 도민 행복을 위해 정책의 우선순위를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를 지금까지 말한 숫자들이 정확히 보여 주고 있다. 도 문화예술 정책의 새로운 개념설계와 대대적인 혁신이 필요하다. 과감한 문화 인프라 투자와 지속적인 문화예술교육이 필수적이다. ‘강호축’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문화축’을 바로 세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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