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큐 부인
땡큐 부인
  •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 승인 2018.11.14 19: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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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원의 목요편지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외래어인 땡큐(Thank you)가 감사의 애칭으로 쓰인 지 오래입니다. 그 땡큐를 입에 달고 사는 이가 있습니다. 미더워서 말을 아무렇게나 하기 쉬운 남편에게까지 입버릇처럼 땡큐하며 사니까요.

칭찬과 격려에는 물론이고 화가 날 법도 한 언짢은 충고와 지청구에도 웃음을 잃지 않고 땡큐하는 이는 다름 아닌 제 절친 후배 부인입니다. 이 시대에 보기 드문 땡큐 달인이지요.

부부끼리 골프를 쳐본 이는 압니다. 땡큐란 말이 얼마나 귀하고 좋은 말인지를. 아내보다 골프를 잘 친다고 여기는 남편들은 아내가 어프로치 샷이나 퍼팅을 할 때 노파심에서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고 옆에서 조언을 합니다.

종종 여기서 사단이 납니다. 대체로 부인들은 잘 치면 자신이 잘 쳐서이고 못 치면 남편이 잘 못 코치해서, 남편이 잔소리해서 그리되었노라고 역정을 내며 남편 탓을 하거나 원망을 합니다. 공치사 받기는커녕 애꿎은 원망과 책망을 들으니 남편의 속이 좋을 리 없지요.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면 그만인데 남편이 부아를 참지 못해 한마디 하면 분위기가 험악해집니다.

모처럼 큰 맘 먹고 간 라운딩이 그들 부부로 인해 엉망이 됩니다. 어처구니없지만, 골프장의 꼴불견 중 하나입니다. 그럴 때마다 부부란 도대체 무엇인가 곱씹어보게 되고 새삼스럽게 감사와 배려의 소중함을 인식하게 됩니다.

그런데 후배 부인은 잘 치든 못 치든 땡큐입니다. `여보 당신 덕에 잘 쳤네. 땡큐', `여보 미안해 일러준 대로 못 쳐서. 땡큐'그러니 코치한 남편도 지켜보는 동반자도 입가에 미소가 번지고 흐뭇해집니다. 그들 부부와 라운딩을 하면 못 친 날도 즐겁고 행복합니다.

그렇습니다. 진정성과 사랑이 담겨 있는 땡큐는 관계를 돈독게 하는 윤활유이고 사랑을 지속게 하는 묘약 중의 묘약입니다. 세상살이를 함에 있어 꼭 해야 할 말과 들어야 할 말 한마디를 들라 하면 주저 없이 감사(땡큐)를 듭니다.

가장 성공한 삶을 산 사람들과 가장 행복한 삶을 산 사람들의 공통점은 평소에 감사하다는 말을 가장 많이 했고 동시에 감사하다는 말을 가장 많이 들은 사람들이었습니다. 감사하는 삶, 땡큐하는 언어습관이 이처럼 성공과 행복을 가져다주는 열쇠였습니다.

그럼에도, 주위엔 땡큐에 인색하거나 땡큐를 입 밖에 내지 못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강자에게는 비굴하리만큼 땡큐하고 약자에게는 목에 힘주고 갑질까지 하는 못된 인간들도 있습니다. 남에게는 그런대로 땡큐하며 살지만 배우자와 가족들에게는 아무렇게나 하는 덜된 인간들도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땡큐는 돈이 드는 것도 아니고 힘이 드는 것도 아닙니다. 그렇다고 체면이 깎이거나 지는 것도 아닙니다. 자주 쓰다 보면 습관처럼 몸에 배는 게 땡큐입니다. 굴리면 굴릴수록 커지는 눈덩이처럼 하면 할수록 감사거리가 많아지고 커집니다.

시작은 미미하지만 그 끝은 창대하리란 성경 말씀처럼 작은 일에 감사하다 보면, 범사에 감사하다 보면 좋은 날이 오고 좋은 일이 생깁니다. 아무튼 땡큐의 시작과 완성은 자신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지금 당신 곁에 있는 사람이 땡큐해야 당신도 땡큐할 수 있습니다. 땡큐 부인이 있다는 건 그 가정의 행운이자 축복입니다.

땡큐 부인으로 말미암아 남편과 아들딸이 땡큐하는 삶을 살게 되니까요. 하여 이 땅의 모든 부인들이 땡큐 부인으로 거듭나기를 희원합니다. 땡큐하는 국민이 땡큐하는 좋은 사회, 건강한 대한민국 만들 터이니. 땡큐 부인 만세!

/시인·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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