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대학에 가야 할까
우리는 왜 대학에 가야 할까
  • 김금란 기자
  • 승인 2018.11.13 20: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데스크의 주장
김금란 취재3팀(부장)
김금란 취재3팀(부장)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러야 하는 고3 수험생이 있는 가정은 1년 동안 숨소리조차 내지 못한다.

수험생을 둔 부모는 친구들과의 모임은 둘째치고 친인척 경조사에도 제대로 참석하지 못한다.

별난 부모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수험생 가정의 평범한 모습이다.

매년 11월이 되면 우리나라는 전쟁을 치른다.

수능일이면 온 나라가 비상체제에 돌입한다.

관공서의 출근시간은 늦춰지고, 날아가는 비행기 시간도 영어 듣기 시험을 치르는 수험생을 배려해 변경한다.

학령인구 감소로 2~3년 뒤면 입학 자원보다 대학 정원이 더 많아 문 닫는 대학들이 수두룩할 것 같은 데도 여전히 우리는 대학 입시에 목숨을 걸고 있다.

올해도 59만2229명의 수험생이 수능시험을 치른다. 대학을 졸업해도 원하는 직장에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행복한 삶이 보장되는 것도 아닌데 대학 입시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한다.

현대 경영학의 창시자 피터드리커는 2020년이면 대학캠퍼스가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고, 미래학자 토마스 프레이는 전 세계 대학의 절반이 20년 이내 문을 닫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대학 간판이 목숨 줄인 양 학벌 지상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리가 기를 쓰고 대학을 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학력 간 임금 격차가 크기 때문일 것이다.

올해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공개한`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교육지표 2018'자료의 교육단계별 상대적 임금(2016년)을 보면 졸업장의 중요성을 깨닫는다. 고등학교 졸업자의 임금을 100으로 봤을 때 중학교 졸업자는 72, 전문대학 졸업자는 116, 4년제 대졸자는 149, 대학원(석박사) 졸업자는 198로 나타났다. 경력과 현장경험이 자산이라고 하면서도 현실은 학력이 높을수록 더 많은 임금을 받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의무교육인 중학교 졸업자가 현장에서 10년을 일해도 대학원 졸업자가 3배의 임금을 더 받는 상황에서 대학 간판을 외면할 수는 없다.

대학에 들어가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는 공시족이 되어도, 졸업자의 절반이 백수가 되는 칠포세대로 전락해도 결국은 대학 졸업장을 들고 취업하는 게 더 나은 기업임금체계를 뜯어고치지 않는 한 입시전쟁은 끝나지 않는다.

우리나라 대학 진학률은 69.7%로 10명 중 7명은 대학을 간다. OECD 평균(44%)보다 26%p 높다.

선진국인 캐나다(58%), 영국(49%), 일본(37%)보다 높고, 대학교육을 무상으로 실시하는 독일(28%)보다 두 배 이상 높다.

공짜로 대학을 다닐 수 있는데도 대학 진학률이 낮은 선진국에서 학력은 인생의 전부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대학 졸업장 없이 높은 직위에 오른 인사가 성공 신화로 미화되는 사회에서 대학을 진학하지 않는 30%는 사회의 비주류로 살아야 한다.

연간 1000만원의 등록금을 내고 이름 석 자 적힌 대학 졸업장을 따야 그나마 사람 노릇을 할 수 있는 현실에서 수험생들은 내일 치러질 수능을 통해 과연 행복한 미래를 꿈꾸기는 할까 궁금하다.

졸업장으로 사람을 판단하고 학벌로 직업의 귀천을 따지는 게 싫어 워킹홀리데이를 핑계 삼아 호주로 떠난 친척이 전한 안부 인사 끝에 “일한 만큼 대접받으니 이곳이 천국이지”라는 말이 오늘따라 귓전에 맴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