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받는 스웨터이고 싶다
인정받는 스웨터이고 싶다
  • 김윤아 청주 흥덕구 환경위생과 주무관
  • 승인 2018.11.14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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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김윤아 청주 흥덕구 환경위생과 주무관
김윤아 청주 흥덕구 환경위생과 주무관

 

유난히 덥고 길었던 지난 여름, 무더위는 뭐가 그리 아쉬운지 8월이 훨씬 지나서도 떠나지 않았던 것 같다. 여름의 끝자락에 가을이 문을 두드리던 9월, 나는 청주시 흥덕구청에서 신규 공무원으로 첫발을 내디뎠다.

전화벨이 울리면 심장이 쿵쾅쿵쾅, 침 한 번 꿀꺽 삼키고 기운을 내어보지만 어딘가 어색한 전화통화는 누가 봐도 “너 새내기구나, 티가 난다”할 것 같아 스스로 멋쩍어진다.

아직은 많이 부족한 새내기 공무원이지만 앞으로의 길고 긴 공직생활 중 고작 두 달을 보냈을 뿐인데도 시간은 아무것도 모르던 나를 많이 변화시켰다. 나름대로 상냥하고 친절하고 씩씩하게 민원인과 통화하면서 전화 응대도 배우고 이것저것 묻고 찾아가며 비록 느림보 거북이 같기만 하지만 동료들의 격려와 응원이 큰 힘이 되고 있다.

어떤 날은 정신없이 민원인에게 시달리다 `공무원이 이렇게 힘든 거였나'하며 한숨을 쉬기도 했는데 어느새 시간은 두 달이 지나 추위를 맞아야 하는 계절이 왔고, 어색하기만 했던 사무실 한쪽의 내 자리나 내가 맡은 업무, 내가 찾아다녔던 민원들이 어느새 수북이 쌓여 일상이 됐다.

두 달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이제껏 살아오면서 경험해 보지 못했던 수많은 일들에 부딪히면서 씩씩하고 용감하게 변한 모습에 스스로 대견스러워하면서 몇십 년이 흐른 후의 나의 모습은 과연 어떨까 상상해 본다.

긴 공직생활, 그 시간 속에서 나의 행동과 말들이 눈처럼 쌓이고 쌓여 먼 훗날의 나를 만들고 성숙하게 할 것이라 믿는다.

선선함을 넘어 추위가 느껴지는 계절이 오니 어린 시절 할머니가 떠주셨던 포근한 스웨터가 떠오른다.

우리는 저마다 자신의 인생을 뜨개질하고 있다. 실을 얽고 짜는 과정의 반복인 것이다. 뜨개질은 첫 코를 뜨고 나면 그 뒤로는 반복적으로 코를 뜨면서 어떻게 모양을 잡느냐에 따라 목도리도 되고 스웨터도 되고 모자도 된다.

한 코, 한 코가 완성작이 만들어지는 과정이듯 앞으로의 모든 시간이 우리를 완성해가는 과정이며, 반복해서 떠진 코들처럼 매 순간의 마음가짐과 행동들이 쌓여 습관이 되고 시간이 흐른 뒤의 우리 자신을 만들 것이다.

나는 지금 첫 코를 뜨는 아주 중요한 과정에 있다. 첫 코를 엉성하게 뜨면 완성작도 엉성할 것이고 빽빽하고 조밀하게 뜨면 완성작은 바람이 통하지 못하는 오밀조밀한 스웨터가 될 것이다.

새내기 공직자로서 배워나가는 이 시간이 앞으로의 나를 만들어가는 바탕이 될 것이다. 언제고 완성하고 싶은 나의 모습이라면 공직자의 기본과 원칙을 지키는 사람, 청렴한 사람이다.

이제 막 입문한 새내기 공무원으로서 앞으로 긴 시간을 예쁘게 완성될 스웨터를 뜨개질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하고 기본과 원칙을 지키는 사람이 되도록 처음의 마음가짐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다.

탄탄하게 짜인 스웨터에 바람이 통하지 못하듯, 힘든 일이 있거나 누군가 나에게 사익을 바라며 청렴하지 못한 행동을 요구한다 할지라도 탄탄하게 만들어온 한 코, 한 코가 나를 끄떡없이 흔들리지 않는 사람으로 만들어줄 것이라 믿는다.

언젠가 공직생활의 마무리 코를 뜰 날이 왔을 때 “참, 잘했구나” 하고 동료나 시민들 모두로부터 인정받는 완성된 스웨터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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