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급 20호봉 만큼만 일하라
5급 20호봉 만큼만 일하라
  • 안태희 기자
  • 승인 2018.11.14 20: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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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안태희 취재2팀장(부국장)
안태희 취재2팀장(부국장)

 

엊그제 소폭의 의정비 인상을 결정한 영동군의회와 보은군의회는 이제 제외해야겠지만 어쨌든 도내 민선 7기 지방의원들이 모처럼 한목소리를 냈다. 의정비 인상요구에서 말이다.

지방의원들의 의정비는 월정수당과 의정활동비로 나눠 지급되고 있다. 전국평균으로 월정수당은 광역의회의 경우 연평균 3943만원, 기초의회는 2538만원, 의정활동비는 광역 1800만원, 기초가 1320만원이다.

청주시의회의 경우 월정수당 244만1000원, 월 의정활동비 110만원 등 월 354만1000원이다.

354만원이 적은지, 많은지는 처지와 관점에 따라 다를 것이다.

그런데 충북지역 시군의회가 의정비 인상을 주장하면서 내세운 논리를 이해하기 어렵다.

이들은 내년도 의정비를 5급 공무원 20년차 수준인 423만원으로 인상하라고 요구했다. 현재 한 달 의정비가 평균 287만원이니 인상률이 평균 47.4%가 된다.

공무원이 된 지 20년차인 시군청의 과장급 수준을 요구한 것인데 왜 `5급 20년차'를 고집하는지 알 수 없다.

현실적으로도 도민들의 처지와 괴리가 크다.

통계청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6~8월의 우리나라 노동자들의 월평균 임금은 255만8000원이다. 이중 정규직은 300만9000원이지만, 비정규직은 164만4000원밖에 안된다.

그런데 충북도내 시군의원들이 신고한 재산내역을 보니 1인당 평균 신고액이 7억8750만원이다. 10억원대 이상을 신고한 의원만 33명에 이른다.

자칫 만석지기가 가난한 농부의 한 석짜리 땅마저 빼앗으려는 것 아니냐는 비난을 살 수도 있다.

그렇다고 지방의원들이 재산이 많으니까, 또는 봉사직이니까 의정비를 적게 받고 일하라는 논리는 더 이상 펴고 싶지 않다.

마이너스 재산을 신고한 의원들도 6명이나 되니 기본적인 생존권을 보장하는 것도 필요하고, 적절한 인상도 수용할 만 하다.

다만 지방의원들이 의정비만큼만 일한다면 그 액수가 얼마인지 사회적으로 합의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본다.

그런데 민선 7기 지방의회가 과연 열심히 일하는지, 집행부를 감시 견제하는 역할을 잘하는지에 대한 공감대를 확인하기 어렵다.

청주시의회의 경우 재량사업비 폐지를 요구하는 의원들이 나타나면서 무엇인가 지방자치에 변화가 생기겠구나라는 기대를 모았지만 `찻잔 속 태풍'으로 끝났다.

일부 의원들이 해외연수를 생중계 하듯이 SNS를 통해 보고하고, 현안에 대해 세미나를 여는 등 적극적인 의정활동을 펼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도민들의 요구수준에는 못 미친다.

오히려 일부 초선의원들이 최근 열린 행정감사에서 `덕담'수준으로 질의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도민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있다.

촛불혁명 끝에 선출된 의원들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는 도민들을 우롱하면 안 된다.

내가 바라는 것은 9급 공무원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해서 20년 이상 근무하고 있는 성실한 5급 공무원만큼만 일하는 모습을 보여달라는 것이다.

갓 들어온 9급처럼 열심히 일한다면, 1급 같은 명예와 보수가 따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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